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인성·지성과 미래교육
김용국 (前 김포교육지원청 교육장)
Ⅰ. 들어가며
오늘날 우리교육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근원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들이 많아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해를 거듭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교육은 그 규모와 교육내용, 교육수준, 교육특색적인 면에서 볼 때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것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입시위주의 교육제도로 인하여 상호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어 인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데 해를 끼치고 있음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 학교는 선과 사랑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을 중시하고 학생들을 지덕체를 고루 갖춘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시킴으로써 생명과 정의,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는 것을 학교교육의 비전으로 삼아야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거리가 있다.
‘교육에 대한 국민여론과 정책의 방향조사’에 의하면 앞으로 더 중시해야 할 교육내용으로 창의성교육과 인성교육을 손꼽고 있으며 그렇게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그 중요성에 비해 학교현장에서의 접근방식이 다양하지 못하고 목표도달도가 미약하다는 데 있다. 아직도 암기위주의 주입식교육이 56.5%나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10년) 앞으로 창의·인성·지성교육이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지도되어 그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느냐에 문제해결의 열쇠가 있다고 본다.
Ⅱ. 창의력 경쟁시대
창의력은 부의 키워드이다. 일류국가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서 부를 창출하는 나라를 말한다. 그 나라의 창의적 인재가 각 분야에서 얼마나 두각을 나타내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미 세계는 창의력 경쟁시대에 돌입한지 오래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창의적 인재 찾기에 혈안이 되어 해외에 나가있는 자국의 인재들을 대거 귀국시키고 있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이들과 경쟁대열에서 함께하려면 학교교육에서부터 창의적 인재를 길러야 한다.
창의력에는 여러 요소가 있는데 그 한 요소인 상상력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세계의 흐름이 바로 창조적 발상의 원동력이 되는 상상력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도 우연만은 아니다. 사막의 신기루 같은 꿈을 이룬 도시 두바이에서는 어디를 가나 인간의 상상력으로만 가능했던 일들이 그대로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인간의 상상력 하나로 모든 것이 창조되고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교육이 어떤 제도나 정책의 틀에 묶여서 창의성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많은 학부모님들은 공교육 차원에서 부족함을 느껴 불만을 토로하거나 사교육의 문을 두드려서라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창의적 인재로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조기유학의 열풍이나 사교육이 그 목표를 달성해 준다고 볼 수는 없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상을 기르기 위해 학생, 선생님, 학부모님이 하나가 되어 지혜를 짜내고 해결해가야 한다. 진정한 창의·인성·지성교육이 학교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의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 그들은 고귀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균형 있는 성장력을 갖춘 인재로 자라갈 것이다.
Ⅲ. 창의력과 상상력
우리가 중요시하는 상상력은 유아기에서 시작하여 청소년기 후반에 절정을 이루었다가 성인기에 가서는 급속히 쇠퇴한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는 우리 자녀와 학생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방안에 골몰해야 한다. 우리 자녀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커가는 단계에서 어른들의 지시나 통제에 제약을 받는 것은 큰 문제이며 걸림돌이 된다.
서두르는 것과 조급함 또한 창의력 신장에 크게 해롭다. 수업시간의 자유분방함이나 선생님이 기다려주는 배려 없이는 창조적 발상을 하기가 어렵다. 창조성이 넘실대는 수업 분위기가 요구된다. 우리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능력을 일깨워 주고 이끌어 내주는 선생님의 노력과 동기유발이 중요하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정보의 밑천 없이는 곤란하며 창의적 사고의 노력 없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더욱 창출하기가 어렵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창의성이 큰 사람이 비창의적인 사람보다 성공률이 높고 경제적 수입과 성장률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학교교육도 창의성을 계발시켜주는 방향으로 큰 변화를 이루어낸다면 경쟁력 또한 높아질 것이다.
지금 세계적 흐름은 ‘이제까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다 틀렸으며 별로 소용이 없어 다 버려라’라고 외쳐대면서 개혁을 강조한다.
Ⅳ. 창의성을 해치는 것들
이제는 변화와 개혁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며 창의력 없이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변화와 혁신(Innovation)과 상상력 키우기(Imagination)는 현대사회의 화두이다. 우리의 교육과정 역시 자율과 창의에 바탕을 두고 학습자의 개성에 맞는 맞춤형 창의성 교육의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현장에는 창의성 계발과 역행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
창의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많은 학자들이 강조하고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최인수 교수는 창의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위계질서에 의한 지시’, ‘통제와 획일적인 정책’ 때문이라고 말한다. 안철수 교수는 ‘속도위주’, ‘문제풀이 위주’, ‘결과위주’의 3가지가 창의성을 해친다고 강조한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한국인의 창의적 지혜는 대단하다고 하면서 엉뚱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도 무시되지 않고 자신의 잠재된 창의적 능력을 펼칠 때까지 ‘창조합시다’라는 인사말을 나누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은 창의성 발휘를 위해서는 ‘확산적사고’가 필요한데 인성교육을 함께 곁들여 창의적 능력을 자신만의 것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서 기꺼이 쓸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창의성·지성교육과 인성교육은 함께 해야 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 그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창의력을 해치는 문제점들을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답습하고 있는 것은 제도와 체계의 불합리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창의·인성교육에서 얻은 것들을 나만의 것이 아닌 여러 사람들이 함께 나누고 공유한다는 것은 이 시대의 흐름이자 방향이기도 하다.
Ⅴ. 행복의 요소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대학 강단의 강의나 토론회 등에서 질문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의아해한다. 그 만큼 우리들은 질문에 인색하다. 질문은 창의적 발상에 큰 도움이 된다. 세계적인 인물인 아인슈타인, 에디슨, 빌게이츠, 스티브잡스, 백남준 같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다르게 도전과 의문을 해결하고자 하는 끈질긴 의지가 있었다. 그들의 부모님도 이들을 이해하고 지원해 주었고 기다려 주었다. 주위 사람들도 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을 인정하고 기다려 주었다. 말하자면 그들에게는 창의성을 길러준 특별한 주위 환경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 교사들과 학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리며 지켜봐주는 긍정적이고 허용적인 분위기 속에서 우리 학생들은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우리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첫 번째 이유는 행복한 삶이다. 어느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고 그것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행복한 인간, 행복한 가족, 행복한 자녀, 행복한 학교, 행복한 학생, 행복한 선생님이 될 때 우리사회의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교육현장의 행복지수가 높아지기를 원한다. 무엇보다도 교육공동체가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행복의 요소 중 타인에게 존중받고 인정받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인정받고 인격적인 대우를 받을 때 창의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형성된다. 행복의 요소 중 타인에게 칭찬을 받는다는 것은 기쁨이 된다. 칭찬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며 자아존중감, 자긍심을 길러주어 우리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한다. 학생들의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누군가에게 전달되어 인정을 받을 때 학생들은 기쁨을 느낀다. 자신의 의견이 경청되고 수용되는 허용적인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 인재로 성장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질 좋은 수업은 훌륭한 학생 활동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기다려주면서도 자유분방하게 탐구하도록 하고 오래 기억되게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게 하며 기본적으로 학습에 대한 흥미가 있도록 동기유발과 교재 연구를 철저히 할 때 비로소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 좋은 학습활동에 참여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Ⅵ. 학부모가 참여하는 행복한 학교
학부모는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학교의 교육활동에 대해 조언하고 참여하며 함께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동반자이다. 학부모들이 단순히 학교행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그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행복한 학교를 위하여 끊임없이 참여하여 지원해주고 신뢰해주는 긍정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학교는 교원과 학부모간 의사소통을 원만하게 함으로써 자녀교육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학부모간의 의사소통과 지속적인 정보제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교와 학부모는 소수의 리더 중심 보다는 전체 학부모 친화적인 성향으로 원만한 참여를 유도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학교는 학부모들의 참여프로그램을 형식적인 것 보다는 실제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시스템을 갖추어 실행해야 한다.
학부모는 학교의 행복, 자녀의 행복, 가정의 행복의 척도를 가늠해주는 좋은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자녀에게 칭찬과 대화를 통하여 건전하고 긍정적이며 창의적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Ⅶ. 맺으며
현대사회는 융합사회라고 한다. 융합사회의 특징은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거나 옳고 그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다양한 가치들이 융합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것은 모두 옳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는 자기주장을 펼치면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비판하려고 한다. 우리 학생들도 때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선생님을 원망하기도 하고 친구를 탓하기도 한다. 내 잘못을 내가 알고 되새겨 보면서 반성하는 건강한 학생상을 보고 싶다.
학부모들도 남들이 하는 것을 모방하고 쫓아가기 보다는 자녀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뒷바라지 해주고 격려해줌이 옳다고 본다. 자녀에 대한 무모하고도 헌신적인 올인 만이 자녀를 위하는 길은 아니다.
교사들은 자신과 함께 미래를 향해가는 꿈 많은 제자들을 바른 인성을 겸비한 창의적 인재가 될 수 있는 무한한 능력과 가능성을 가진 이 시대의 동량으로 길러낸다는 사명감을 갖고 교직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많은 어머니들은 드라마 중독에 빠져있고 우리 청소년들은 유해 인터넷 중독에 젖어 있으며 그 외의 많은 사람들은 돈의 위력에 묶인 채 노예가 되어 허덕이고 있다. 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 교육자들과 학부모들은 선과 악, 그리고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창의·인성·지성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 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의 미래는 누구보다도 학생, 학부모, 교사가 열정을 다하고 그 꿈이 알알이 여물어 행복을 느낄 때 환하게 밝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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