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오
교육평론가
32년 교직을 얼마 전 은퇴한 어떤 실업계 여학교에서 국어 선생님 하신 분이 카톡으로 필자에게 보낸 글을 소개한다.
저도 평생 학교에서 보냈어요. 학생들에게 글을 제대로 이해하고, 생각을 잘 쓸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었어요. 결국 암기시키고 평가하고 망각시키는 수업만 했어요. 평소 능력을 강조하다가 시험기간만 되면 암기시키고 평가에 집중했어요. 평가하려면, 학생간 변별이 되어 등급이 나 와야 하고, 여러 반들은 평균이 비슷해야 합니다.
점수에 무관심한 교사는 교직에서 견디기 힘듭니다. 교장 이나 학부모 심지어 학생들도 비난합니다. 교사는 주체도 없어야 하고 노예가 되어야 교직에 머물 수 있습니다. 이런 한심한 나라에 산다는 것이 스스로 작아지고 한심하게 느껴지네요.
필자와 신림동 고시원에서 젊은 시절을 같이한 이 선생님은 한국 교육의 실상을 암기, 주입, 평가, 망각이라고 요약 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글을 제대로 이해하고 생각을 잘 쓸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었지만, 한국적 평가의 본질인 변별력의 벽에 부딪혀 결국 자 신의 꿈을 펴지 못하고 교직을 통해서 밥벌이하는데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거의 모든 교사들의 경험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한국이 헬조선으로 변하고 젊은 이들이 ‘N포 세대’로 변해서 희망을 잃고 있는 것도 결국 제대로 교육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 부동산 문제, 지방 소멸의 문제, 인구 감소, 노령화 등의 문제들도 이와 직간접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
<이하 내용은 월간 교육평론 1월호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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