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두발, 복장, 소지품 검사, 전자기기 사용 등과 관련된 내용을 학교 규칙에 게재하지 않게 됐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지난달 30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여건에 따라 학교의 교육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한 규칙을 정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예시 규정을 삭제하고 유사한 의미의 문구를 통합했다. 삭제되는 예시 규정은 두발·복장 등 용모, 소지품검사,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이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이 학교 내 소지품 검사, 전자기기 소지 및 두발제한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교 여건에 따라 학교규칙 제·개정 절차를 거쳐 학교의 교육활동 및 학생 안전 등을 위한 생활지도의 방식을 학교 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 전 제9조 제1항 제7호는 학생의 포상 및 징계 등의 지도방법과 「교육기본법」상 학생에게 부여된 교원의 교육·연구 활동 방해 및 학내 질서 문란 금지 의무에 관하여 세부적인 예시를 나열하여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예시로 나열된 두발·복장 등 용모, 소지품 검사 등을 학교규칙에 기재해야만 하는 것으로 오인해 논쟁이 발생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교육감협의회에서 관련 시행령 개정을 제안했으며, 지난 4월 ‘제4차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합의했다.
교육부는 “교사와 학생이 상호 존중하는 과정 속에서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학생 생활 지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현장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전국 초‧중‧고 교원 787명을 대상으로 ‘학교 규칙 개정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2.7%가 시행령 개정에 대해 반대했다. 그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교사들(83.6%)이 ‘생활지도의 권한 범위 축소로 면학 분위기 훼손’을 꼽았다. 찬성의견은 17.3%에 그쳤으며,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한다(57.4%)는 이유로 찬성했다.
교총은 “학생 생활지도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초래하는 법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상 근거 규정까지 없어지면 향후 조례 제·개정이 더 확산되고 학칙 자율성은 더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게 교총의 지적이다. 또한 교육청들의 ‘권고’, ‘매뉴얼’에 학칙 자율성이 더 훼손될 우려도 크다.
현재 서울·광주·경기·전북 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두발 길이는 규제해서는 안 된다’, ‘두발‧복장 등 용모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복장, 교복은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등의 규정을 둬 학칙을 통제하고 있다.
교총은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근거 규정을 더 명료화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 의견과 동떨어지고, 학교 생활지도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교육감협의 요구에 교육부는 더 이상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체계를 회복하는 대책 마련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을 기존 가정통신문에 대한 회신, 우편투표 등과 함께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 따라 투표방법 예시로 전자투표를 추가하기로 하는등 제59조 제2항도 개정됐다. 일부 학교에서 학부모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학부모위원 선출시 온라인투표시스템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전자투표에 대한 명확한 법적근거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온라인투표를 실시한 학교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부모는 4.09점, 교직원은 4.63점으로 높은 만족도(5점 만점)를 보였다. 향후, 교육부는 전자투표 정착을 위해 온라인투표 시스템 이용방법 및 편의성 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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