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 대신 교실수업 혁신에 조직역량 집중
정치 참여 하겠지만 노골적인 정당 지지는 안해
진보교육감들과 함께 교육 불평등 해소에 총력
장석웅 전교조 신임 위원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 전교조는 투쟁과 대립에서 대화와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있는 교원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15대 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교사들의 권리와 이익만 강조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국민들과 싸우는 잘못을 초래하고 말았다”며 “장외집회나 연가투쟁을 지양,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는 수업혁신에 조직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교원평가 및 일제고사, 교육과정 개정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날카롭게 대립했던 전교조가 새 지도부 등장과 함께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장 위원장은 "진보교육감의 등장으로 전교조가 주류가 되는 시기가 시작됐다"며 "그들과 함께 우리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또 교사의 정치활동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나 후원하는 등의 노골적인 정치성은 배제할 생각이라고 말해 민노당 가입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전남 나주 다도분교 교사로 재직 중인 장 위원장은 79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된 이래 지금까지 세차례 해직된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 12월 치러진 위원장 선거에서 강경파로 분류된 진영효 후보를 2.5%표차로 누르고 신승했다.
- 낙승을 거둘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위원장 선거가 박빙으로 치러졌다. 조합원들의 표심을 어떻게 보나.
“나는 선거에서 희망을 이야기 했다. 사상 유례없는 탄압을 뚫고 조합원들이 전교조를 지켜주셨다. 진보교육감 시대를 만들어 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제 전교조는 우리교육에 대해 책임있는 목소리와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들이 지방선거에서 전교조를 우리교육의 대안으로 인정해 주신 만큼 희망을 갖고 당당하게 우리의 길을 가자고 호소했다. 선거과정에서 상대후보가 교육과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면서 교사들의 호응을 얻었다. 피부에 많이 와 닿았던 것 같다. 또 최근 치러진 세번의 선거에서 모두 온건 노선 지도부가 등장한 것에 대한 견제심리가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 조합원들이 대 정부 강경대응을 요구한 것 아닌가.
“조합원들은 강경 투쟁 일변도가 아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3년간 엄청난 탄압속에서 전교조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는 진보교육감을 배출하는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이제는 새로운 관점의 정치력이 필요한 때가 됐다. 내가 선거에 출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지난 2년간 교과부와 전교조는 대화가 단절됐는데.
“교과부는 철저하게 전교조를 무시하고 배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많은 교육정책들이 성공하려면 정부 혼자의 힘 만으로 어렵다. 전교조와 대화하고 협의해야 한다. 당선 기자회견에 밝혔듯이 나는 언제든지 정부와 대화하고 논의하고 협의해 나갈 생각이 있다. 우리가 이주호 장관 퇴진운동을 전개한 것에 대해 교과부가 좀 꽁해 있는 것 같은데 대범하게 대화의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
- ‘소심한 교과부’가 대화 요구에 쉽게 응할지 의문이다.
“아시다시피 진보교육감 여섯분이 가진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교직원 수라든지 학교나 학생수 등 여러가지 면에서 초중등 교육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교조는 그 분들과 소통하고 있다. 실무 단위에서 공식 비공식 접촉도 활발하다. 중학교 일제고사 거부에서처럼 진보 진영의 힘을 교육부도 실감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교육감들이 정부의 거수기 역할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판이한 상황이다. 자율형사립고도 실패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과부의 주요 정책들이 학교 현장에서 파탄나고 있는 실정이다. 진보진영 교육감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전교조를 교과부가 외면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 대화를 강조하다 보면 내부 강경파들로부터 저자세라는 비판도 받을 것 같은데.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전교조와 교과부가 등 돌리고 평행선을 달릴 수 만은 없지 않나. 대화를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교육 발전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자는 것이다. 내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 정부 잘못도 크지만 전교조의 대응방식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새 지도부는 교원평가나 일제고사, 교육과정 개정 등과 같은 문제들을 가지고 총력 투쟁을 하고 그러지는 않을 거다. 지금까지 교원평가제 문제를 교사의 권리랄까 하는 관점에서 전교조가 과도하게 싸운 측면이 없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들과 싸우는 셈이 되어버렸다. 전교조가 평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식의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 드렸지만 국민들은 입장에서는 평가를 거부하는 집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단언적으로 말씀드릴 것은 교사의 권리나 이익과 관련된 사업을 가지고 연가투쟁이나 장외투쟁을 벌이지는 않을 생각이다.”
- 그렇다면 전교조의 최우선 과제는.
“ 학생을 중심에 둔 학교와 교실의 변화가 전교조의 핵심 사업이 돼야 한다. 학교와 교실의 변화는 수업 혁신이 핵심이다. 교사는 수업으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아이들이 정말 행복한 학교에서 교육받고 성장하는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지성적인 책무성이 있다. 내가 맡은 교과와 담임, 우리 학급을 최고로 만들겠다 그런 열망들이다. 학교와 교실의 변화, 구체적으로 수업 혁신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성장, 이것이 우리의 최대 관심이고 중심이다.”
- 당선 기자회견에서 21세기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는데.
“지금 여러 가지 현안들이 있지만 우리사회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는 복지와 교육이다. 이제 무상급식이라든지 혁신학교 뛰어넘는 국민적인 교육개혁 과제를 발굴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국민들과 함께 해 나가는 것, 그것이 전교조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의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정부에선 새교육공동체가 있었고 노무현 정부에선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교육혁신위원회가 국가적 교육의제를 제시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철저한 관주도의 일방독주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파열구가 나는 것 아닌가. 21세기 한국교육을 생각하는 사회적 협약기구를 만들어 국민통합적 의제를 개발하는 기구가 필요다는 생각에서 제안한 것이다.
- 우리사회에 가장 필요한 교육의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 교육불평등 해소와 교육복지를 꼽고 싶다. 아시다시피 아버지의 사회적 지위와 소득, 교육정도를 넣으면 아들의 대학, 직업, 수입이 나와 버리는 정말 무서운 사회가 돼 버렸다. 이런 불평등한 교육현실, 서열화를 깰 수 있는 우리교육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 분교선생님 생활은 어떤가.
“전교생이래야 고작 19명인 조그만 분교가 내 삶의 터전이다. 작은 학교에서 내가 꿈구는 교육적 이상을 실현해 볼까 하는 욕심에서 자원했다. 정말 잘 해가지고 도시에서 우리학교로 아이들이 전학오는 그런 학교를 만들고 싶었는데... 잠시 미뤄야 할 것 같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벽지 점수도 없다.(웃으며) 본교에 비해 찬밥이다. 교사들에게 인기가 없다고 들었다.”
- 학생운동, 투옥, 고문, 그리고 세 번의 해직등 누구보다 아픔이 많았을 텐데.
“ 80년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가장 친한 친구였던 박관현을 잃었다. 많은 선후배들이 떠나갔고 친 동생은 시위대에 가담했다가 체포돼 모진 고통을 겪었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풀려나 시골 중학교에 근무하던 나로서는 어머니의 만류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 이후 ‘광주’는 나에게 평생의 짐으로 남아있다. 그들의 죽음과 고통은 평생을 두고 내가 갚아야 할 빚이 됐다.”
89년 전교조 출범 때 두 번째로 해직된 장 위원장은 지난 2003년 연가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직위해제 됐다가 6개월만에 교단에 복귀했다. 그는 투옥과 복직을 거듭하는 과정에서받은 고문 후유증으로 지금도 고통 받고 있다.
- 교원의 정치참여를 주장했는데.
“당선 기자회견의 핵심은 전교조가 반대와 비판을 넘어서 책임 있는 전교조로 변화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정치참여가 화두가 돼 버렸다.”
- 어쨌든 2012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 아닌가.
“교원단체가 특정 정당을 공개 지지하고 후원할 수 있는 그 정도는 기초적인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당에 가입 한다든지 선거운동 한다는지 하는 것은 국민들의 여론이나 그 눈높이에서 판단해서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저는 학교가 특정 정당 지지하는 장이되서는 안 되고 또 특정한 정치적 목적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교조가 정치적으로 민노당 관련해서 정치화됐다는 비판도 있고 해서(교원의 정치참여는) 정말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추진할까 생각한다. 사실 그렇게 돼야 교육의 중립성이나 교육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수 있다고 본다.”
- 다음 대선 때 특정 정당을 지지할 것인가.
“법률적으로 허용된다면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총선과 대선이 불과 1년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정당 지지와 관련해서 그간 어려움도 많이 겪었는데 전철을 밟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우리가 정책을 개발하고 그것을 정당 후보들이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 교총과 정치적 연대는 어떻게.
“ 교원의 정치활동 보장을 이해 연대하자고 제안했더니 민노당 가입교사 문제를 거론하며 오히려 반성부터 하라는 논평을 냈더라. 좀 씁쓸했다. 요즘 인권조례나 무상급식, 체벌문제를 두고 교총이 교사 불복종 운동을 전개 하겠다고 하던데 이것은 금도를 넘어선 것 아닌가 싶다. 체벌이나 이런 부분은 이미 대법원에서 조차 금지 판결을 내린 것이다. 체벌을 금지하자는 원칙에 반대하는 교총의 처사를 이해 할 수 없다. ”
- 전교조 해직교사가 40명이 넘는다.
“노동조합의 기본은 열심히 싸우다 해직된 동지는 구출하고 함께 가는 것이다. 그분들 대부분은 정치 재판의 희생자들이다. 끝까지 같이 갈 것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역량은 우리조직의 큰 자산이다.”
- 앞으로 계획은.
“전교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전교조는 이제 책임있는 교육기관으로 가야한다. 그간 조직과 투쟁중심으로 사업과 예산이 배치돼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흐름을 참교육실천과 정책역량 개발로 돌려야 한다. 거리에 나가서 투쟁하는 것이 오히려 득이 안 될 수도 있다. 반대와 비판을 넘어서 교육 대안을 제시하고 책임 있는 목소리와 행동을 보여줄 생각이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학교와 교실에 대혁신을 이끌 것이다.”
- 훗날 어떤 위원장으로 기억될 것 같은가.
“ 나는 지금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담장 위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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