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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특수학교 교과서, 순응·적응 등에 초점
인권자료 부족하고 특수학교 인권의식 둔감
“사회·직업교과 교육과정서 인권 곁들여야”

현행 특수학교의 교과서가 장애학생들에게 사회 순응과 적응 등을 강조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교육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인권교육’이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 2008년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개발된 특수학교 교과서는 사회와 실과, 직업교과 등을 통해 인권교육이 가능하지만 현행 교과서에는 인권교육 서술이 부재한 상태다.

실제로 직업교과 경우 학교교육 이후 장애학생이 직업을 갖고,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직업기초, 기능과 태도, 대인관계, 기본소양, 직업생활 등을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으나 사회에서 마주하게 될 인권문제나 기본권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실과 교과서 역시 장애학생이 가족을 알고 구체적으로 가정생활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어 인권교육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원명진학교 김정현 교사는 “현 특수학교 기본교육과정은 장애학생을 어떻게 하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시킬 것인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성폭력과 노동력 착취, 금품갈취 등 인권침해 노출되기 쉬운 장애학생에게 최소한 좋은 것과 싫은 것을 구분하고 선택적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는 2012년까지 사용하게 될 2008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에 인권교육 서술이 빠져있다 하더라도 교사가 재량껏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인권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특수교육원 교육과정 교과서 기획팀 송영준 연구사는 “시도교육청에서 나온 인권자료와 학교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료로 인권교육을 할 수 있다”며 “인권 서술이 미비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4년까지 5단계의 특수학교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를 개발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수학교 현장은 인권교육 자료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별도 시간을 마련해 교육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장애교육권연대 허영진 정책위원장은 “도가니 사태 이후 교육청이 전달연수로 제공한 자료가 고작 PPT자료였다”며 “장애학생 특성에 맞게 인권자료를 가공해야 하는데 교육당국은 뒷짐 지고 교사들에게 일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초등학교 류경원 특수교사는 “창제시간에 특수교육을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이 창재시간에 체험학습 떠나는 마당에 인권교육이 이뤄지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권자료도 부족하지만 특수학교의 둔감한 인권의식도 문제”라며 “수련활동 중 남녀 특수학생들이 한 방에서 자거나 여교사가 남학생을 목욕시키는 등의 행동이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