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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희
서울 노일초등학교 교장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에 위치한 서울 노일초등학교(교장 유창희·사진), 공기도 하늘도 청명한 학교 텃밭엔 아이들이 석 달 전부터 직접 심어 가꾼 무 수확이 한창이다. 학교 텃밭에서 자랐다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굵고 튼실하고 무청도 푸르고 싱싱하다. 지난 7일 이틀에 거쳐 노일초교는 학생들이 직접 수확한 무로 깍두기를 담가 상계1동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어르신, 불우한 이웃에게 전달했다.

▲ 담임 교사와 함께 직접 재배한 무로 깍두기를 신나게 버무리고 있는 아이들 모습.

깍두기 담그기 실습하는 교실 쪽 복도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학교가 잔치집 같다. 고사리 손으로 또각또각 두터운 무를 정성껏 잘도 썬다. 신나게 썰다가도, 시끌벅적 버무리다가도 선생님이 다음 과정을 설명할 땐 모두가 집중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빛나는 눈동자들에 설레는 모습이 역력하다. 5학년 아이들이 만든 깍두기라고 대충 만들었을 것이란 생각은 큰 오산이다. 적어도 이번 현장실습을 마친 아이들은 밀가루 풀이 다양한 재료들과 어우러져 감칠맛을 내는 것과 가는 고춧가루와 굵은 고춧가루의 활용법을 안다. 이렇게 아이들이 웃고 요리를 즐기는 동안 실습을 진행하는 세 분의 교사는 손과 발이 바쁘다. 설명하랴, 무 씻으랴, 양념 나눠주랴… 한 아이가 먹어보라며 입에 하나 넣어준다. 무가 달아서 그런지 알싸하게 매운맛이 아니라, 오늘 담갔다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원하고 달다. 어느 식탁에 오르든 이 깍두기가 밥도둑이다. 이날 최시우 학생은 “직접 키운 무를 뽑아서 깍두기를 담아보니까 재미있고 보람 있었다”고 소감을 전하고, 전 실습과정을 진행한 이문종 교사는 “텃밭에서 무를 심고 재배하고 수확해 직접 요리와 기부까지, 아이들에게는 굉장한 경험이 되었다”면서 일회성이 아니라 중요한 현장실습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지난 16일에는 아이들이 정성껏 담근 김치를 상계1동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지역 독거노인에게 전달했다.

이번 현장실습은 6학년은 곶감 만들기 등으로 각 학년의 수준에 맞게 구성됐다. 이는 노일초교 학교특색사업인 3온(溫·ON·온)교육의 일환이다. 노일초는 ▲따뜻한 마음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을 교육목표로 특색사업들을 해마다 일궈왔다. 구체적으로 하루에 3가지씩은 감사한 마음을 갖고, 가방에 책 한 권은 늘 지니며, 가치 있는 일을 경험하면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천할 수 있도록 특색사업을 운영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노일초교는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자전거안전교육을 실시, 학생들이 보조 바퀴가 달린 네발 자전거로 시작해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을 방불하는 초급인증제를 통과하는 등 교통안전에 모범적인 학교로 정평이 나 있다.

유창희 교장은 “옛날에는 학교예산이 늘 부족해서 이런 체험들을 엄두를 못내었다”며 “요즘은 목적사업으로 신청하면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해주니 맘만 먹으면 학교에서 얼마든지 특색사업을 펼칠수 있다”고 전했다. 자신은 농부 출신이라는 유교장은 처음 교편을 잡을 때부터 학교에서 아이들과 누에 키우기, 벼 재배하고 수확하기 등 다양한 현장체험교육을 운영했다. 이런 체험활동을 통해 “결국 생명의 신비와 고귀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싶다. 그것이 인성교육 및 교과학습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