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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 꼭 3개월 되는 날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동네북 신세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에서 교육은 실종됐다. 디지털 100만 인재양성 등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이렇다 할 것은 없었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교육은 잘해야 본전, 건드려 봐야 득 될 게 없다는 생각이 깔린 탓이다.

대선 직후 구성된 인수위원회에도 다를 바 없었다. 인수위원에 교육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교육계의 반발이 컸다. 전문위원에도 유·초·중등 분야 교육 전문가가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교육계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던 즈음 교육부 폐지론이 나왔다. 교육계가 너나 할 것 없이 들고 일어섰다.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폐지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교육부에 비판적인 대학들까지 가세했다. 그 덕에(?) 교육부는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다.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는 자잘한 내용들로 빈칸을 채웠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 아젠다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과제들이었다. 시대정신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육 홀대’라는 느낌은 여전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교육 스텝은 자꾸만 꼬여갔다. 초대 교육부 장관에 내정된 김인철 전 외대 총장은 풀브라이트 장학금 등 아빠찬스 논란과 방석집 사건이 터지면서 낙마했다.

후임으로 지명된 박순애 후보자는 음주운전과 논문 재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음주 수치가 0.251을 기록 만취 상태로 나타나면서 충격을 더했다.

비록 20년 전 일이라곤 하지만 국민정서는 쉽게 받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교원들은 음주운전 한 번 만 해도 교장 승진이 안된다. 장관이라는 이유로 눈감아 줄 수 없는 일. 지금은 지위고하를 따지는 세상이 아니다.

이뿐인가. 교육을 담당하는 대통령특별보좌과은 7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안구질환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그러나 물러난 특보는 8일 위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을 받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안구질환 때문만은 아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은 또 있다. 의사로부터 정확한 진단이 나오기도 전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이 인터넷에 떠돈다. 본인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펄쩍 뛴다고 한다.

7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교육부가 경제부처 처럼 일할 것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 그런 혁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국가의 운명이 걸려있는 역점 사업을 우리가 치고 나가지 못 한다면 이런 교육부는 필요가 없다. 시대에 뒤처진 일을 내세운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교육부는 폐지돼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교육부는 지금 국장 자리만 4개가 비어있다. 장관도 주무국장도 공석이다. 후임 인사가 언제 이뤄질지 누구도 모른다. 조직의 수장도, 실무를 총괄할 국장도 없는데 대통령은 불호령이다.

교육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뭘 어쩌라는 것인가. 우리가 잘한 건 없다손 치더라도 이런 대접까지 받아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교육의 수단적 가치를 중시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전인교육으로서 교육 본연의 가치는 경시한 것 아니냐는 평가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0년 실시한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문제로 ‘학생의 인성·도덕성 약화’(48.0%)를 1위로 꼽았다. 산업인력 양성을 첫손에 꼽은 대통령의 인식과 차이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을 중시한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2조에는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적혀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교육에 왕도는 없지만 기본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