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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이후 학교 소대위원회·학운위 구성
기존 학칙 무시한 염색·파마·화장 늘어
적발 대신 훈시, 학교 “일단 지켜볼 것”

지난 1월 서울학생인권조례 공포 이후 새학기를 맞은 학교생활지도가 과도기를 겪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보도를 접한 일부 학생들이 기존 학칙을 무시하고 파마와 염색 등으로 학칙을 위반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3월 이후에나 소대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새로운 학칙을 제·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방문한 서울 D여고는 염색과 파마를 하고 귀걸이를 착용한 학생들이 예년에 비해 늘어난 상태다. 서울 D여고 생활지도부장교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염색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고, 교사의 눈을 피해 파마한 학생은 한두 명에 불과했는데, 올해 염색과 파마를 한 학생이 한 학년에 10명 가량 된다”며 “학칙은 아직 제개정되지도 않았는데 학생인권조례 시행 바람이 불면서 학생들이 앞서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월 학칙 제개정을 중단하라는 시교육청의 공문이 내려온 데다 학운위 심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4월까지는 생활지도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예년과 달리 학생들의 파마와 염색은 늘었지만 학교현장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큰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만큼 학생들의 자정능력을 믿어보겠다는 것이다. 서울 S여자산업고등학교 생활지도부장교사는 “학교 구성원들이 조례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는 상황은 과도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시행 후 학생들의 용모가 탈선에 영향을 주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파마와 염색을 한 서울 K고 여학생 일부가 방과 후 클럽에 출입한 사실이 지난 5일경 학생부에 전해져 교사들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지만 뚜렷한 물증이 없어 일단락되기도 했다.

서울 K고 학생부장교사는 “이전에도 파마와 염색을 한 학생들은 있었지만, 조례 시행 이후 학생들의 용모가 더욱 자유분방해져 방과 후 유흥업소 출입이 쉬워질까 염려된다”면서 그러나 “현재 적발과 단속 위주의 생활지도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마와 염색, 화장, 귀걸이를 착용한 학생들에게 훈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벌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K고는 염색과 파마를 한 학생들에게 벌점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시행이 교내 선도 분위기를 와해시키고, 최소한의 학생규정 가이드라인을 축소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H고 학생체육부장교사는 “학생인권조례가 오히려 선도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게 돼버렸다”며 “이게 진정한 의미의 학생인권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