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와 우파의 역사 교과서 충돌
최근 한국 사회는 한국사에 관한 논쟁으로 불꽃이 튀고 있다. 기존의 교과서들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여주는 역사 교과서가 나왔고, 다시 이를 수정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그와 더불어 기존의 고교 역사 교과서들도 내용을 수정하라는 공식적인 권유를 받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교육부가 이념적인 잣대로 교과서 집필자들의 사상과 양심을 재단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위하여 무엇이 요구되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를 느낀다.
지금까지의 검인증 역사 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가능한 부정하고 북한과 비슷한 입장에서 역사, 특히 한국의 근ㆍ현대사를 편집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입장들이 2006년부터 대두되었었다. 그러나 그 때 나온 우파적인 역사 교재《대안교과서 한국 근ㆍ현대사, 2008》(도서출판 기파랑)는 일제시대를 미화하고 이승만ㆍ박정희의 독재를 지나치게 합리화하는 서술을 시도하여 여론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교육부의 비판의 중심에 선 교학사 발행 역사 교과서는 말하자면 2008년 교과서의 보충이자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학교 역사 교과서의 이러한 새로운 풍조는 그러나 역사학 내부에서 발현된 것이 아니라 정치로부터 그 동력을 전달받았다는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역사학 자체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고 자기를 비판하여 새로운 진리를 산출하지 못한다면 다른 영역으로부터 충동을 받아서 각성을 할 수도 있다.
즉, 2005년 당시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현행 역사교과서들을 좌편향이라고 비난한 뒤 교과서포럼이 만들어진 것처럼 이번 역사 교과서를 만든 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교육에 대한 충동적 의견 표현 즉 ‘역사 교육에 문제가 있다’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학문의 자율성(Autonomie)과 타율성(Heteronomie)의 문제의식이 치열하게 논의되어져야 한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근현대사 분야에서, 특히 교과서 편찬 분야에서 학문의 공평무사, 무사심(Disinterest)이 부족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즉, 남/북 이데올로기 대결의 관점에서 의도적인 편파성, 당파성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여 진다.
교육부가 검정 승인된 8종의 한국사 고등학교 교과서에 대해서 829여개의 곳을 수정하라는 권고를 내림으로써 그간 쌓여왔던 한국사 이해의 쟁점들이 다시한번 크게 드러나고 있다. 교과서 문제가 이제는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하여 국회 교육부 국감에서는 국사 교과서의 수정을 둘러싼 난타전이 벌어졌다. 즉, 새누리당은 진보 성향의 6개 교과서를 모두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보수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만 수정하라고 맞섰다.
이는 중요한 역사 철학적인 혹은 교육철학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교과서는 교학사 책이다. 이 책은 251건의 수정ㆍ보완 권고를 받았다. 관련 동아일보 기사는 다음과 같다.
4개 교과서 “주체사상은 인민위한 혁명”… 北 선전 그대로
(기사입력 2013-10-22 동아일보)
공방의 시발점이었던 교학사 교과서는 251건의 수정ㆍ보완 권고를 받았다. 전체 지적 건수의 30%를 차지한다. 인명, 지명, 연도 등 기초적 사실 관계에서 틀린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제1단원인 ‘우리 역사의 형성과 고대국가의 발전’에서는 본문, 지도와 도표, 삽화, 사진 등 거의 모든 자료에서 오류가 지적됐다. 단원명을 빠뜨리거나 자료 출처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기도 했다. 우편향이라는 공격을 받았던 제5단원 ‘일제강점과 민족운동의 전개’에서는 57건, 제6단원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세계의 변화’에서는 41건이 수정ㆍ보완 권고를 받았다. 일제가 조선인의 요구를 수용하여 조선교육령을 개정한 듯이 기술한 부분, 경찰의 개입이 반일 민족 운동에 중요한 계기가 된 듯이 서술한 부분, 5ㆍ18민주화운동의 유혈 사태 원인이 시민에게 있는 듯이 서술한 부분 등이 이에 해당한다.(ㆍㆍㆍ)나머지 6종의 교과서에 대해서는 균형 잡힌 서술을 하라는 취지의 권고가 많았다.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4종은 주체사상을 설명하면서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고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이라고 기술하는 등 북한의 체제 선전 자료를 사용했다. 금성, 미래엔, 리베르, 두산,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6종은 북한이 농민에게 실질적 토지가 아니라 경작권만 줬는데도 이를 토지개혁처럼 서술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부실하게 서술한 3종(두산ㆍ비상ㆍ천재), 한반도에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됐다는 식으로 기술한 2종(금성ㆍ천재), 천안함 피격 사건 등 도발의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하지 않은 2종(두산동아ㆍ지학사)도 마찬가지. (ㆍㆍㆍ)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12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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