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석 대구가창중학교 교장
11월 25일 저녁, 뮤지컬 특성화 학교인 대구 가창중학교(교장 변태석·사진)에서 이 학교 학부모 16명이, 100여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뮤지컬 ‘바람 불어 좋은 날’ 공연을 펼쳤다. 전문적인 뮤지컬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학부모들의 공연은 주변에 화제가 되었고, 특히 수업과정으로 뮤지컬을 공부하는 자녀들을 놀라게 했다.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관심과 열정으로 전문가 못지않은 열정적인 공연을 보여 주었으며, 여기에 전문적인 음향과 조명, 무대 배경이 사용되어 더욱 빛나는 공연이 되었다.
▲ 자유학기제 진로탐색활동으로 1박 2일간의 자전거여행을 간 가창중학교 학생들
2017년 뮤지컬 특성화 학교 전환
가창중학교는 1963년에 개교를 하였으나 1980년대 이후 이농현상 등으로 학생 수가 줄어 폐교의 위기를 느끼던 중, 2016년도부터 대안형 특성화 학교로 전환을 추진하여 2017년 9월 1일 교육부로부터 전환 인가를 받아, 2018학년도부터 뮤지컬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화중학교로 전환하고,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세 가지 역량을 중점적으로 키우고 있다.
첫째,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문화예술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뮤지컬과 관련된 교육과정을 20% 정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중학교에서는 보기 어려운 연극, 성악, 합창, 현대무용, 댄스, 1인 1악기, 뮤지컬 이해 등의 수업이 교육과정에 편성되어 있어서 학생들은 매일 2~3시간 이상 예술교육을 하면서 학교생활을 즐긴다. 또한 하루 3시간씩 배치되어 있는 방과후 학교는 대부분 예술교육으로 채워져 좀 더 심화학습을 원하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 학생들이 뮤지컬캠프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둘째,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해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으로 여행과 뮤지컬 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신입생들은 입학식 다음 주에 뮤지컬캠프에 참여하는데, 5일간의 집중 교육을 마치면 마지막 날 저녁에 가족들을 초대해서 공연을 한다. 2학년은 2학기가 시작할 무렵에 일주일간의 뮤지컬 캠프를 실시하고, 3학년은 12월에 졸업 기념 뮤지컬 공연을 한다. 특히 3학년 뮤지컬 공연은 2학년 때 만든 대본으로 펼치는 공연이라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학년별 여행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 1학년은 3일간의 대구-부산 자전거 여행, 2학년은 3일간의 동해안 블루로드 도보여행, 3학년은 5일간의 제주도 도보여행을 실시하며, 이러한 여행과 공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감을 얻고 자존감이 성장하게 된다.
셋째, 진로에 대한 자기 결정권 강화를 위해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한 학기 단위로 진행되는 이 수업은 전교생이 참여하고 전 교사가 멘토로 지도하며, 자신의 진로나 흥미와 관련된 직업이나 활동을 주제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한 학기 동안 탐구를 한 뒤, 학생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다양한 탐색을 하게 되고, 기획력, 집행력, 발표력 등을 키운다.
학부모들의 뮤지컬 공연
가창중학교는 특성화학교 전환 후 지역사회의 문화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공연을 계획했다. ‘학부모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뮤지컬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많은 학부모들이 참가했고, 한 달 동안 일주일에 두 번, 하루 두 시간씩 총 열 차례 연습을 했다.
이렇게 해서 무대에 세워진 뮤지컬 ‘바람불어 좋은 날’은 1980년대 도시를 배경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표현한 뮤지컬로 타지에서 만난 새로운 가족들이 서로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일상의 이야기를 주제로 했다.
▲ 11월 25일 학교 강당에서 학부모 16명이 출연, 뮤지컬 ‘바람 불어 좋은 날’을 공연했다.
공연을 관람한 1학년 유예원 학생은 “엄마가 공연 연습에 항상 재미있게 열심히 참여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오늘 공연 보러 오는 길에 제가 더 긴장이 많이 되었는데 저보다 잘하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통해 학부모들은 학창 시절 한 번쯤 가져봤을 ‘공연 무대’에 대한 꿈을 이루는 계기가 됐고, 자녀들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공연 활동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이 생기면서, 학교에서 왜 교육과정 속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고, 학교에 대한 신뢰가 깊어졌다.
미래교육을 이끌어 나가는 학교
변태석 가창중학교 교장은 “우리 학교가 뮤지컬특성화중학교로 전환을 추진할 때만 해도 모든 기획은 학교를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면서 우리 학교의 교육과정이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미래학교의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경북, 경남, 전남, 충북, 강원 등 타지역에서 여러 학교가 우리 학교의 교육과정을 배우기 위해 방문했고, 앞으로 그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교사와 학생 모두 ‘미래교육을 이끌어 나가는 학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교육활동에 임해주어 감사하다”라며 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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