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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제거가 소위 말하는 ‘물수능’은 결코 아니다. 학부모들이 안심해도 된다”

대입 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한 발언이다.

이 장관은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수능 킬러문항 배제가 수능 약화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교육부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며, “변별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수능이고 쉬운 수능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번 강조했다”고 말했다.

6월 수능 결과가 발표되자 혼란은 가중됐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푸냐?”라고 대통령이 지목했던 문항의 정답률은 35%가 넘었고, 국어 과목의 만점자는 작년보다 4배가 많다. EBS 연계율도 높게 나왔고, 쉽게 간다는 기조에도 어긋나지 않았다. 교육부 담당 국장이 왜 경질되야 했는지,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왜 사표를 내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장관은 자녀들의 대학입시를 경험한 사람이다. 지금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번 수능이 ‘물수능’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단언컨대,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능에 대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물수능’이라는 것도, ‘불수능’이라는 것도 아니라, ‘어떤 형태로 나올지 알 수 없어서’이다.

이 장관은 이번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모두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서 안의 내용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문제가 충분히 어려워서 변별력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면 그동안 ‘킬러문항’을 굳이 넣은 이유가 뭘까?

돌이켜보면, 킬러문항이 수능에 처음 나오기 시작한 것은 대략 10여 년 전 이주호 장관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맡고 있던 시기이다.

과목마다 만점자가 쏟아져 나오고 실수로 한 문제라도 틀리면 입시를 망치는 상황이었기에, 변별력 확보를 위해 어려운 문제가 필요해져서 킬러문항이 수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킬러문항을 무서워할까? 물론 무서워한다. 하지만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대비를 한다.

아주 쉽게 나오건 아주 어렵게 나오건 예측이 가능하면 대비할 수 있다.

예측이 불가능하면 공포심은 커지고, 지금 상황이 바로 그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