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역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근대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현재의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여전히 더욱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학생들의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해 애쓰는 일”이라고 일갈한다. 덧붙여 그는 상상력과 창의적 역량이 더 중요함을 강조한다. 여기엔 거의 공짜로 언제든 제공되는 무수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현재의 디지털 시대가 바로 상상력과 창의력에 의거해서 미래를 향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지난 30여 년간 유럽 국가들과 OECD 회원국들의 다양한 논의에서는 핵심역량 정의를 위한 프로젝트인 ‘데세코 프로젝트(DeSeCo Project)’와 최근 발표한 <OECD 교육비전 2030: 교육과 기술의 미래(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Education 2030>에서 제시한 역량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두 보고서는 공통적으로 이제 지식, 정보, 기술의 전달과 학습에 치중하는 교육은 충분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또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핵심역량을 제대로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실천 역량 학습이어야 하는가? 이는 자칫하면 지식과 기술의 중요성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의미 없는 대립 구조를 내세운다. 왜냐면 실천 역량은 당연히 지식과 기술에 기반할 때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학생들이 실천 역량 중심으로 학습을 구성해 가는 과정은 당연히 지식과 정보를 찾고 활용하면서 목적한 바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2015 국가 교육과정>은 6가지 핵심역량으로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 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그리고 공동체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실천 역량 학습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내포하고 있음을 상기하자. 첫째, 교육의 본질적 목적에 가장 부합한다. 교육은 ‘학습자에게서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나도록 돕는 계획적 행위’이다. 즉, 교육은 실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함으로써 개인이 독립적 주체성, 사회적 관계성, 그리고 생성적 실천성이라는 세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행복을 추구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다. 둘째, 삶의 가능성을 실현한다. 아무리 욕구와 생각이 강해도 그것들을 현실의 활동 상황에서 유용하게 쓸 줄 아는 능력이 없다면 그건 단지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무한 지식과 정보의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삶의 욕망과 실천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사람의 자발성에 기초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 열정, 재능은 주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주변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망과 책임감, 열정을 높여 새로운 실천을 작동케 하는 실천 역량은 학생의 자발성을 촉진하고,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에 주의를 기울이며 성찰적 사고력을 높이는데 적격이다.
실천 역량 학습은 객관적인 것들을 강제로 이룰 수 없다. 따라서 개개인의 소질과 재능, 특성에 맞게, 학습자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천 역량 학습은 개인을 존중하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학교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협력하여 함께 살아가면서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실천의 장이자 놀이터이고 삶의 터전이어야 한다. 따라서 실천 역량 학습은 실천적인 삶의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기대 수명 100세의 현재 MZ세대에게는 배우고 익히는 힘이 축적되어 역량 중심으로 사고하고 실천해야만 미래사회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따라서 실천 역량 학습은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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