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국회의원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이 2012학년도 서울대 자연계 구술면접 시험문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문제가 고교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교육과정에서 출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단체는 지난 23일 서울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대학교 측에 대학교재 내용 출제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험문제를 대학교육과정에서 출제하는 것은 사교육과 입시 부담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위반된다는 것.
시험문항 분석 결과 고교교육과정을 벗어나 출제된 문제는 전체의 50.9%로 나타났고, 특히 수학문제는 11문항 중 10문항인 90.9%가 대학교육과정에서 출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고교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 수준은 경시대회에서 주로 출제되는 유형이 반영되어 영재학교나 특목고 학생 등 선행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져있는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이 대다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구술면접시험은 학생이 일정 시간동안 교과 관련 시험문제를 푼 다음 채점관(전공교수) 앞에서 면접 및 구술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그 취지는 창의적이며 논리적 사고를 요하는 논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 그러나 서울대 출제 유형 분석 결과 전체 57개 시험문항의 80.7%가 문제풀이와 정답을 요구하는 본고사 형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는 “구술면접시험이 사실상 지필고사와 다를 바 없는 말로 푸는 시험인 셈”이라며 “30분이라는 구술면접 준비 시간을 주고 15분 안에 문제풀이형 답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수학·과학 구술면접 문제 수준은 상당한 정도의 선행을 통한 학습이 전제되지 않고는 답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본고사형 문제풀이 방식으로 시험을 출제하는 것은 고등교육법시행령에 위배된다는 것이 단체측의 주장이다. 고등교육법시행령 제35조 2항에 따르면 '대학의 장은 논술 등 필답고사를 시행하는 경우 초·중등교육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을 훼손하지 아니하도록 운영하여야' 한다. 또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서 공표한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 따르면 ‘대학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 및 사교육비 증가 등의 우려를 감안하여 대학별 고사가 과거 국·영·수 중심의 지필고사와 같은 본고사 형태의 시험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기자회견 다음 날인 24일 서울대 총장은 구술면접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박 의원 측에 전달했다.
한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각 대학에 시정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한편, 현재 대교협에 위임된 대학입시제도 관리 업무 권한을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교협은 회원 대학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는 조합 기관이므로 대학입시제도 관리 감독에 적절치 않다는 것. 학부모·교원·시민사회·대학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공적 관리 기구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단체는 주장했다.
함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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