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창신동문구완구시장에서 30년간 문구점을 한 김아무개(73)씨가 지난 2일 진열대 위 상품을 비우며 한숨을 내쉬어. 이달부터 월세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심산으로 20평 남짓한 가게 규모를 반으로 줄이기로 계획.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는데, 지난해 연말부터는 세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예요.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 까먹고 있는 가게가 한두곳이 아니에요.”라며 한탄.
새 학기를 앞둔 창신동문구완구 시장은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지만 규모가 큰 서너곳에만 손님 몰려. 7살 딸과 함께 시장을 찾은 이지은(38)씨는 “주말이어서 아이와 구경할 겸 시장을 찾았다”며 “학용품은 이미 온라인으로 시켜서 오늘 구매하진 않았고 장난감만 하나 샀다”고 말해. 이날 매출이 3만원도 되지 않는다는 한 문구점 상인은 “평일에는 (매출이) 이보다 더 못하다”고 한숨. 골목 곳곳엔 셔터를 내린 채 ‘임대’펼침막을 내건 문구점만 하나둘 늘어가.
문구유통업협동조합이 파악한 지난해 전국 문구 소매점 수는 7800여곳으로, 5년 전인 2019(9468곳)에 견줘 20%가량 줄어. 학령인구 감소와 구매처 확대 등이 원인으로 업계에서는 저가 생활용품 유통 업체와 온라인 유통 쇼핑몰의 경쟁력을 이겨내기 힘든 문구 소매점의 줄폐업이 심화될 거란 우려 나오고 있어.
경기 화성에서 7년간 문구점을 하다 지난달 폐업한 임아무개(48)씨의 “가게 앞에 ‘점포 정리’를 내걸고 땡처리를 해도 재고 정리가 안 돼 폐업 매입 전문 업체에 반의반 값으로 팔았다” 하소연으로 학교 주변 문구점도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어.
소매 문구점이 벼랑 끝에 내몰리니 도매업 하는 문구점도 타격. 창신동에서 30년 넘게 도매 문구점을 하고 있는 오아무개(75)씨는 “이 일을 하는 동안 매출이 떨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지난해부터 매출이 감소 추세로 꺾였다”고 울상.
문구 소매점 자리는 다이소 등 저가 유통 업체나 온라인 쇼핑몰이 대체.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조사를 보면, 온라인 문구•사무용품 거래액은 2022년 1조874억원에서 2023년 1조9171억원, 지난해 2조 35억원으로 크게 확대되는 추세. 학교에서 교과과정에 필요한 준비물을 구매해 학생에게 지급하는 ‘학습준비물 지원제도’의 여파도 있어. 학교는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데 가격 경쟁력이 우선시되다 보니 동네 문구점이 참여하긴 어려운 구조로 변해.
문구유통업협동조합은 소형문구점이 저럼한 가격에 물품을 사들일 수 있도록 소형 문구점들의 공동 구매 연계해 문구점 단체의 경쟁력 위해 노력 중에 있어. 협동조합 관계자는 “이와 함께 소형 문구점도 온라인 판매에 나설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 계획을 구성하고 있다”고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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