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전재학

인천산곡남중 교장

흔히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걸작품도 전혀 새로운 것에 의해서 탄생한 것은 없다. 기존의 사물이나 발상을 기반으로 여기에 다른 각도에서 보는 관점을 가미한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엔 완전 무에서 유로 창조된 것은 없다. 바로 지금 이 시대는 이러한 현상이 자연스럽게 또는 전략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왜냐면 지금은 협업에 의해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산업계에서는 협업(Collaboration)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컬래버노믹스(Collabonomics)’라는 말이 등장했다. 그 한 예로 과거 방탄소년단(BTS)의 경우를 보라. BTS 컬래버 제품이 나올 때마다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처럼 대중 연예인을 활용한 컬래버도 늘고, 유명 인사와 협업한 셀러브리티컬래버도 있다. 어느 한 가지만 독단적으로 성공을 이루긴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서로 생각의 조합을 이룸으로써 상생의 결과를 낳고 이것이 점차 시대의 흐름 내지 시대정신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몇 년 전 스위스 바젤에서 이를 증명하는 획기적인 행사가 있었다. 명품 시계 박람회에 우리나라 시계가 출품돼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시계는 자판은 옻칠하고 자개로 삼족오를 새겨 넣었다. 테두리에도 정교하게 자개 무늬를 넣었다. 이 작업은 한 명의 우리나라 자개 장인이 맡았다. 알려진 바와 같이 옻칠은 친환경 전통예술이다. 자개 또한 천연소재를 이용해 수백 년 이어온 전통예술이다. 삼족오는 고대 신화에 나오는 태양 속에 사는 세 발 달린 새로, 불멸을 상징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콘텐츠가 함께 작품을 이루어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이 시계에 대한 반응으로 명품 시계 평론가들이 ‘동양의 신비를 간직한 매우 독특한 작품’이라고 극찬했고, 현지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그 결과 시계 가격은 500만 원이었는데, 5,000만 원에 유럽과 중동 부자들에게 팔려나갔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스위스·독일·일본이라는 시계 산업의 강국들과 시계 기술만으론 경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트 기술이 시계 기술과 융합한 아트컬레버 기술은 이처럼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지 않았는가? 아트컬래버는 제품과 예술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내며 기업과 예술가의 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는 젊은 예술가들을 선발해 중소기업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아트컬래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젊은 예술가들이 중소기업에서 3개월간 근무하면서 기존 제품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새롭게 디자인해준다. 탄생한 제품들은 코트라 본사 건물에서 전시회까지 연다. 이 전시회에는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해외 바이어들도 찾아와 구매 상담을 한다고 한다. 기업을 돕고 예술가도 지원하는 코트라의 멋진 프로젝트다. 또한 코트라의 아트컬래버 명화전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화가가 작고한 지 70년이 지나면 지적재산권이 해제된다. 여기에 착안해 중소기업 제품에 명화를 입히는 작업을 한 것이다. 이런 작업은 ‘제품에서 작품으로’ 바뀌는 산 증거이다. 이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 둘 다 상생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세계무대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협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는 농산물, 공산물, 수산물 등 예외가 없다. 포장디자인 기술을 협업으로 활용하면 된다. 유능한 우리의 젊은 예술가들이나 미술계열 우수 학생들을 선발해서 포장에 아트를 입히는 아트컬래버 사업은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역별로 기업의 지원을 받아 코디네이팅할 수도 있다. 여기엔 지적재산권이 해제된 작품을 활용하여 명화 컬래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협업의 시대에 걸맞게 최적의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창조의 지혜이다. 나아가 날로 소외되는 지방과 침체된 산업에 비로소 협업을 통해 상생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지속발전이 가능한 협업을 위해선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컬래버 시대, 그 등불을 밝히는 것은 상생을 지향하는 교육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