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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여교사만 잔뜩
괜찮은 남교사는 짝 있어
안 되겠다 싶어 용기 내서
결혼정보업체·카페 똑똑똑”

임고 공부하다 서른이 됐다
경기도 오산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L교사. 그녀의 올해 나이는 서른넷이다. 2007년, 교직에 첫발을 내딛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교사가 되고자 교육대학원을 갔다. 임용고시 준비는 3년 했다. 중간에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서른 전에 노량진을 떠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시인 최승자는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고 했는데, L교사는 다행히 서른 살에 교사가 됐다. 교사가 된 후 1~2년 동안은 정신없이 수업하고 교과연구에 매달렸다. 직업을 가지니 삶이 안정을 찾아갔다. 격랑을 이겨내고 안정을 되찾는데 32년이 걸렸다. 덕분에 20대 청춘은 휙 지나갔다. 교사가 되면, 학교일이 수월해지면, 시간이 생기면 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제대로 남자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 탓일까. 연애를 해본지가 너무 오래돼 지금이라도 제대로 연애 한 번 해보고 싶은데, 학교는 여교사 천지고, 괜찮다 싶은 남교사는 이미 짝이 있다. 도대체 남자를 만날 곳이 없다. L교사는 안 되겠다 싶어 지난해 가을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했다.

4살 터울이 뭐 길래
결혼정보업체들은 여교사를 특별 관리한다. 타 직군에 비해 여자들이 많고, 대학 재수와 휴학, 어학연수에 임용고시 준비로 교직이 들어오는 나이가 점점 늦어져 골드미스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업의 안정성은 타 직군에 비해 좋다. 그래서 결혼시장은 여교사를 우대한다. 결혼정보업체의 단체미팅에는 공식이 있다. 참가자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여자의 나이와 남자의 나이 차를 4살로 둔다. 이 말은 서른셋 L교사의 매칭 상대 남자의 나이가 서른일곱이라는 얘기다. 결혼정보업체에서는 이를 ‘꼭지점 터울’이라고 부른다.
D결혼정보업체 N팀장은 “매칭을 할 때 꼭지점 연령 터울로 4살을 두는데 이렇게 해야 단체미팅에서 교재를 할 때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참가자들이 불편하지 않다”며 “여성의 나이 서른둘이 넘으면 30대 중후반이 소개되는데 그 나이대의 초혼은 흔치 않아 결과적으로 40대까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L교사는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혼기에 좋은 4살 터울은 바라지도 않는다. 좋은 사람이면 된다”

대놓고 결혼 내건 커뮤니티
L교사는 지난해 가을부터 겨울까지 2번의 단체미팅에 참가했다. 두 번 뿐이지만, 단체미팅 후 결혼정보업체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결혼을 목적으로 한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 최근 친목 모임으로 형성된 커뮤니티 사이에서 결혼을 목적으로 개설되는 모임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성을 만나기 위해 야구나 축구, 등산, 요리, 커피 등 취미를 내걸고 친목을 쌓으면서 결혼까지 하던 것을 이제는 취미를 파악하느라 시간 보내지 말고 솔직하게 결혼하기 위해서 이성을 찾는다고 인정하면서 상대를 만나자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 카페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여교사들은 건전한 분위기만 유지된다면 솔직하게 결혼을 위해, 이성을 찾기 위해 모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소감을 올렸다.
L교사는 “대학을 가고 직업을 갖고 나니 삶의 안정이란 게 가정을 갖는 것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당분간 결혼정보업체와 카페에서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대방의 신원이 소상히 공개되는 오프라인 결혼정보업체와 기본 신상만 공개되는 온라인 결혼 커뮤니티에서 골드미스 여교사들은 내 님을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