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모성괴담․강남괴담 유포
자폐적․병리적인 모자관계 위험
학부모 대상 자녀 양육법 절실
전국 1등을 강요한 모친을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8개월간 방안에 방치한 고교 3학년 지모군의 사건이 일단락됐다. 사건 보도 후 여기저기에서 자녀의 가능성은 보지 않고 오직 성적만 집착하는 현상이 대두됐고, 공부에서 밀려나면 끝장이라는 피해의식과 부모자식 간의 소통 부재, 패자부활전이 없는 무한경쟁 사회가 도마에 올랐다. 충동 조절을 못하는 요즘 아이들의 성향과 순탄치 않은 가정환경을 지적하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괴담은 여전히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일곱 살 민석이’가 대표적인 모성괴담에 속한다. 일곱 살 민석이가 엄마한테 “내가 엄마 말 잘 들어야 엄마 오래 살아?” 묻자 엄마가 “그럼” 대답하니 “그럼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 살아라”고 답한다. 놀란 엄마가 “왜” 반문하자 “엄마 말 잘 들으려면 엄마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데 밥 먹으라면 밥 먹고 공부하라면 공부해야 하고 하지 말라면 안 해야 하는데 그러면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 살아”라고 대답했다는 게 내용의 줄거리다.
모성괴담보다 버전이 다양한 강남괴담은 처참하고 씁쓸한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강남에 사는 고등학생 아들이 엄마를 불러 본드를 발라놓은 벽으로 밀어 붙어버렸다는 내용이다. 아들은 벽에 붙은 엄마를 보고 피식 웃었고, 엄마는 얼굴이 망가진 채 병원에 가서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받았다.
또 다른 버전도 있다. 명문대 산하 영재교육원에서 2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강남의 중학생 김군이 어느 날 갑자기 손에서 공부를 놓자 자신을 다그치는 엄마한테 “내가 엄마 때문에 공부했지, 나 때문에 공부했어?” 말하고 나갔다는 괴담이나 김군보다 더 공부를 잘했던 박군이 게임에 너무 빠지자 화가 난 엄마가 CD를 뽑아서 던지니 박군이 스스로 창밖으로 떨어져나갔다는 내용이다. 참담하고 애처로운 괴담이다.
이번 사건과 가상공간인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은 모두 모자관계를 축으로 삼고 있다. 모친을 살해한 고교생 사건과 모성괴담 사이에는 가족해체라는 공통적인 배경 요소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전통적 가족체제에서는 자녀가 부모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어도 옆에서 다독여줄 할아버지, 고모, 삼촌이 있었지만 오늘날 핵가족 맞벌이 부부 체제에서는 소통을 시도할 이조차 없다는 게 문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최인재 박사는 “이번 사건과 모성괴담은 그동안 원초적 가족관계를 성숙시키던 관계와 제도가 철저하게 붕괴된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며 “이런 상황에서 모자관계는 자폐적인 관계로 변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진단했다.
지나친 부모의 대리만족이 모자관계를 병리적으로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형 박사는 “교육만이 경쟁사회에서 자리를 굳힐 수 있는 수단이라고 여기는 부모들이 가계 소득 대부분을 자식 교육에 투자하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좋지 않자 자식을 다그치게 되고 결국 모자는 병리적인 관계로 전락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자폐적이고 병리적인 모자관계의 대안은 무엇일까. 장 박사는 “가족 구성원 간의 치유에 앞서 교육기관의 학부모 교육이 절실하다”며 “입시 대비법이나 합격비법이 아닌 자녀양육법과 자녀와의 의사소통, 부모역할 등을 중심으로 교육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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