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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정치 떠나 머리 맞대고 교육 현안 해법 나눴으면

그 어느때 보다 학교를 힘들게 했던 게 이명박 정부다. 효율과 경쟁을 모토로 내건 이주호식 교육개혁에 교육계가 몸살을 앓았다.

학교간 성적 경쟁부터 교사들에 대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MB교육은 치열한 생존을 요구했다. 또 고등학교 체제개편은 학생들을 유물론적 노동인력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NEIS 만능이 빠진 오만은 에듀파인 대란과 성적 오류라는 고통과 수모를 교사들에게 안겨줬다.

'이주호 교육'이 제풀에 지쳐 숨을 고를 즈음, 서울지역 학교들은 곽노현 교육감 등장으로 또다시 홍역을 치렀다.

수행평가, 수시평가, 소규모 수학여행등 소위 ‘3수 시리즈’가 학교를 강타했다. 교육현장이 부글부글 끓었다. 곽 교육감의 초기 정책은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학교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교과부와 서울교육청간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이다.

이주호- 곽노현 두 고집불통 수장들의 기세싸움에 교육현장은 하루도 바람잘 날 없었다. 도발은 곽 교육감 몫이었고 이 장관은 그때마다 초강수로 진압에 나섰다.

두사람의 첫 경합은 국가 학업성취도 평가였다. 곽 교육감 지난 2010년 당선 되자 마자 “학업성취도 평가를 학교서 실시하지 않아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정부정책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 장관도 “시험 거부는 무단결석으로 처리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교과부와 교육청이 대립은 학교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이건 전초전에 불과했다.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며 맹비난한 이 장관은 급기야 서울교육청에 대한 교부금 1천5백억원을 삭감해 버렸다.

교육청이 무상급식을 위해 학교 신설비를 삭감하는 등 예산을 다른 용도로 유용했다는 이유다. 교장 임용을 놓고도 둘은 날카롭게 대립했다.

곽 교육감이 애지중지한 영림중 교장 임용 요청을 이 장관은 6개월 넘게 묵살했다.

이뿐 아니다. 체벌금지 움직임을 보이자 이 장관은 학교문화선진화방안을 통해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해버렸다. 서울교육청은 ‘곽교육감 정책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고래싸움에 힘없는 학교들은 또 눈치보기 급급했다.

이어진 학생인권조례 공방은 이제 법의 심판까지 치달았다. 엊그제는 또 학칙 개정 정지 처분을 놓고 교과부와 시교육청이 서로 다른 해석으로 정면 충돌 했다. 장관의 명령을 시교육청 장학관이 “법 적용을 잘못한 것”이라며 걷어차 버린 촌극도 벌어졌다.

이 볼썽사나운 갈등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한국 교육을 책임지는 장관과 교육감이 사사건건 대립할 때마다 학교는 힘들고 교육은 멍들어 갔다.

교권이 추락하고 학생이 죽어나가는 지금, 두사람이 법조문 펴놓고 네탓 내탓 할 만큼 한가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말장난 같은 공문서 들고 대법원으로 헌법재판소로 들날 날락 할 것이 아니라 무릎과 머리를 맞대고 만나야 한다.

대선과 총선이란 큰 배팅이 걸려있어 그러는 지는 몰라도 틈만 나면 으르렁 거리는 둘 모습은 이제 신물이 난다. 국민들은 보수건 진보건, 또는 장관이건 교육감이건 그들의 자존심과 철학엔 관심이 없다. 오직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안전하고 편안하길 바랄뿐이다. 그게 교육수장들이 해야 할 의무다. 작금의 갈등을 멋지게 풀어내는 대승적 모습이 아쉽다.

입춘 지나 우수 경칩이 코앞이다. 심신이 고단할 곽 교육감에게 이 장관이 두부전골이라도 한 상 차려 대접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