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을 문과와 이과 구분 없이 통합하자는 방안이 제시돼 수학계가 들끓고 있다.
지난달 열린 대입정책포럼에서 검토안건에 올라온 변순용 서울교대 교수의 2022학년도 수능과목구조 개편방안에는 수학을 통합형 공통과목과 필수선택과목 등 2가지로 나누는 방안이 제시됐다. 출제범위가 늘어 학생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고, 문·이과 통합이라는 새 교육과정 취지와 공교육 정상화 필요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제시된 검토안에 따르면 국어와 수학영역은 각기 공통과목과 필수선택과목으로 구분된다. 수학영역의 경우 문과와 이과를 나눠 가형과 나형으로 출제하는 방식을 버리는 대신 수학Ⅰ과 수학Ⅱ의 공통과목과 '확률과 통계' 또는 '미적분'의 선택과목으로 나누게 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수험 부담은 종전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자 수학계는 즉각 반대의 뜻을 밝혔다. 11개 수학 관련 학회로 구성된 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가 성명을 통해 수학을 현행대로 인문사회계열 또는 이공계열 진학 선택에 따라 가형/나형으로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수학을 단일화하면 특히 이공계 진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및 경쟁력 상실이 우려된다고 이들 단체는 주장했다. 인문사회계와 이공계 진학생에게 요구되는 수학 학습내용과 수준에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를 통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미적분·확률·통계·기하 과목이 모든 이공계열 진학생이 배워야 할 기초과목인데 선택과목으로 ‘격하’시킨다면 기초적인 수학실력을 갖추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수학계는 지적하고 있다.
사실 현대문명의 기본원리는 수학에서 나온다. 수학을 외면하면 문명의 이치와 원리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는 인문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인문사회계 학생도 어느 정도 수학 실력이 요구된다. 그렇지만 이공계의 경우에는 더 높은 수학실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물리나 화학 천문학 같은 기초학문 뿐만 아니라 공학이나 의학 등의 응용학문도 마찬가지이다.
한 마디로 수학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이해능력이 이공계 학과에 진학해서 학습하는데 필수적이다. 최근 대두되는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알파고의 프로그램도 깊이 있는 수학실력이 뒷받침돼야만 개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학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강화될지언정 소홀히 취급돼서는 안된다. 이공계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그 필요성이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다.
이 같은 수학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수능시험에서 수학을 가볍게 다뤄서는 안된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너무 무겁게 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 수학시험을 쉽게 치를 궁리만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볼 때 수학능력시험의 수학영역을 통합한다는 방안은 수긍하기 어렵다. 다만 수학 학습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학생들의 부담을 과중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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