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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형용사 우리말에서는 명사로 인식
우리말 어법 맞게 차용하려는 심리 반영
영어 차용어 확산…정부 정책 마련 시급

혹시 클릭해보셨는지. ‘소녀시대 서현 리즈시절’ 혹은 ‘SM 이수만 디스하는 JYJ’ 게시물을. 포털사이트에는 오늘도 연예인 이미지 게시 글이 올라와있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 주연배우 차승원이 얼마 전에 찍었다는 화보에는 “포스 쩐다”는 댓글이 달린다. 영화 ‘도가니’를 본 관객들은 인터넷에 ‘레알 추천’ 서평을 남긴다.

한국어에 차용된 영어는 대개 함축적인 의미로 쓰인다. 리즈시절의 유래는 국내 최대 회원 수를 보유한 축구카페 ‘I Love Soccer’에서 시작됐다. 일부 팬들이 영국 축구선수 앨런 스미스가 과거에 대단했다며 찬양하자 그의 플레이를 비꼬는 말에서 ‘리즈시절’이란 단어가 유행하게 됐다. 지금은 전성기 시절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인다.

상대방을 한방 먹인다는 의미의 ‘디스한다’는 스타크래프트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강하다. 완전히 불리한 상황일 때 화면 멈추게 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디스’라는 표현이 쓰여졌는데 그 후 누군가를 씹거나 한방 먹일 때 ‘디스’ 표현이 쓰이기 시작했다.

진짜, 진심 의미로 쓰이는 ‘레알’은 영어 ‘real’을 보이는 대로 발음한 경우고, ‘킹왕짱’은 최고라는 표현을 모두 합친 언어다.

‘리즈시절’이나 ‘포스 쩐다’ ‘레알 추천’과 같은 문장은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영어가 흡수된 나름의 공식을 갖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것을 한국어에 차용된 영어라고 명명하고 있다. 영어의 한국어화 현상을 분석한 논문도 있다. 부경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한국어에 차용된 외래어에 관한 연구’은 형용사나 동사로 쓰이는 영어 단어가 우리말에서는 모두 명사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디스하다’처럼 한국어에서 사용되고 있는 영어 차용어가 아직 국어사전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영어 동사와 형용사에 한국어 접미사 ‘~하다(이다)’가 붙어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논문은 주장한다.

하지만 외래어를 차용할 때 외래어 자체의 어법적, 문법적 기능을 모두 무시하고 우리말의 어법에 맞도록 차용하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레알 추천’처럼 형용사 ‘real’이 우리말 일부에 들어오면서 그 속에 섞여서 국어의 일부로 품사가 명사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확산된 한국어에 차용된 영어는 외래어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관심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지금까지 정부나 학계가 영어 차용어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은 이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충분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국립국어원 이유원 연구원은 “로마자 표기법이나 외국어를 한국어로 바꾸자는 외래어 순화에 국한된 상태”라며 “반면 영어 차용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미미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