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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대남초서 제부도까지 갯벌 40 ㎢ 펼쳐져
염생식물·어패류 서식…습지·해양학교로 적합

학교는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부도 갯벌과 맞닿았다. 손을 뻗으면 수평선 너머로 넘실대는 제부도 바다가 잡힐 듯했다. 체험학습이 진행된 지난 18일, 학생들은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곳에서 한 자가 족히 넘는 삼치를 잡았다. 월척이라고 했다. 그날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 풍경은 체험학습 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대남초등학교 김선철 교장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바다에 푹 빠진 듯했다. 그런데 김 교장은 바다보다 더 좋은 게 있다며 ‘갯벌 예찬론’을 풀어놨다.

“갯벌의 생산성은 육상의 생산성보다 9배나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영종도만 봐도 알 수 있죠. 수산물 어획과 생산에 따른 시장가격을 이용해 수산물 생산기능과 어류서식지 기능을 분석하면 영종도 연간 수산물 총생산액은 30억 원이에요. 이를 ㎢당 생산액으로 추정하면 954만원에 이릅니다”

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생물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하다는 걸 의미한다. 갯벌과 마주한 대남초는 갯벌을 체험하고 학습하는 데 최적의 장소를 가진 셈이다. 하지만 학교가 처음부터 해양교육을 특색으로 삼은 건 아니다. 습지보전 시범학교에 이어 해양연구학교로 부상할 수 있었던 건 2005년 김 교장이 학교로 부임하면서부터다. 해양을 연구하는 건 좋은 아이디어지만,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공부도 해야 했다. 담당교사에게 적당히 일임하고, 교사와 학생들만 공부하고 마는 겉핥기식은 싫었다.

학교가 갯벌체험학습장을 운영한다면 어떨까 싶어 교직원 회의시간에 안건을 꺼내니 교사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코앞에 바다를 두고 가만히 있기엔 아깝다는 반응이었다. 김 교장은 염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침 굴삭기와 지게차를 가진 학부모가 있었다. 작업이 속히 이뤄졌다.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갯벌체험학습장이 만들어졌다. 한시름 놓고 염전에서 소금이 나길 기다리니 소식이 뜸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김 교장의 고민이 시작됐다.

방과후학교서 승마·골프 배우며 외교성 키워
“세계 곳곳에 대부도 천일염 우수성 알릴 것”

“소금을 얻으려면 바닷물을 끌어 들여 논처럼 차있게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어요.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던 거지요. 갯벌을 알아도 대부도의 지리적 특성을 몰라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대부도는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섬으로 서해안의 큰 섬 중 하나다. 연안에서는 조기, 게, 새우가 많이 잡혔고, 김과 굴 양식업이 발달한 덕에 밥상이 늘 푸짐했다. 덕분에 예로부터 이어진 사람들의 특성은 넉넉하고 급하지 않았다. 오늘 다 먹고 써도 내일 또 나오니 걱정이 없었다. 그러다 시화호가 들어섰다. 인공호수를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면서 대부도 어획량이 확 줄었다. 사람들은 마을을 떠났고 지역경제가 위축됐다. 바다를 업으로 삼은 학부모들은 학교가 해양연구학교로 발돋움 하는 걸 어려워했다.

“아이가 공부를 해서 나처럼 어부가 되는 게 싫다는 학부모들이 있었어요. 시야를 넓혀줘야 겠구나 싶어서 다양한 해양 관련 진로를 찾고 홍보했습니다. 대부도 토종 해양과학자를 배출할거라 하니 박수가 나오더군요”

염전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습지시범학교를 거친 대남초는 지난 2008년 도교육청 명품교육 프로그램 인증제 우수 운영학교로 지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쯤 염전도 안정을 찾았다. 대부도 염전에서 생산된 저염도 천일염은 갯벌의 우수성을 증명할 아이템이었다.

학교장과 교사들이 나서서 이끄니 학생들도 잘 따라줬다. 바다를 끼고 사는 학생들은 염전을 놀이터로 삼았다. 이따금 대부도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어느새 학생들은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목에서 수업시간 배운 갯잔디와 갈대를 구분하고, 갯질경이를 보면서 해안에서 서식하는 식물의 특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교사도 학생도 종류에 따라 게의 집과 갯벌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렸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학교만의 노하우를 감사하게 여겼다.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살피고 냄새를 맡는 체험이 학습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자 비로소 바다가 아이들의 것이 됐다.

“대부도 갯벌은 미개척 분야입니다. 그래서 가능성이 더 많지요. 대남초가 방과후교육으로 승마와 골프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 우수성을 알리고 외국인과 교류하며 외교성을 발휘해야 할 때 멋진 승마실력과 골프실력을 보여주면 대단할 겁니다. 머지 않아 대부도 토종 해양과학자가 곧 나올겁니다”

김 교장이 맑은 얼굴로 대부도를 바라봤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대부도가 세계와 한 걸음 가까워지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