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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고 장민석 군, ‘정체전선’ 소설집 출간
교사·친구들 격려로 출판기념 신고식 치러

초등학교 때부터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한 고3 수험생이 교사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소소하지만 뜻 깊은 신고식을 치렀다.

서울영훈고등학교(교장 한기호) 3학년 장민석 군은 지난 9월 자신의 옥탑방 생활을 모티브로 한 자전적 소설 ‘정체전선’을 출간했다.

장 군은 수능 마무리가 한창인 지난여름방학 때 소설집 탈고 작업에 매달렸다. 입시에 몰두해야 할 시기였지만 그는 진짜 꿈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2 때까지 3년간 집필한 글을 모아 작품집으로 꾸렸다.

장 군은 부모님의 권유로 중학교 1학년 때 집 옥상 한켠에 마련된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책상과 몸이 누우면 꽉 차는 옥탑방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장 군은 여름 한날, 쏟아지는 장맛비를 바라보며 심미적 감수성을 키웠다. 옥탑방은 장군에게 글을 쓰게 하는 동태적인 공간이 돼줬다. 그리고 언젠가 책을 내겠다는 소박한 꿈을 키웠다.

장 군의 바람이 실현되기까지는 작은 난관들이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메이저 출판사부터 작은 출판사까지 홀로 찾아다니며 책 출간 뜻을 내비쳤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고교생의 글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모호하고 어설프다며 꾸짖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장 군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다수의 저서를 펴낸 바 있는 영훈고 최관하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용기를 내 자신의 습작품을 내보였다.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최 교사는 장 군의 글을 지나치지 않고 꼼꼼하게 살폈다. 글은 자전적 소설이면서도 장 군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3인칭의 소설이면서도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최 교사는 자비출판을 제안했다.

그러나 자비출판은 장 군에게 부담이었다. 일정 수량 이상을 자신이 가져가야 하는 자비출판 구조상 장 군이 감수해야할 비용이 컸다. 최 교사는 장 군에게 시간을 가지며 때를 기다릴 것을 제의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갔다. 장 군의 글이 묻히게 될 때쯤 극적으로 영훈고 기독교 동아리를 후원하는 출판사 사장과의 인연이 이어졌다. 장 군의 글이 가능성 있다고 평가하면서 실비만 받고 출간해주겠다고 했다. 비로소 장 군과 최 교사의 얼굴이 환해졌다.

장 군 손에 들린 소설집의 이름은 ‘정체전선’. 남부지방에서 올라오는 정체전선이 서울로 북상해 쏟아지는 비를 모티브로 삼아 연작으로 묶은 소설이다. 처녀작을 받아든 제자에게 최 교사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오래 전 스승으로부터 처음 내놓는 작품은 출판기념회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최 교사는 정 군에게 전했다. 정 군의 출판기념회는 최 교사와 동아리 학생들의 도움으로 지난달 17일 영훈고 인근 선교센터에서 열렸다. 최초의 고교생 출판기념회이었다.

정민석 군은 “책을 내게 된 것도 놀랍고 감사한 일이었는데 출판기념회까지 갖게 돼 기쁘고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얼떨떨하다”며 “조각에 불과한 글을 하나의 책으로 묶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멋진 작가가 되는 것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뜻을 내비쳤다.

최관하 교사는 “장 군의 글은 분리해 보아도 글이 되고 또 이어서 읽어도 글이 된다”며 “청소년으로서의 고뇌와 묵상, 그리고 철학이 담긴 것을 보면서 이 시대의 훌륭한 글을 쓰는 인물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