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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중등학교 관리자 자격을 취득한 지 햇수로 7년째다. 임용 대기에서 초임 교감으로 나갔던 원년(元年)에는 모든 것에 열정과 자신감이 충만했다. 이는 다른 관리자에 비해 늦은 나이까지 학생들과 교실에서 수업하는 담임교사와 행정업무에 몰두하던 보직교사에서 전통적 명문고로 알려진 고교의 교감이란 첫 관리자의 길은 솔직히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업무와 직책에 대한 도전 의식이 강했던 탓에 일상의 하루하루가 어제와 다른 오늘이라는 개척정신을 발휘했고 강력한 수단인 열정은 때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현재 학교장의 직위는 다소 여유롭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학교 경영의 길에 새로움을 갈구하는 것은 개인적인 천성과 시대적 소명 의식의 반영인지 모르겠다.

어느 날 “군자는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잘못을 찾는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라는 논어의 문장을 읽고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늘 반복되는 일상은 차치하고 거기에 더해 연일 발생하는 새로운 사건·사고에 직면하면서 변하는 학교 안팎의 상황과 곳곳에 가득한 불확실성은 큰 스트레스였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갑작스럽게 변한 상황 때문에 때로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회복력을 복원했으니 이는 바로 『논어』의 가르침을 새롭게 터득했기 때문이었다.

학교의 구성원 중에서 매우 고독하고 때로는 외롭기조차 한 것이 학교 경영의 CEO라 할 수 있는 학교장이라 생각한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 1항에 “교장은 교무(校務)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로 단위 학교 교육에 전권을 주고 있다. 최종 결재권자인 교장은 교감과 함께 교육사업의 시작과 진행, 중간의 점검, 결과의 도출, 그리고 피드백에 따른 반복과 항상성 유지는 물론이고 학교 구성원 전체 조직을 안전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때로는 교육적 성과를 염두에 두고 살피는 막중한 업무에서 한시도 멀어질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외로움과 고독감은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음이 이 또한 군자이지 않은가(人不知而不慍不亦君子乎)”를 자주 되뇌게 만든다.

이제는 학교 현장에서 교육학의 명제를 실감한다. 그것은 바로 “경험은 최고의 스승(Experience is the best teacher)”이라는 것이다. 한 해 두 해 경험이 쌓이면서 모든 것은 남의 탓이 아니라 자신의 탓으로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There’s no smoke without fire)”는 서양의 속담과 연계되기도 한다. 실제로 학교에서의 각종 교육사업은 경험의 유무에 따라 학교장의 말 한마디와 위로, 격려, 그리고 부드럽지만 때로는 확고한 결단에 의한 진행에 따라 그 과정과 결과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유능한 보직교사들과 교감의 기획력과 추진력, 실천력이 상당한 보좌역할을 하지만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학교장이기에 결코 그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

필자는 오늘도 책상 앞의 슬로건에 주목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걸 걱정하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을 알아주지 않는 걸 걱정해야 한다(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이는 논어에서 두 번 이상 나오는 글귀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 공자의 가르침이다. 오늘의 교장의 직책으로 필자를 키운 것은 팔 할이 『논어』의 말씀이다. 이제 교장으로서의 직책을 마무리할 때가 되어 간다. 올해 8월 말이면 40년 6개월의 교직을 정년으로 퇴임하게 된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퇴임 이후에도 우리 교육에 대한 애정은 멈출 수 없을 것이다. 평생 읽고 읽을수록 지혜의 샘이 솟는 영원한 고전 『논어』 말씀은 이제 어떻게 다가올지 그 귀추가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준 든든한 버팀목이자 인생의 항로를 비추어 준 등대로서의 『논어』는 더욱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가르침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글을 통해 현임 후배 교장 제위와 미래 교장께 학교 경영의 답을 찾도록 기꺼이 권할 수 있음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不亦樂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