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의 실패 원인과 근본 대안 모색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I. 시작하는 말
우리 사회는 요즘 공교육 내 많은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비행, 주의력결핍, 학교생활 부적응, 정서장애, 행동장애 등을 가진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학교 수업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지자 그 동안 인지적 영역의 학업성취만 강조하고 소홀히 했던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사후약방문’이란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그 동안 인성교육과 사회성-감성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오직 경쟁을 통해 학력 신장에만 매몰되었던 우리 사회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본고에서는 인성교육에 대해 아래와 같이 4가지 항목에 관해 살펴보면서 한국의 인성교육과 사회성-감성교육이 나아갈 길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ㆍ 인성교육이란 무엇인가?
ㆍ 인성교육 - 과연 효과가 있는가?
ㆍ 인성교육 - 실패 원인은 무엇인가?
ㆍ 인성교육 - 근본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인성교육(character education: CE)이란 매우 포괄적으로 쓰이는 용어(umbrella term)다. 이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가치교육(value education), 도덕교육(moral education)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인성교육과 매우 유사한 개념으로 사회성-감성 교육(social-emotional learning :SEL)이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미국에서 활발히 형성된 개념들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21세기 들어 미국의 SEL 개념을 도입, 응용하고,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의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1995) 이론을 바탕으로 공교육의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성-감성적 기질과 기술(Social and Emotional Dispositions and Skills: SEDS)’, ’학습의 사회성-감성적 측면(The Social and Emotional Aspects of Learning: SEAL)’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인성교육과 사회성-감성교육은 그 개념이 학자들 간에 공감대가 이루어질 정도로 확립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두 개념 사이에는 내용적 차이, 지향점, 그리고 이름이 주는 직관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인성교육이란 용어를 주로 써왔던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인성교육과 사회성-감성교육을 병행해서 발전시키는 옳다고 생각되며, 이 두 가지 개념을 통합하여 사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우선 각각의 정의를 살펴보자.
II. 인성교육이란 무엇인가?
인성교육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인성교육과 사회성-감성교육 두 가지 개념과 프로그램이 독립해서 존재하고 사용되고 있으므로 본고에서는 이 두 가지의 개념을 동시에 살펴보기로 한다.
1. 인성교육(character education: CE)의 개념 정의
1) 인성교육의 정의
ㆍ 정의1: ‘선을 알고(knowing the good), 선을 추구하며(loving the good), 선을 행하는 것(doing the good)에 관한 것.
ㆍ 정의2: ‘아동이 핵심적인 윤리적 가치(core ethical values)를 이해하고, 이런 가치에 대해 마음을 쓰며(care about), 이에 따라 행동할(act upon)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의도적이고 집중적인 노력’(Thomas Lickona).1)
2) 핵심 구성 요소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
인성교육이 다루고 있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덕목들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다.
▶ 인성교육의 6가지 기둥
ㆍ 신뢰 Trustworthiness
ㆍ 존경 Respect
ㆍ 책임감 Responsibility
ㆍ 공정 Fairness
ㆍ 배려 Caring
ㆍ 민주 시민의식 Citizenship
(*주: 미국의 청소년 윤리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단체 Josephson Institute가 개발한 것.)
▶ 한국-미국 학자들이 제시하는 인성교육 덕목
출처(연구) |
인성덕목의 영역 |
영 역 |
자 기 |
타 인 |
정의 교육과 인성교육 구현을 위한 기초연구
(조연순 외, 1998) |
ㆍ민주시민의식 - 준법정신, 봉사정신, 협동정신, 책임감, 정의감, 애국심, 환경보호의식
ㆍ타인존중의식 - 권위의 존중과 수용, 예의범절, 효, 사랑, 배려, 정직, 신뢰
ㆍ자기존중의식 - 자신감, 자아수용, 자기표현, 자기통제 |
ㆍ자기존중의식 |
ㆍ타인존중의식
ㆍ민주시민의식 |
한국사회의 도덕성 측정을 위한 도덕성 개념 및 덕목요소 추출
(박효정, 2000) |
ㆍ정직
ㆍ타인배려 - 연민, 관용ㆍ양보, 친절, 봉사, 헌신
ㆍ공공질서의식 - 준법의식, 공중질서 준수
ㆍ경로효친
ㆍ생명존중
ㆍ환경보호의식
ㆍ성윤리
ㆍ정의 - 공정성, 용기, 민주성
ㆍ평등의식
ㆍ사회연대의식 - 책임과 협동, 공익 우선, 신의
ㆍ애국애족 - 내나라사랑, 민족사랑, 인류애
ㆍ절제 - 절약, 자기통제, 인내 |
ㆍ정직
ㆍ생명존중
ㆍ환경보호의식
ㆍ정의
ㆍ애국애족
ㆍ절제 |
ㆍ타인배려
ㆍ공공질서의식
ㆍ경로효친
ㆍ성윤리
ㆍ평등의식
ㆍ사회연대의식 |
Character Education in America (Greenawalt, 1996) |
ㆍ시민정신
-민주주의 : 권위의 존중과 수용, 평등, 양심과 표현의 자유, 정의의 자유, 관용
-애국심 : 용기, 충성
-자연환경에 대한 존중 : 환경보존
ㆍ타인에 대한 존중
-이타주의 : 공손, 동정, 예의범절
-정직 : 진실, 신뢰
ㆍ자기에 대한 존중
-자아수용 : 전념, 인내, 자기통제, 절약
-자기존중 : 지식, 절제, 육체적ㆍ정신적ㆍ경제적 처지를 수용
-직업윤리 : 성취, 협동, 신용, 성실, 자신감, 생산성, 창의성 |
ㆍ자기에 대한 존중 |
ㆍ시민정신
ㆍ타인에 대한 존중 |
<표1> 인성덕목의 영역의 분류 변형(류청산, 진홍섭 2003 한국실과교육학회 학술대회논문집)
2. 사회성-감성교육의 개념정의
사회성-감성교육이 싹트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사람들은 학업 및 삶의 성공과 관련이 깊은 인간의 능력이나 특성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해 왔다. 이 분야 전문가인 다니엘 골먼(Daniel Goldman 1995)은 다음과 같이 사회성-감성의 중요성을 세상에 발표했다.
“아이큐(IQ)는 인간의 삶의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면이 적지만, 사회성-감성 능력은 인간의 성공과 행복, 안녕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서 훨씬 더 가치가 있다.”
"IQ is only a minor predictor of success in life, while emotional and social skills are far better predictors of success and well-being than academic intelligence."
이어서 하버드 대학의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교수가 1980년대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s)이론을 발표하면서 8가지 지능 중 대인관계지능(interpersonal intelligence)과 자기이해지능(intrapersonal intelligence)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상이 비교적 새로운 개념인 사회성-감성교육을 발전을 이끌었던 배경이다. 이제 미국의 사회성-감성 교육 분야의 대표적인 두 기관(CASEL; Morning Side Center)의 정의를 살펴보자.
ㆍ정의1: 사회성-감성교육이란 '아동의 학업능력, 개인적, 사회적, 시민적 자질 개발의 핵심이 되는 지식, 습관, 기술, 이상 등을 일컫는다. 이런 자질은 학교 및 학교 밖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기 위해 필요하다. 이런 학습은 개인이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하며, 남을 배려하고 관심을 갖게 하고, 또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도전적인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CASEL: The 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아래와 같이 5가지 요소로 구성하고 있다.
① 자기인식능력(self-awareness)
② 사회적 인식능력(social awareness)
③ 자기관리능력(self-management)
④ 관계능력(relation skills)
⑤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능력(responsible decision-making)
ㆍ정의2: 사회성-감성교육을 또 다른 대표 기관인 Morning Side Center
(www.morningsidecenter.org)는 사회성-감성 교육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며 7가지 자질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성-감성 교육이란 감성지능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정이며 다음의 것들로 구성된다.’
① 감정의 이해와 관리
② 대인관계 능력
③ 갈등과 문제해결 능력
④ 주의 집중
⑤ 목표수립과 달성
⑥ 좋은 의사결정을 내림
⑦ 사회(클래스, 학교, 지역사회, 세계)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책임감
또 일리노이주의 사회성 감성교육 프로그램이 사회성 감성 교육 목표를 매우 간결히 잘 정리하고 있어서 소개한다. 위키피디아에서도 이를 소개하고 있다.
ㆍ일리노이주 사회성 감성교육의 성취목표 3가지
-목표1: 학교생활과 학교 밖 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자기인식능력(self-awareness skills)과 자기관리능력(self-management skills)을 개발한다.
-목표2: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능력(social-awareness skills)과 대인관계기술(interpersonal skills)을 사용한다.
-목표3: 개인생활, 학교생활,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의사결정능력과 책임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인다.
3. 인성교육(CE)과 사회성-감성 교육(SEL)의 차이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인성교육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신뢰, 공정, 용기, 정직, 책임감 등 윤리적 가치(ethical values)를 강조한다. 하지만 사회성-감성교육은 용어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듯이 공감, 감정의 조절,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해결 등을 중시한다. 인성교육이 더 넓은 개념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둘은 명확히 경계를 지어 사용하지 않는다. 인성교육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에 사회성, 감성을 개발하는 내용이 들어가고, 반대로 사회성-감성 프로그램 속에 인성교육 요소를 포함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성교육과 사회성-감성교육은 서로 독립적으로 발달되어 왔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이 분야 관련 전문가의 글을 보면 ‘인성교육(character education: CE)과 사회성-감성교육(social & emotional learning: SEL)’처럼 둘을 구별해서 언급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둘의 통합한 프로그램들도 있다. 사회성-감성연구소를 운영하는 미국의 럿거스 대학(Rutgers University)이 최근 개발한 사회성-감성교육과 인성교육을 통합한 모델인 Social-Emotional and Character Development(SECD)가 좋은 예다.
또, 사회성-감성교육은 학업성적 향상에 꼭 필요하고 효과적임이 밝혀지면서 학업성취도 향상을 목적으로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성-감성 교육기관인 www.CASEL.org의 CASEL(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은 명칭에 ‘Academic’이란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어떤 용어를 쓰는 것이 좋을까? 발제자는 ‘인성교육’이란 용어의 사용을 지양하고 대신 ‘사회성-감성교육’이란 용어 사용을 적극 제안하고 싶다. ‘인성교육’은 아동의 삶의 질과 운명을 결정할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 용어이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해서 비중있게 다뤄야 할 교육목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인성교육’은 말뿐이었고 지금까지 지식교육에만 치중하다가 학교 폭력과 비행이 심해지자 갑자기 인성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강조되는 ‘인성교육’은 현재 아이들의 인성이 아주 나빠졌다는 것을 전재로 하고 교육 대상도 학생이다. 하지만 인성교육의 특성은 인성교육의 제공 주체가 인성 면에서 모범이 되고 인격적으로 피교육자의 신뢰를 받아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인격적으로지 학생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들 눈에는 학교 문화가 매우 관료적이고, 권위적이고, 수직적이며, 소통 자체가 잘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교육’의 의미는 ‘교사가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것’이란 잘 못된 이해가 존재한다. 만일 인성교육의 고유한 목적은 잊고 ‘나빠진 학생의 인성과 문제행동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추려한다면 이는 매우 건강하지 못한 인성교육이 된다. 이런 목적이라면 미국의 ‘학교 수준 긍정적 행동중재와 지원(SW-PBIS)’과 같이 목표와 초점이 분명한 프로그램의 도입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인성교육은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도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전인교육의 핵심요소란 점을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 만일 ‘인성교육’이란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려면 교사, 학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의 인성교육을 먼저 하거나 병행한 후 학생들의 눈에 교직원들과 학교문화가 인성적으로 모범이 되고 있다고 인정받을 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회성-감성교육이란 이름은 이런 측면에서 인성교육만큼 용어사용의 부담이 덜 할 것 같다. 지금 학교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폭이 넓은 인성교육보다는 사회성-감성 교육이 아이들의 문제행동과 비행을 줄이는데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부족한 사회성, 감성 교육을 통해 관계(교사와의 관계, 또래와의 관계 등)의 질이 좋아지고 나아가 학업 성취도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학교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는 사회성, 감성의 부조화와 허약함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그 결과 너무나 많은 아동청소년이 고통을 받아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 결과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Robin Stern, Ph. D.)
III. 인성교육 - 효과가 있는가?
인성교육은 과연 투자한 만큼 효과가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인성교육 분야 세계적인 학자며 미국 인성교육의 한 효과 검증 프로젝트(What Works in Character Education)의 책임자였던 마빈 베코위츠(Marvin Berkowitz) 박사는 이 질문의 답으로 ‘Yes and No’라고 답한다.
제대로 하면 효과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상식적인 얘기로 들릴지 모르나 매우 의미심장한 얘기다. 현대적 인성교육과 사회성-감성교육의 역사가 길지 않고 효과 검증 사례도 충분하지 않기는 하지만 최근(2010, 2007) 미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두 건의 효과검증 결과를 보면 ‘효과 없음’으로 밝히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2010년 보고서
‘과학적 연구결과 인성교육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런 결론은 ‘초등학생의 사회성과 인성개발 촉진을 통해 문제행동을 줄이기 위한 학교단위 프로그램의 효과성 연구(Efficacy of Schoolwide Programs to Promote Social and Character Development and Reduce Problem Behavior in Elementary School Children)’란 이름의 보고서를 근거로 하고 있다.
② 2007년 보고서
‘대다수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그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What Works Clearinghouse이다.
(http://www.positiveaction.net/content/PDFs/Character-education-topic-report.pdf 참고)
인성교육을 제대로 했을 때 효과가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위 두 논문을 직접 읽지 못하고 Wikipedia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성교육이 좋은 효과를 내기는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인성교육을 '로케트 과학(rocket science)'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는 로케트를 만들 때 수많은 복잡한 과학이 동원되고 그 중 하나만 고장이 나도 로케트 발사는 실패하고 마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그냥 지금까지 늘 있어왔던 일처럼 교육과정에 인성교육이나 사회성-감성교육을 명시적으로 강조하고, 교과서에 반영한 다음, 교사연수를 실시하고, 평가를 하면 인성교육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한다면 이는 인성교육에 매우 안일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본 발제자가 인성교육에 관한 많은 자료를 참고하고 개인적인 견해를 담아 정리한 아래 IV.의 ‘인성교육 -근본적인 대안은 무엇인가?’를 보면 인성교육의 어려움과 성공요인을 알게 될 것이다.
IV. 인성교육 -실패 원인은 무엇인가?
인성교육을 교육 목표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교육과정의 탄생과 역사를 같이 한다. 지금도 교육과정의 총론 인재상이나 학교 급별 교육 목표를 보면 전인적 성장, 심신의 조화로운 발달, 배려,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 공감, 협동 등 주요 인성교육의 덕목을 언급하고 있다.
5.31 교육 개혁안에도 ‘인성 및 창의성을 함양하는 교육과정의 운영‘이란 진술을 보면 인간성이란 타고 나는 것이며 그것은 선한 것이고 교육에 의해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에 의한 물질 만능주의, 상업적 대중매체와 유해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청소년의 비행과 탈선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입시 위주의 암기 교육과 획일적 평가체계로 개인의 특성과 다양성이 무시된 채, 규격화된 인간만이 양성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교육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성과 창의성을 함양하는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5.31 교육개혁안 제2차 대통령 보고서, 1995)’
다만 문제는 이런 인성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서는 국내의 관련 선행연구들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첨부자료1: 최준환 외 2009: 인성교육의 문제점 및 창의, 인성교육의 이론적 고찰)
발제자는 인성교육의 실패원인을 사회, 가정, 학교 등을 포함하는 좀 더 큰 영역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인성교육을 포함 모든 학습은 학교에서의 명시적 학습(explicit learning)보다는 비형식적, 묵시적 학습(informal implicit learning)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인성교육의 장(場)은 더욱 그렇다. 밥 먹고, 운동하고, 잠자는 시간만 제외하면 21세기 아동청소년들은 시간의 대부분을 사이버 공간에서 보낸다. 휴대폰, 컴퓨터, 소셜네트워크 등. 그리고 인성, 사회성을 교실에서(그것이 바람직한 내용이든 아니든) 교재와 교사의 강의로부터 배우는 것보다는 사이버 공간, TV 등의 매스컴을 통해, 가정에서 가족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또 교실 밖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배운다. 한편, 학교 교실에서는 교사의 인격, 언행 등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우리사회는 바로 이점에 주목해야 한다. 학교의 명시적 교육만으로 인성, 사회성, 감성 교육을 하는 것에는 분명히 큰 한계가 존재한다.
아울러 지금 학교의 아동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각종 장애와 어려움은 다양한 원인에서 온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ㆍ아동청소년 문제행동의 원인분류 (Coie et al. 1993)
1. 체질적인 장애(constitutional handicap)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합병증(prenatal complications), 생화학적 불균형(biochemical imbalance), 기질적 장애(organic handicap), 감각기관의 이상 등
2. 필요한 스킬을 적기에 개발시켜 주지 못함(skill development delays)
낮은 지능, 사회적 무능, 주의력 결핍, 읽기장애, 학습능력부족과 나쁜 습관 등
3. 정서장애(emotional difficulties)
미성숙, 갈등, 낮은 자존감, 감정조절이상(emotional dysregulation) 등
4. 가족 상황(family circumstances)
사회적 하층, 가족 내 정신이상 병력, 대가족, 아동학대, 스트레스를 크게 받은 삶의 사건, 가족 해체, 일탈적 의사소통(communication deviance), 가족 갈등, 애착결핍 패턴(poor attachment patterns) 등
5. 대인관계 문제(interpersonal problems)
또래거부(peer rejection), 소외, 고립 등
6. 학교내 생활문제(school problems)
학교내 폭력, 집단괴롭힘, 학교풍속문란, 학교생활적응 실패 등
7. 환경적 맥락(ecological context)
극빈환경, 학력중심사회, 지나친 경쟁, 사회의 유해환경, 지역사회 유대관계 해체, 인종차별, 실업 등
이상을 보면 위 5.대인관계 문제 6.학교내 생활문제 이 두 가지만 제외하면 나머지 모두가 가정과 사회가 일차 원인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성, 사회성-감성 역량을 키우고 학교의 문제행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가정-지역사회-더 큰 사회의 상호 협력과 책임의 분담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유전적인 것을 제외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다시 <사회요인, 가정요인, 교육제도 요인, 학교요인, 교사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해보고자 한다.
[사회요인]
1. 병든 사회가 원인이다.
ㆍ건강하지 못한 가치관, 직업관, 인간관, 교육관 등
ㆍ무지, (정치가)탐욕과 위선, 거짓 등
ㆍ‘성적우수=성공적인 교육’이란 잘못된 등식 성립
ㆍ‘좋은 학벌= 우수인재’란 잘못된 등식 성립
2. 사회경제적 격차가 원인이다.
ㆍ빈부격차가 학력격차, 건강격차, 소득격차로 이어지고 이것이 정신건강문제, 비행의 요인으로 연결될 가능성 큼
ㆍ공교육에 발을 들여놓는 시점부터 아이들의 출발선에 큰 차이. 인지능력, 사회성-감성 능력에 결손이 있는 아이들은 입학 순간 그렇지 않은 동료들에 비해 자신이 못함을 깨닫고 낙오자의 길을 걷기 시작할 가능성 큼
ㆍ질 높은 조기가정개입프로그램(early family intervention program) 부재
3. 사회의 유해환경이 원인이다.
ㆍ언론 매체의 가치관, 직업관, 인간관 왜곡 심함
ㆍ유해한 홍보와 광고에 과다한 노출
ㆍ유해한 인터넷 환경에 과다한 노출
-현실세계에 비해 사이버 공간의 유혹, 매력, 자유 너무 큼
-디지털 기기 사용을 통해 혼자 지내는 시간 증가로 사회성, 공감능력, 소통능력 부족
-강한 비주얼 자극에 과다 노출로 충동적 행동 증가
4. 디지털 세대 아동청소년의 몰이해와 제도의 부정합이 원인이다.
ㆍ인터넷과 디지털 세상에서 지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아동청소년은 뇌의 회로 자체가 다른 새로운 인간유형
ㆍ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 간의 가치, 문화, 소통방식 차이 크게 벌어지게 됨
ㆍ학생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교육정책을 입안/실행하지 못함
5. 아동청소년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어른들의 관(觀)이 원인이다.
ㆍ아동청소년은 존중받아야 할 사회적 존재라기보다는 어른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란 인식 만연. 이것이 지시적, 권위적 소통문화를 낳고 이것이 다시 회피와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 큼
[가정요인]
6. 가정교육 부재나 미흡이 원인이다.
ㆍ해체된 가정, 1인 가정, 조손가정, 핵가정, 맞벌이 부부 증가 증가로 가정의 역할 상실
ㆍ문제부모 밑에 문제 자녀
[교육제도 요인]
7. 교육제도가 원인이다.
ㆍ발달 수준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학제와 진급제도
ㆍ출석일수만 채우면 상급학년으로 진급하는 제도
ㆍ중하위권 학생은 따라가기 어려운 교육과정의 내용, 분량, 난이도, 평가
ㆍ진정한 인성교육, 사회성-감성교육 부재와 부실
8. 입시제도가 원인이다.
ㆍ인지능력을 중시하는 입시전형이 인성교육, 사회성-감성교육을 불가능케 함
ㆍ지나친 비인간적 경쟁 유발
9. 학교시스템이 원인이다.
ㆍ교사 1인당 학생 수 과다로 모든 아동에게 충분한 관심 기울이기 어려움
ㆍ학습부진을 예방하고 해결할 대안 부재
ㆍ전문가로 팀을 이룬 상설 조기개입프로그램 부재
-문제행동을 하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집중, 만족지연 등의 시간이 매우 짧으므로 이들에게는 가령 10~20분 단위의 수업을 하고 학습내용, 분량, 학습방법, 학습시간 과제의 분량, 과제수행방법 등을 학습자에 맞게 조정(accommodation)되어야 하나 이런 유연성과 뒷받침 매우 미흡
10. 아동청소년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ㆍ정책결정과 학교운영에 학생/학부모의 목소리 청취와 참여 부족
ㆍ학생 리더십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 제공 매우 미흡
11. 교육내용의 획일성과 강제성, 교육방법의 단방향성, 의미부족이 원인이다.
ㆍ참여와 몰입을 이끌어 내기엔 한계가 있는 수업방법으로 낙오자 양산
ㆍ학교의 수업 내용이 지금 당장 혹은 장래 본인의 삶과 무관하다고 느끼는 학생층 존재
ㆍ청소년의 뇌가 선호하는 학습방식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의 교육제도와 지도방법
[학교요인]
12. 교원의 자율성, 자존감, 직무만족도, 사기가 낮은 것이 원인이다.
ㆍ교육과정 편성권, 평가권 매우 제한적임
ㆍ행정중심 조직과 행정부담 과다
ㆍ감시, 통제, 간섭 받는 다는 느낌 존재
ㆍ승진기회 부족과 학교경영에 소외감
13. 정서장애, 행동장애 학생들에게는 맞춤 프로그램, 보살핌 미흡이 원인이다.
ㆍ학습자에 대한 뇌과학적 이해와 대처 부족
ㆍ특수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 부재나 미흡
ㆍ아직 개발하지 못한 스킬의 체계적 지도 시스템 부재
14. 문제행동의 기능/원인/배경의 이해부족, 근본적인 치유보다는 행동자체를 문제 삼고 비교육적 처벌위주의 대응방식이 원인이다.
ㆍ문제행동의 기능과 배경에 대한 과학적 이해, 공감능력 부족
ㆍ예방과 대응방식에 대한 전문성 부족
ㆍ근본적 원인 환경 제거보다 문제행동 자체의 일시적 중단지향 방식의 대응
15.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와 상호 신뢰가 무너진 것이 원인이다.
ㆍ학생과 교사간의 관계 악화, 신뢰와 존경의 부족
ㆍ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부족
16. 학교문화가 원인이다.
ㆍ진정한 소통과 참여의 부족
ㆍ행정중심 문화
ㆍ교사의 개인주의/현실주의
ㆍ학생의 학교경영에 참여부족
ㆍ교사의 권위의 필요성에 대해 학생과 교사의 인식차/기대차 존재
ㆍ처벌 중심 학생 생활지도
ㆍ‘학생인권과 교권’, ‘학생 인권보장과 학교 질서 유지’와 같은 이분법적, 대립적인 사고
17. 학교운영체제의 관료성, 불완전성, 낙후된 학교경영기술이 원인이다.
ㆍ분산리더십 부족
ㆍ내부 책무성 부족
ㆍ학부모의 학교 경영자원화 미흡
ㆍ학교 변화 리더십 부족
ㆍ책임만을 강조하는 학교경영능력평가
[교사요인]
18. 교사의 사명감/열정/헌신/관심/사랑/전문성 부족이 원인이다.
ㆍ교사의 개인주의/현실주의/형식주의
ㆍ교사의 사명감/열정/헌신/관심/사랑/전문성 부족
ㆍ학생/학부모들로부터의 신뢰 부족
ㆍ사제 간 진정한 관계형성과 소통 미흡
ㆍ진정한 스승/멘토 역할 부족
-교사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아동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실제 모든 학습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학교는 교사가 학생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얼마나 지원하는가에 따라 학교는 엄청나게 변할 수 있다.
1) http://www.character.org/key-topics/what-is-character-education/ 참조.
[첨부자료] 초등학교 교사들이 지적한 인성교육의 문제점
첫째, 정부와, 학교장, 교사, 학생, 학부모등 모든 교육 당사자가 지향하는 목표가 다른 상황에서 인성교육은 어려울 수밖에 없으며, 모든 교육 당사자들의 지향점을 모으는 것이 급선무임.
둘째, 일제고사, 전국단위 평가의 실시 등으로 학교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학교장들은 자신들의 인사와 관계된 교과 성적 향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셋째, 다문화 가정 증가에 따른 인성교육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넷째,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의 인성교육이 효과적이며, 고학년만 되어도 선생님 말을 잘 듣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다섯째, 교사. 학생 모두에게 흥미와 재미를 줄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 부족하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여섯째, 인성교육 활동 등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학생들의 참여도가 매우 저조함을 지적하고 있다.
일곱째, 교사들의 생활지도에 대한 사명감 부족 또는 인성지도 체념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여덟째, 학교에서 학생 인성지도를 위한 개별상담을 할 시간과 전문 상담 교사 부족
등을 들고 있다. |
(최준환 외 2009; ‘인성교육의 문제점 및 창의, 인성교육의 이론적 고찰’)
V. 인성교육 - 근본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VI. 맺는 말
(이어지는 내용은 <학교운영위원회> 8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교육개발원과 (사)한국학교교육연구원의 공동주최로 7월 3일에 있었던 「인성교육 대심포지엄 : 인성교육, 답은 무엇인가?」에서 발표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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