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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기자재 사주고 유지보수 발뺌
수리․교체․점검비용 일체 학교서 부담
“기자재 유지 및 보수비용 지원 절실”

교과교실제도를 도입한 학교들이 기자재 유지 및 보수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교과부가 지원하는 운영비는 인건비와 교재비로만 지출할 수 있어 미처 수리비 명목의 예산을 마련하지 못한 학교들은 부랴부랴 여기저기에서 예산을 끌어다 쓰는 형편이다.

지난 2009년 교과교실 운영 학교로 선발된 서울 C고등학교는 올해 초 프로젝트 수리비용으로 한바탕 속을 앓았다. 교실 천장에 프로젝트를 설치해 화이트보드(칠판)에 빛을 쏘는 방법으로 수업하던 이 학교는 수업 중 프로젝트가 꺼지거나 터치방식의 리모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업이 중단되곤 했다. 결국 이 학교는 1년간의 무상수리보증기간이 종료된 탓에 혜택도 보지 못하고 지난해 남은 과학실 예산에 추경예산을 보태 3대의 프로젝트를 수리했다.

C고등학교 관계자는 “전자제품 기자재를 사용하다 보면 고장이 나거나 부품을 교체하는 일이 잦은데 매해 지원받는 운영비에서는 한 푼도 사용할 수 없다”면서 “기자재 유지보수비용은 학교에 떠넘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교과교실제를 전면 도입한 서울 D중학교는 각 교과교실마다 40인치 프로젝션TV를 설치하면서 만만치 않은 점검비용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총 48개의 교과교실을 구축한 D중학교는 올해 운영비 5,40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유지보수비용은 학교 자체 예산으로 해결하고 있다.

D중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철저하게 인건비와 교재연구비에 한해서만 운영비를 지출하게 하고 있어 기자재 점검비용을 교내 시설비 예산에서 일부 보조받아 처리했다”면서 “점검비용으로 출장비 포함해서 500여만 원이 지출됐다”고 털어놨다.

D중학교 교과교실 담당교사는 “기자재를 사용하다가 고장이 났을 경우 수리할 재정적 여건이 안 되면 오히려 사용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된다”면서 “교과부가 새로운 시설이나 기자재만 지원하고 말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지보수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에서는 LCD, 터치스크린 등 신기술이 접목된 기자재를 학교현장에 섣부르게 도입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 Y초등학교 K교장은 “학교에 LCD전자칠판 등이 보급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교사가 없어 잦은 고장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신기술 등장이라는 기류에 휩쓸려 무작정 기자재를 도입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