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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우리는 살면서 자주 주체적인 삶과 노예적인 삶에 대해 말한다. 그 속에는 크게 두 가지의 상반된 면이 존재한다. 무의식적으로 타인에 의해서 강요당하거나 법과 규정에 의해서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피동적인 삶의 자세와 반면에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역동적인 삶의 자세가 그것이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위대한 삶의 궤적을 남긴 위인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타인과 구별되는 주도적인 삶을 살아 온 주인공이다. 이들은 ‘Yes’라고 말하기만 한 게 아니라 강하게 ‘No’라고 말했던 사람들이다.

중국 당나라의 위징이 바로 그런 위인이다. 그는 태종 앞에서 언제나 당당하고 용기 있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충언을 했다. 오죽하면 태종 이세민이 후에 그를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고 고백했을까? 하지만 자신이 그런 충신을 곁에 두었기에 후세가 경애(敬愛)하는 ‘정관의 치’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며 전성시대를 영도할 수 있었다.

수년 전에 남한산성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우리에게는 치욕의 역사를 간직한 역사적 사건이지만 청나라의 침략으로 누란의 위기에서 척화파와 화친파를 이끌었던 두 중심인물의 주장을 들을 수 있었다. 화친론자(주화파) 최명길과 척화론자(주전파) 김상현의 대립이 그것이다. 특히 목숨을 내놓고 끝까지 싸우기를 주장했던 김상현은 치욕스런 역사를 허용하기보다 마지막까지 아니 된다고(No) 말했던 충신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 후기 병자수호 조약의 체결에 결사반대하며 광화문 앞에 도끼를 어깨에 메고 나와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끝까지 ‘아니 되옵니다’라고 외쳤던 최익현도 그 당시엔 국가를 생각하는 강력한 보수적 애국심의 발로였다.

미국 작가 허먼 멜빌의 단편 소설인 『필경사 바틀비(Bartleby, the Scrivener)』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뉴욕 월가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화자인 변호사는 열정적인 변론보다는 부자들의 계약서, 저당 증서, 부동산 권리 증서를 다루는 편안한 일을 좋아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일하는 도중 변호사가 부탁하는 일에 대해 바틀비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이는 세계인들에게 회자(膾炙)하는 명언이 되었다. 이렇게 바틀비는 모든 일을 거부하고 심지어 먹는 것마저 거부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정의롭지 못하고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 과감하게 반대할 수 있는 용기와 지성은 오늘을 사는 직장인, 지식인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직업윤리, 생활윤리를 제시한다.

필자는 어느 날 야간에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명목으로 개방하는 교실에 들렸다. 거기엔 학원도, 보충수업도 참여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려고 참여한 학생이 있었다. “너는 왜 학원에 안가고, 보충수업도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대뜸 하는 말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체득한 것이다.

필자는 그런 학생은 오래 그리고 자세하게 쳐다보는 교육자적 사명감이 발동한다. 그래서 학습 보조 자료를 건네주기도 하고 질문에 열과 성의로 가르쳐 주기도 한다. 왜냐면 그런 학생은 자생력이 강해서 질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쳐서 학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발적인 거부를 할 수 있을까? 주변의 눈치 때문에 사회적 지위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미국 작가 H. D. 소로우의 『시민 불복종』이라는 책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우리에겐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해서 당당히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학생은 누구나 덩달아 대학에 진학하려는 천편일률적인 관행에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거부의 용기가 필요하다. 위징과 바틀비, 소로우와 같은 인물은 그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용기 있게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자만 그런 삶을 펼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