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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꿈 많은 고교 시절, 이는 청춘(靑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시기라 할 것이다. 여기엔 이상과 낭만, 꿈과 끼로 무장한 활력과 진취력, 호연지기가 내재한다. 그래서 그들이 꿈을 꾼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기도 하다. 이 시기엔 각자에게 롤모델(Role Model)이 존재하고 그들을 닮기 위한 끊임없는 모방과 흉내가 이루어진다. 한때 우리 청소년들의 선망의 직업이었던 교사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21년 A 고교 3학년 학생들의 진로 에세이 쓰기에 등장한 직업군에서도 교사는 여전히 인기있는 직업이었다. 밖에서는 아무리 교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화되고 교사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어도 학교에선 선망의 직업으로 인식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단순한 지식의 전달은 더 이상 의미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 코로나19 위기에 학교가 사회화 기관으로의 기능을 상실했다. 온라인 수업에 적응한 아이들 사이엔 ‘학교 무용론’마저 등장했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대문명 사회에서 교사의 존재는 되레 더 필수적이다. 이는 사회에 적응하여 ‘성장’하도록 가르치는 역할은 교사 본연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는 인간은 절대적 진리를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개념은 메타포를 통해 이름을 붙인 것일 뿐, 사물이나 관념의 본질과 객관적 성질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진짜는 없고 허상만 있을 뿐’이라는 그의 말은 현재 우리의 교육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그 내용의 본질을 파악하여 학생의 진로와 미래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보다는 시험을 통해 서열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이는 교사의 탓이 아니라 학습의 목적이 본질을 구현하는 것이 아닌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에 있는 제도적 문제이다.

이런 교육의 현실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중에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보고 존 키팅 선생님 같은 자세가 가장 교사에게 필요한 자질이라 생각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는 공부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보다 더 중요한 삶의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영화 속의 키팅 선생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진정한 교사는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호 공존의 틀 속에서 다양한 해석들이 서로를 자극하는 경쟁을 통해 더 나은 해석을 추구해야 한다는 니체의 ‘해석적 진리’처럼 그는 삶의 성장과 관련하여 세상이 변화함에 따라 교육의 방향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태도를 갖춘 창의적이고 생각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결국 사범대학에 진학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향한 위대한 여정을 시작했다.

필자 또한 예비 교사 시절에 “가르치는 자는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보면서 4년의 학창 시절을 보냈다. 실제 교사가 되어 교단에 선 이후 이 말의 깊은 의미를 실감했고 언제나 책을 가까이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교사의 전문적 소양을 키웠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교사가 성장하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가? 필자의 눈에 비친 교사들의 모습은 안타까운 면이 많다. 그것은 매년 학력(學力)이 우수한 학생들이 교사의 길로 들어서지만 그들은 ‘고인 물은 썪는다’의 증거인 양 어느 순간 성장이 정체되고 침체되어 간다. 더 이상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교사의 법적 수업 준비 시간을 줄이려던 덴마크 정부는 가르치는 지식을 매년 새롭게 해야만 같은 학생들을 오랜 기간 교육할 수 있다며 이에 절대 반대한 교사들의 저항을 감내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덴마크는 학생과 학부모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서 동일 교사가 3~9년의 장기간 담임과 교과 지도를 맡고 있다. 이것이 바로 교사 성장이 요구되는 단적인 이유다. 교사의 성장은 학생들의 꿈과 미래의 희망을 심어주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