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보궐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진영 조전혁 후보와 진보진영 정근식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진행된 일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는 있지만, 오차범위 이내여서 초박빙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평일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인데다 교육감 선거가 유일하다보니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돼 조직표가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조 후보와 정 후보 모두 각자 자유우파와 민주진보 진영 텃밭 다지기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두 후보의 강점들도 두드러지고 있다. 조 후보의 경우 선거공약과 짜임새 있는 조직력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반면 정 후보는 치열한 경선 과정을 거쳐 얻은 '단일후보' 네이밍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이다.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교육정책 혼선도 덤으로 얻은 이익이다.
문용린 전 교육감이 이후 10년 만에 권토중래를 노리는 보수진영은 조 후보를 단일후보(통대위)로 내세웠다. 조희연 전 교육감 10년 심판을 모토로 내건 조 후보는 공격적인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눈길을 잡았다.
초등 지필평가 부활 등 학력신장, 학생인권조례 폐지, 혁신학교 폐지, 체·인·지(體仁智) 교육, 돌봄확대 등 보수교육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지난 10년 진보 교육에 식상해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니즈를 적확하게 짚었다는 평가다.
반면 정 후보의 공약은 혁신교육, 생태교육 등 조희연 전 교육감 정책 계승에 모아져 있다. ‘시민과 함께 하는 교육’이 추가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최근 논란을 부른 역사교과서 문제에 천착, 이번 선거를 역사전쟁으로 규정하고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이상 이어온 혁신교육에 대한 피로감과 학생인권조례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게다가 뉴라이트 친일역사관 타파에 지나치게 공력을 들이다보니 오히려 서울교육감 후보로서의 소신과 비전이 묻혀버린 느낌이다. 공약의 임팩트가 약한것도 흠이라면 흠이다.
캠프의 조직력에서도 두 후보 간 차이를 보인다. 조 후보 진영을 취재하다보면 체계적이고 신속해 잘 준비된 조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선거 특성상 후보 일정이 유동적임에도 수시로 취재진에 정보를 제공하면서 혼선을 줄인다.
TV 대담이나 캠프 개소식 등 일련의 행사들도 빠르고 간결하게 내용을 정리, 전달하는 등 기민한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정 후보 진영은 단일화 경선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대거 캠프에 합류하다보니 자유분방하고 자율적이다. 어수선한 진행으로 기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초반 지지율에서 곽노현 전 교육감에게도 밀렸던 정 후보가 단독 선두로 치고올라올수 있었던데에는 후보 단일화 효과를 꼽는 시각이 많다.
정 후보는 서울대 교수와 장관급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장을 맡는 등 진보진영의 저명 인사지만 대중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진보 진영 특유의 결속력을 바탕으로 한 단일화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곽노현 전 교육감이 선거 초반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면서 단일화 흥행을 이끈 것도 한몫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이 교육계와 학부모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도 정 후보에게 호재다. 끝을 모르는 의정갈등과 잦은 정책 혼선, 학부모들의 우려가 큰 AI디지털교과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만 5세 입학까지 현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교육감 선거에도 영향을 준 때문이다.
이점을 의식한 듯 정 후보는 지난 3일 독립문공원 출정식에서 윤석열 정부 때리기로 선명성을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교 조기 입학 논란부터 의대 증원 문제까지, 지금의 교육 정책은 엉망진창”이라며 “간단히 말해 졸속, 불통, 퇴행의 연속”이라고 했다.
반면 보수진영은 12년 만에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음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사실은 아픈 대목이다. 실제 단일화 이후에도 조 후보의 지지율은 다자대결에서 20%대 중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22년 교육감선거에서 23.49%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후보 한사람의 개인기에 의존해서는 선거에서 승리할수 없다. 대중성과 중량감,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춘 인사들이 새롭게 합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분위기 반전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많다.
두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지금 판세를 살얼음판에 비유한다. 실수를 줄이면서 득점을 올려야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상황. 수도교육의 수장을 가릴 건곤일척의 승부처가 다가올수록 피가 마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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