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삶에 대한 성찰 교육 필요
교사들 대화법 잘몰라 체벌 의존 안타까워
전문계고 교육에 사회적 관심 가져야
송순재 서울교육연수원장(사진)은 우리나라 대안교육계의 대부로 불린다. 대안교육과 혁신교육의 이론적 기틀을 마련한 인물. 지난 1995년부터 대안교육운동에 참여, 활발한 활동을 벌였으며 지금도 산마을 고등학교등 대안학교 경영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연수원장으로 임명된 뒤 주입식 강의중심이던 연수패턴을 과감히 버리고 사유하는 연수, 예술과 노작활동이 함께 어우러지는 통섭의 연수로 탈바꿈 시켰다.
연수원 공간에 간이 카페를 만들어 언제든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가 하면 토론과 경청, 협력이 중시되는 다양한 형식의 대화법 연수를 도입, 새바람을 일으켰다.
최근 사회 문제로 부각된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무책임하고 통찰력 없는 우리사회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라며 이제부터라도 학생들의 사회적 능력을 배령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폭력 문제로 온 사회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쩌다 폭력공화국이 돼 버린 느낌입니다.
“우리 나라 사회전체에 때리는 문화, 공격하는 문화가 뿌리깊이 만연돼 있어요. 심심하면 나타나는 정치권의 폭력, 국회 폭력부터. 가정에서 자녀를 학대하는 가정 폭력, 학교 폭력, 군대 폭력 등등 셀 수 없이 많죠.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폭력문화 속에 살다보니 문제가 있으면 이걸 대화를 통해서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게 아니라 일방적인 힘으로 해결 하려고 하죠. 또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서 약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갱 문화 같은게 동시에 존재하다 보니 어린 학생들이 물들 수 밖예요.”
인터넷 게임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저도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사실 인터넷 컨텐츠가 학교폭력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특히 일본하고 한국이 심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이 인터넷에 노출된 시간이 2-4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뭘 봅니까. 한 프로그램에서 대여섯명은 죽어야 쾌감을 느낍니다. 거기에 노출이되고 습관화 되고, 그런쪽으로 도야가 되는 것이죠. 그게 또 자연스럽게 체질화되는 겁니다. 약한놈 보면 때리고 싶고. 인터넷 간접살인에서 재미를 느낀다 이겁니다. 때문에 시급한 것은 인터넷과 교류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양질의 교육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문화와 예술, 평화, 인간관계, 대화와 삶. 이런 것을 위한 컨텐츠를 대대적으로 투입해서 기괴하고 비인간적이으로 변해버린 청소년들의 뇌구조를 구출해내야하는 것입니다.“
교사들이 너무 학생지도에 소홀한 아닌가요.
“좀 막연한 이야기같은데요. 지금 학교 교사들도 맞으면서 자란 세대들입니다. 그리고 교사가 되었고 교사 양성과정에서도 지식인으로서 양성이 되었죠. 그래서 선생님들이 대화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체벌을 걷어내니까 학교가 붕괴되었다고 이야기하는데, 거꾸로 이야기하면 그 방법 밖에는 안가지고 있었다는 거죠. 거의 100% 체벌이란 수단에 의지한 셈인데 진정으로 인간 관계에 대한 것은 준비가 안돼 있었다는 겁니다. 이제 그 치부가 드러난 거죠. 항간에서는 교사한테서 해법을 찾아야한다고 그렇게 이야기 하지만 거기에만 책임을 돌릴 수는 없고 교사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 입니다. 그런 체계에서 양성이 되었으니까요.”
정부 대책들도 중구난방입니다.
“다차원 적인 접근이 필요하죠.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물론 지금은 대증요법도 필요하긴 지만 다양한 처방을 강구해야겠죠. 학교 폭력배는 예전부터 있었어요, 그들에게는 보다 특별한 지도가 필요합니다. 스쿨폴리스같은 외압적인 수단은 대책이 될 것 같지 않아요. 좀 더 근본적인 구조를 논하는 노력이 없으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초점을 우리 스스로에게 돌려야하고, 우리가 공범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인권조례 재의를 요구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인권조례에 관련해서는 가지고 있는 견해가 있는데, 기관장 신분으로 개인의견을 말하는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지금은 교육청에서 정하는 것을 따르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교육청은 인권조례가 제정되면 학생지도가 너무 어려워 진다는 입장인데.
“ 완급을 잘 조절해야 겠지요. 그간 아이들의 인권을 너무나 많이 박탈해놓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모든 제도가 처음부터 완벽할순 없죠. 해나가면서 보완해나가고, 논란의 여지야 늘 있는 것 아니겠어요.“
현행 대입제도를 비판하는 글을 쓰셨던데.
“이정부도 대학입시정책을 손댔더군요, 제가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교육제도를 바꾸려면 거기에 대해서 정말 철저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입시제도를 이대로 두고서는 영영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의 멍에를 지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주 전향적으로 국립대학 의 평준화등을 추진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가지고서 누구나 대학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덴마크식 시민대학 같은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굳이 대학을 안나와도 시민대학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송순재의 연수원은 이전 연수원과 어떻게 다릅니까.
“ 종전에 연수는 일방적으로 들었어요. 이걸 참여가 있는 수업으로 바꾸고 있어요. 모든 수업 구조는 참여하고 협동하고 모듬 토의하고 공동 생산한다거나 하는 그런게 일단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참여하고 협력하고 활동하면서 직접 해보는거죠. 이번에 1정 연수에 노작교육을 도입했습니다. 올해는 예산을 확보해서 노작교실도 만들겁니다. 세 개를 만들어요. 목공, 진흙등 그런 작업을 하게됩니다. 아시겠지만 교무하고 행정은 기술적인 것 아닙니까. 예술, 노작, 성찰, 이런 것들을 좀 많이 경험하는 교사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텅빈 연수’라는 게 있다던데.
“저는 교사연수나 양성과정에서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교사는 누구인가. 교사가 되기위해 무엇을 해야하나 등등 사색과 명사의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이었나요 초등에서 사색과 명상이 있는 행복한 교사되기란 주제로 30시간 짜리 강좌를 도입했는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어요. 40명 모집에 105명이 신청했어요. 시간을 늘려 모두 수용했습니다. 올해는 이걸 계절별로 도입해볼 생각입니다. 저는 이걸 텅빈연수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는 쌓는 연수였다면 이제는 비우는 연수를 통해서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다시 시작하는 기점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서 기쁩니다. ”
끝으로 하고싶은 말씀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문화가 결손돼 있어요. 외적인 것에만 치중할 뿐 성찰이나 대화하는 힘, 사랑하는 힘, 치유하는 힘등은 황폐화 되어있지 않은가 싶어요. 그래서 연수에 사색을 도입한거구요,. 또 한가지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전문계고등학교 교육이 살아야 우리 교육이 산다고 봐요. 전문계학교 졸업자등이 사회에서 우대받을수 있게 하는일에 이건 정부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야 합니다. 전문계학교의 문화적인 역량, 학생들의 삶의 상태등에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송순재원장은
고려대 교육학과,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석사, 독일 튀빙겐대학 교육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송순재 교수는 1991년부터 감신대 기독교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교육사랑방, 학교교육연구회, 마을과 대안공동체 운동을 통해 학교와 사회의 변화를 추구해왔다. 저서로 <유럽의 아름다운 학교와 교육개혁운동>, 역서로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 <삶의 이야기와 종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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