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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대상 자기주도학습장 기록
'모두드림'으로, 스스로 학습법 찾아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의 자기주도학습장에는 하루 일과가 빼곡히 적혀있다. 10월 17일 월요일에는 1시간동안 숙제를 했고, 30분 간 자연을 복습했다. 화요일엔 수학과 영어를 복습했고, 다음날 배울 영어는 20분에 걸쳐 예습했다. 초등학생의 1일 학습 계획은 꼼꼼했다.

척추측만증 검사를 받아본 경험을 토대로 척추측만증을 조사한 6학년 여학생의 과제물에는 포스트잇이 군데군데 붙어있다. 담임교사는 포스트잇 한 켠에 “척추측만증 결과가 양호하게 나와 정말 다행”이라고 격려해줬고, 반 친구들은 “X-ray에 대해 알기 쉽게 썼다”며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포스트잇에 댓글을 달았다.

전교생이 자기주도학습장으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공부하는 서울당현초등학교(교장 김대수, 사진)는 초등학교에서는 보기 드물게 자기주도학습이 안착한 경우다. 당현초의 자기주도학습장은 학교장의 ‘아이디어’와 교감의 ‘콘텐츠’가 만나 탄생했다. 교장과 교감의 파트너십과 교사들의 수고가 초등학생들의 학습법을 변화시켰고, 공교육 내실을 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지난해 3월 당현초로 부임한 김대수 교장은 전 학교에서 자기주도학습을 이끌어 성공한 전적이 있는 인물이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학교가 제공해야 한다는 게 김 교장의 지론이자 교육철학이다.

그러나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학원으로 보냈다. 당현초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는 사교육비로 한 가구당 월 5만원을 지출할 정도로 높았다.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자기주도학습을 추진하기엔 부담이 컸다. 김 교장은 자기주도학습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을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지난해 6월, 서금화 교감이 당현초로 부임왔다. 김 교감은 서 교감을 반갑게 맞았다. 서 교감은 다년간 교직생활을 한 베테랑 교사이면서 교육행정직을 두루 거친 실력자다.

김 교장은 서 교감에 자기주도학습을 비롯한 인증제 등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서 교감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에 나섰다. 그쯤 대학 입시에서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나왔다. 예견이었을까. 당현초는 자기주도학습을 2년째 진행하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으로 탄력을 받은 당현초는 학부모들에게 학교가 영어와 한문을 책임지겠다며 협조를 구했다.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은 당현초는 영어동화인증제와 한자인증제를 실시, 전교생의 80%가 인증제를 통과하는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한자는 국가공인이 가능한 한국한자한문능력개발원과 연계해 시험장에 가지 않고도 학교에서 전교생이 자신의 실력에 따라 원하는 급수에 응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인증제를 통과한 학생들에게는 인증서를 발급, 향후 학습결과물이나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학생들의 소질 개발도 당현초는 놓치지 않았다. 3~6학년이 참여할 수 있는 ‘모두 드림(All making Dream) 프로그램’을 마련해 희망자를 대상으로 주 2회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년별로 이끌어줘야 하는 게 다르다고 판단, 3학년은 마이드림(my Dream), 4학년 고드림(go Dream), 5학년 두드림(do Dream), 6학년 드림하이(Dream high)로 구성해 방과후 교과와 연계한 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두 드림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소질과 꿈을 찾는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알맞은 학습법을 찾고, 자아 효능감과 존중감, 정체성 등을 확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학생들의 경쟁력을 끌어내기 위해 자기주도학습과 인증제, 모두 드림 프로그램을 마련한 당현초는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연수와 강의를 마련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기주도학습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이 자기주도학습법을 보다 이해할 수 있도록 교동초 이유남 교감과 자기주도학습연구소 민성원 소장을 초청, 특강시간을 마련해 교사와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더불어 김 교장은 직무신장이 필요한 교사들에게 영어를 비롯한 각종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자기주도학습과 인증제 실시, 모두 드림 프로그램, 교사와 학부모 특강은 모두 공교육 내실을 기하기 위한 당현초 만의 특색사업이다. 특히 다년간 교직생활과 연구사, 장학사 경험을 토대로 학교현장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서 교감은 김 교장이 내놓는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늘 고민과 연구에 매집한다.

서금화 교감은 “열린 마음으로 공교육을 실현하려는 학교장의 의지와 아이디어가 있었고 교사들의 참여와 수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교직원에게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