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삼성 기업 채용시험과 한국 사회
지난 달 삼성 그룹은 순식간에 한국사회를 격랑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1월 15일 삼성 그룹이 회사의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이 일으킨 엄청난 사회적인 반향, 삼성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논란으로 말미암아 불과 13일 만에 이를 취소하고야 말았다.
어떻게 보면 일개 기업의 자사 직원 채용방식 문제로 그렇게 큰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는지 의문이 갈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특수한 사정을 보면 결코 웃어넘기지 못할 안타까운 진실이 깔려있다.
기존의 삼성 채용시험으로 소위 SSAT라고 하는 삼성직무적성 검사가 있다. 이 시험이 도입된 것은 1995년이다. 당시 이 시험은 열린 채용이라는 취지로 도입이 되었고 그 전까지 행해졌던 서류 심사를 폐지하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입사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가 있었다.
다시 말해 삼성의 SSAT는 학벌을 철폐하고 누구에게나 삼성 기업 입사의 기회를 준다는 평등주의적인 관점에서 도입된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삼성은 한국을 선도하는 일류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한국 사회가 학벌주의와 입시교육으로 신음하면서도 그나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은 삼성 그룹같은 비교적 학벌주의에 물들지 않은 기업문화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입사시험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삼성은 한국 사회의 치명적인 병폐인 학벌주의에 빠지지 않고 간판이나 학력보다는 능력 위주의 인재 선발과 양성에 노력한 면이 있다. 다시 말해 지방대나 비명문대 출신도 삼성전자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또 입사 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 성과나 능력에 따라 승진하는 곳이 삼성이었다. 1995년 학력을 비롯한 모든 개인 신상 정보를 다 알 수 있는 서류전형을 포기하고 - 사실 이는 대학 졸업장과 성적표 그리고 교수들의 추천서에 대한 삼성의 불신을 말한다 - 다시 시험을 본 것은 학력보다는 실력을 보겠다는, 아니 학력과 능력의 차이를 구별하는 삼성의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이런 면에서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사기업들의 인재 등용 및 관리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 지금 한국은 창의성이 점점 떨어지고 사회가 혼탁하며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나마 한국에 보이는 희망은 인재관리를 잘한 기업들에 있다. 물론 대기업들이 “고용 없는 생산”과 “국내 투자 미흡”에 갇혀 국내 일자리 창출을 거의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지만, 그래도 그들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덕분에 한국은 더 이상 IMF 외환위기, 국가부도 같은 엄청난 고난을 받을 걱정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3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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