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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숙

수필가, 前 경기 법원초등학교 교장

교육부가 2025년 수학, 영어 등 일부 교과에, 2028년에 전 과목에 AI(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교육계에 혼란이 찾아온 듯 하다.

앞으로 AI가 교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젊은 교사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그럴까?

‘디지털 교과서’가 나온 것은 생각보다 오래 됐다. 개인용 컴퓨터가 점차 대중화되던 1980년대 말, 컴퓨터가 ‘게임’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학습용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광고에서는 ‘이 프로그램만 있으면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선전했지만, 실상은 단어장의 기능을 벗어나지 못한 단순한 프로그램이었고, 실제로 그것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도 없었다.

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 교과서는 그 후로도 계속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사실상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은 공부할 때 PC, 태블릿 등을 쓰기도 하지만, AI는 학습과정의 극히 적은 부분에서 극히 적은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태블릿이나 PC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학습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부분은, 중·고생의 경우에는 인터넷 강의이다. 사람 교사가 강의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사람인 학생이 수업하는 것이다. 수백 년 전의 수업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디지털 교과서 역시 다르지 않다. 책의 내용을 프로그램화해 넣었을 뿐, ‘책’과 다를 바 없다. 지금 현재 이러할 진데, 2년 후의 학생들이 AI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한다?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교사의 역할을 대체한다? 과연 그럴까?

AI가 꾸준히 발전할 것이라는 것에는 필자 역시 동의한다. 그러나 AI가 ‘살아있는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감정과 창의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수학적 계산을 빠르게 할 수 있고, 더 많은 정확한 지식을 꺼낼 수 있지만, ‘상식’은 배울 수 없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없는 부분으로 환대(hospitality), 관리(management), 창의성(creativity) 세 가지를 꼽았다. 비언어적 의사소통과 공감 능력(환대), 성장관리와 마음관리(관리), 집단지성과 새로운 아이디어 실현(창의성), 이 모두가 교사와 학생 간에 수업시간 뿐만 아니라 수업이 아닌 시간에도 해야 할 일이고, 그리고 이 일은 결코 AI가 대체할 수 없다.

IBM의 딥블루가 체스에서 가스파로프를 이기고(1996),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을 이겼다 해도(2016), 놀랄 일은 아니다. 체스와 바둑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석(定石)’대로 하면 이기는 경기이다. 인간이 만든 자동차가 인간보다 빠르게 달린다고 해서 놀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산업혁명부터 시작해서 오늘날까지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뺐는 일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키오스크 역시 사람의 일자리를 뺐는다고 볼 수 있다. 점차 많은 부분에서 기계는 인간의 일을 대체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AI가 교사의 일을 대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AI의 모습을 보면 그것은 더욱 확실해진다. 최근 충격을 일으키고 있는 챗GPT를 구동해본 적이 있다. 인공지능의 미래라며 다들 놀라워했지만, 할 수 있는 답변에는 분명한 한계가 보였다. ‘지식은 방대하나 생각은 전무(全無)하다’ 이것이 인공지능(AI)의 한계이고, AI의 최첨단이라고 볼 수 있는 챗GPT 역시, 똑같은 결과를 주었다.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은, 장담하거니와 어째서 학생들에게 교사가 필요한지 알려주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