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전례 없는 상황은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출산율을 더 떨어뜨려 합계출산율이 2019, 2020년 모두 1을 넘기지 못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급이 감소하고 학교가 통·폐합 되는 일이 비단 시골 학교만의 일은 아니다. 통계청의 2015, 2020년 인구 동향 조사에 따르면 대전 지역에서 초·중·고에 입학할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 수는 큰 폭으로 감소해 2025년이 되면 5년 전보다 8000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위 취득, 계층 이동 사다리 등 고전적 대학 기능이 줄어들 것은 예견된 일이다. 부실 대학이 무더기로 정리되고, 군대를 다녀왔더니 복학 서류를 받아줄 학교가 없어졌더라는 이야기는 이제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대학들은 찾아가는 입시설명회를 운영하고, 앞다퉈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급속한 사회 변동의 속에 있고, 아이들은 미래를 예측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계 굴지의 로봇 공학 기업인 보스턴 다이나믹스 사(社)를 현대가 인수해 AI와 로봇이 흔해질 미래 이야기가 한때 큰 화제가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성세대가 걸어갔던 학습, 진로, 미래 설계 등의 길을 우리 아이들에게 일괄적으로 걷게 하는 것은 과연 효과적인가.
교육부는 2019년 11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2024학년도에 입학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경우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활동은 대입 반영을 폐지하는 등 학교 내 교육과정, 특히 과목별 세부 특기사항이 갖는 중요성이 커지게 됐다.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과 나눔 실천 학교 프로그램 등은 학생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차별화된 교육을 누릴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지난 4월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형 교육과정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키워드는 학생 스스로 불확실한 미래 사회를 예측할 수 있는 중장기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고교 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 이후 기존의 교수-학습 방식과 평가에서 반드시 탈피할 것을 강조한다. 서술, 논술형 평가의 영향력 강화와 소인수 과목 개설 활성화 지원, 원격수업 역량을 활용해 범교과 학습주제를 활용하자는 등의 내용은 주요 교과의 상대 평가에 따른 높은 등급을 획득하는 것만을 유일한 가치로 제시하는 것이 더는 실효성 없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교육과정의 변경, 평가 방법의 내실화 등의 개혁 방안은 예전부터 수도 없이 벌어졌던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헤쳐나가야 할 미래를 후기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의 산물들을 통한 단편적 전망만으로 파악한다면 다양한 위기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대학별 입시 전형의 변화, 수능 문제의 출제 경향의 추이 등을 수치로 분석한 것에 의존하는 것은 수험 생활 자체에 매몰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진로가 미래 사회에 어느 정도의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 나의 선택과목은 그 예측에 잘 부합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지 등을 잘 검토해야 한다.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할 의미 있는 전공과 대학을 우리 학생들이 교사, 학부모와 함께 냉정하면서도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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