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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하고 소통하는 자세로 교육개혁과 사회문제 해결에 열정을 바치겠습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임명된 직후인 2022년 11월 7일 국립현충원을 방문했을 때, 방명록에 쓴 글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는 교육부 장관의 자세.

참으로 바람직하면서도 멋있는 말이다. 단, 그 말을 지켰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이 장관이 임명된 지 1년 반이 되어가지만, 과연 교육계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傾聽), 생각하는 바가 서로에게 잘 전달(疏通)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망설여진다.

교육부가 27일 국회에 보고한 유보통합 시안을 포함한 ‘유보통합 추진 주요사항’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입을 모아, ‘소통의 부족’, ‘교육부의 현실성 없는 일방적인 계획’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늘봄학교, 디지털 인력 양성, 수능 킬러문항 배제, 코딩 교육 강화 등등… 이런 중요한 교육 정책들이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진행되다 보니 계속해서 부작용이 나온다. 교원단체들이 매번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소통’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교육부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대부분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 아닌,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그런 내용이었고, 소통은 늘 부족했다. …아니, 정확히는 ‘위쪽’과의 소통에 치중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현장의 의견을 듣는다고 하면서, 교원단체가 아닌 정말로 ‘일반 교사’들을 모아놓고 대화하는 장면을 사진 찍어서 보도자료로 내보냈을 때는 헛웃음이 나왔다.

교원단체들이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많은 교사들의 의견’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그에 앞서 교원 ‘단체’라는 것부터, 교원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대표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장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의사소통’에는 위험이 따른다

전직 박순애 장관은, ‘초등학교 입학연령 만 5세 하향’ 정책이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의사소통을 위해 학부모단체 대표들과 만났었다.

그 자리에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오히려, “내가 장관님 위로 받으려고 온 게 아니다”라는 공격적인 말을 들었고, 토론이 격해지자 급히 토론장을 빠져나오다가 신발이 벗겨지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으며, 결국 얼마 뒤에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 2022년 8월 2일,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간담회에서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가 울먹이자, 손을 잡고 달래려 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정책을 시행할 때 소통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국가백년지대계’라고 하는 교육에 관한 정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학생 하나하나가 ‘시범사례’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