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지역감정
안재오
교육평론가
1. 서론 : 야당 패배의 원인 - 자기정체성 부정
2012년 4월 11일 실시된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그간의 예상을 뒤엎고 여당이 야당을 이겼다. 정확히 말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거 한나라당 -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후보자 연합단체를 - 야권 단일화 세력 - 이긴 것이다. 새누리당은 원내 제1당이 된 것은 물론 국회의 과반 의석까지 차지했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모체가 되는 정당인 새누리당은 경제적 난국과 다수의 고위공무원, 정치인들의 부정 그리고 권력의 남용- 민간인 사찰 - 등으로 인하여 민심을 잃고 지지율이 바닥을 헤맸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의 선거 승리는 괄목할 만한 기사회생이다. 그러나 이는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이 뛰어나거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능력과 업적이 뛰어나서 라기보다는 야권연합의 잘못된 정책과 내부단속을 하지 못한 한명숙 대표의 개인적 무능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야권 연합이 실패한 주된 원인은 민주통합당에 구여권 인사들이 - 이른바 친노 세력- 대거 등장했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과거를 부정하는 모순을 범했다. 즉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이미 국가 간의 조약으로 성립된 한미 FTA(무역자유협정)를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결정된 사안인데도 이를 재검토한다거나 혹은 파기한다고 하는 것은 더욱 잘못된 일이다.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이미 비준, 체결된 조약을 파기하기 위하여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다는 행위는 진지한 정치집단의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부존자원은 거의 없고 오직 무역에 의지해서 국가의 살림을 영위하는 한국 같은 나라가 자유무역을 부정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생존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FTA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겠지만 그런 것들은 약의 부작용처럼 생각해야 한다. 무역, 즉 수입, 수출로 국민의 경제를 지탱하는 나라는 자유무역을 부정할 수가 없다. 오직 현 정부 여당에 반대하는 세력을 결집한다는 한 가지 정치목적만을 가지고 권모술수를 부리는 것은 결국 민심의 심판을 받기 마련이다. 그다음은 제주 해군기지 설치 반대인데 이 역시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었다. 즉 자신들이 여당이었던 시절에 시작한 일을 야당이 되었다고 반대한다면 이 역시 자기 정체성(Selfidentity)의 부정이다. 한국에는 이런 자기정체성을 상실하고 무조건 권력획득만을 위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비일비재하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정당, 정치인들은 이제 역사에서 사라져야 한다. 물론 어떤 당의 정책이 바뀔 수는 있다. 그러면 문제는 그런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아무런 설명 없이 자신의 과거의 주장이나 행동을 슬며시 바꾸는 것은 극히 부도덕한 일이다. 아무 이유나 설명 없이 FTA 찬성에서 반대로 변화했다면 또 마찬가지 논리로 다음에는 반대에서 찬성으로 변할 것이다. 이런 당이나 정치인은 믿을 수가 없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FTA 번복 관련 야당 비난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연합이 선거에서 패배한 다른 이유는 무엇보다 선거일 다가와서 터진 민주통합당의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동이 전국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노원 갑 후보로 출마한 김용민 후보는 지난 2004년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강간살인범) 유영철을 풀어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강간해 죽여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었다. 이런 교양 없는 사람을 국회의원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과 그 당 대표의 양식이 의문이다. 언어폭력은 물리적, 신체적 폭력만큼 나쁜 것이다.
김용민은 인기있는 인터넷 방송 “나꼼수”의 진행자이다. 나꼼수의 팬들이 몇만 명이 된다고 한다. 그들은 서울 광장이 몇만 명이 모여 이명박 정권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집회를 가졌다. 그렇다고 해서 더러운 욕설과 막말을 아무렇게나 퍼붓는 사람을 국가의 지도자로 세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정당과 정권의 획득을 위해서는 아무 말이나 하는 “잡놈” 하나를 정리시켜야 했다. 설령 그 사람이 아무리 인기가 있고 그를 따르는 세력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병충해에 불과하다. 벌레 먹은 과일은 솎아 내야 다른 과일들이 잘 자라기 마련이다.
대(大)를 위하여 소(小)를 희생시키지 못한 지도자는 결국 자기 자신의 희생을 당하기 마련이다. 결국 한명숙 대표는 선거패배의 책임을 느끼고 민주당 대표직을 사임하고 말았다.
2. 본론 - 지역감정의 복원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이명박 정권 심판을 내건 야권 연합의 주장과는 반대로 이번 총선의 결과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이 났다. 새누리당이 총 의석 152석으로 원내 과반을 넘어서는 (절대)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아래의 신문기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빨간색을 새누리당, 노란색은 야권연대 당선된 지역이다. (헤럴드 경제)
|
동서 가른 붉은색 vs 노란색…지역주의 장벽 더 높아졌다
새누리에 표 몰아줘
전국지도를 펼쳐 놓고 색칠을 하면 동쪽은 빨간색(새누리당)으로 뒤덮였고, 서쪽은 드문드문 빨간색이 있긴 하지만 노란색(민주통합당)이 대표 색깔이 됐다. 한국 정치판의 대표적인 프레임이었던 ‘동서구도’가 16년 만에 재현된 셈이다. 결과적으론 ‘지역주의’가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새누리당은 67석이 걸린 영남권에서 단 4곳(사상ㆍ사하을ㆍ거제ㆍ김해갑)을 제외한 64석을 가져가며 ‘낙동강 벨트’를 사수했고, 호남 역시 새누리당의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풍(文風ㆍ문재인 바람)은 그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실패한 셈이다.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의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 도전장을 냈던 김부겸 민주당 후보, ‘호남당’에 도전장을 냈던 이정현ㆍ정운천 새누리당 후보의 의미 있는 도전은 무위에 그쳤다.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시간을 두고 혼전이 되면서 지지자들이 결집했다”며 “그러면서 지역별 이념성향이 뚜렷해져 지역주의를 넘어서기 힘들었다”고 분석했다. 전원책 변호사도 “ (새누리당의 승리는) 지역주의의 승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12-04-12) 한층 강화된 ‘동서구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은 강원ㆍ충청의 변신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고작 3석을 내줬던 강원이 이번엔 9석 전석을 새누리당에 몰아줬다. 충청에서도 새누리당은 크게 약진했다. 대전과 세종시를 포함해 총 25개 선거구 중 새누리당은 12석, 민주당은 10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18대 총선 때 자유선진당에 밀려 단 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었다. 마지막까지 혼전세였던 충청 판세는 박근혜 방문 직후 새누리당 쪽에 크게 기울었다. 전문가들은 기성정치에 대한 염증과 보수층의 결집, 구심점의 부재가 강원과 충청의 배신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전원책 변호사는 “민주당이 친북종북으로 불리는 좌파 세력과 연대하면서 강원도의 안정보수 세력이 반발했다”며 “충청권의 경우에도 대선후보를 꿈꿨던 JP(김종필) 이후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헤럴드 경제)<한석희ㆍ김윤희ㆍ조민선 기자>/worm@heraldm.com
|
위의 헤럴드 경제 신문이 서술, 분석하고 있는 것처럼 이번 19대 총선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지역주의 혹은 지역감정이라는 무서운 한국의 질병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당파들의 가장 큰 이념이 바로 지역감정 타파라는 정치적 슬로건이었다. 지역감정 혹은 지역주의란 지역 이기주의라는 집단적 이기주의의 한 형태이다.
박정희의 유신 독재의 한 후유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지역주의 현상은 한국의 정치발전은 물론 경제발전까지 방해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특히 지역주의 현상을 두드러지게 보인 것은 위의 신문의 분석처럼 민주당의 잘못된 선거 전략과 인사정책이 초래한 결과라고 본다. 즉 뚜렷한 본질적인 정책 대결이 없으니 사람들은 다시금 과거의 습관과 역사로 복귀한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즉 원래 민주당-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한나라당)과 별로 정책의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야당이 자신의 추종자들을 결집하고 여당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뚜렷한 정책적인 차이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것은 실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민주통합당은 본의와 다르게 한미 FTA 반대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라는 자충수를 두게 된 것이었다. 물론 이는 야권연합의 파트너인 통합진보당(구 노동당)의 주장이기는 하다. 따라서 민주통합당이 너무 통합진보당의 정책에 끌려 들어갔다가 손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게 된 사연도 이해는 간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현격히 떨어짐에 따라 그동안 소위 “폐족(廢族)”으로 숨어 지내던 친노 세력들이 대거 중앙 정치무대로 뛰어들게 됨에 따라 이들 역시 뭔가 현 정부와 완전히 다른 정책과 이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보다는 복지제도 강화에서 모든 당들이 정치슬로건을 찾게 되었다. 여기서도 또 여-야의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서 야권은 결국 자신들의 과거의 주장과 행위를 부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도출할 수 있다. 뚜렷한 이념대결, 정책대결 없는 선거는 지역감정과 지역주의의 망령을 되살린다.
여기서 지역주의란 자기 지역과 친근한 정당의 후보들에게만 표를 주는 집단이기주의의 일종이다. 이는 유권자들이 후보자나 정당의 정책이나 능력 그리고 신뢰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특정 지역에 기반하는 XX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후보자를 선택하는 불합리하고 맹목적인 정치행위이다.
이명박은 그가 대통령에 출마할 때, 친기업정책(business friendly policy), 혹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선포하여 그 전 노무현 정권하에서 피폐해진 국민경제를 다시 부흥시킬 수 있다는 국민들의 희망감을 고취했고 그 결과 엄청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의 친기업정책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고난을 극복할 수 없었고 이명박 역시 자기모순, 즉 시장통제와 복지확대 그리고 대기업 때리기라고 하는 포퓰리즘으로 빠지고 말았다. 사정은 민주통합당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고용창출과 성장 없는 복지확대는 최근 남유럽의 사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가 부도의 위험성을 포함한다.
3. 결론 : 지역주의의 진정한 극복
위의 신문은 이번 선거를 “한국 정치판의 대표적인 프레임이었던 ‘동서구도’가 16년 만에 재현된 셈이다. 결과적으론 ‘지역주의’가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럼 이런 한국 사회와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감정 혹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한 번 살펴보자. 무엇보다도 한국의 현실을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정치와 정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와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학벌주의와 학교문제이다. 최근 초중고의 왕따, 폭력 등이 이런 문제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리고 지나친 사교육과 학생들의 인간성 문제가 또 그 문제에서 나온다. 그리고 고용문제마저 교육문제에서 파생되는 것임을 필자는 벌써 여러 번 지적했다. 교육제도의 잘못으로 경제생활의 피폐가 온다. 입시위주, 시험위주의 학교 문화가 인간성을 말살하는 원인이 된다. 이런 교육은 창의성을 상실하고 인간을 조직 순응적으로 키운다. 이렇게 교육받은 어른들이 바로 부정, 부패의 정치인들, 공무원들이다. 실업고의 진작 없이 대학진학위주의 교육, 대학의 서열주의 등이 국민경제와 국민교육을 갉아 먹는 병충해와 같다.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개혁을 지향하는 정당과 정치세력이 나와야 한다.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 확대 등이 더 이상 정치의 근본적인 테마일 수 없다. 그런 것들은 교육의 개혁에서 귀결되는 결과에 불과하다. 교육만 제대로 되면 고용, 창업 등이 따라서 잘 된다. 물론 교육개혁이 국정의 전부는 아니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현재 한국의 모든 모순의 핵심적인 모순이 바로 교육의 모순이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하면 노무현 정권이 외쳤던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는 노무현이 생각했던 것처럼 수도를 지방으로 옮기거나 혹은 행정부의 일부를 떼어 세종시에 갖다 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독일과 핀란드처럼 학교를 시장이 아니라 국가의 통제에 둠으로써 비로소 지역인재의 육성이 가능해진다.
.gif)
.jpg){kind=small}
.jpg)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