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두고 이렇게 산만하긴 처음이예요. 수시에 붙은 학생은 붙은 학생대로 분위기를 흐리고..지원 대학에 전부 떨어진 학생들은 아예 ‘재수 하겠다’며 수능은 준비도 안하니...”
수능을 채 몇 일 앞두고 학교 현장의 분위기가 이전보다 ‘산만’하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다수의 학생들이 다양한 수시전형에 ‘올인’하면서 합격한 학생은 합격한 학생대로 수능준비를 하지 않고 있고 합격 통보를 받지 못한 학생들은 재수를 준비하며 학교 현장 분위기가 전 해와는 다르다는 것.
경기도 소재 고교 한 교사는 “수시 전형이 워낙 다양해지다 보니까,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외국어 특기자 등 다양한 수시 전형에 지원하게 되고, 2차 수시 합격 발표가 늦게 나오다 보니 합격 통보를 받지 못한 학생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라며 “수시 전형에 전념했던 만큼 뒤늦은 불합격 통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이제와서 수능 준비를 하기에도 늦었다며 수능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수시전형이 다양해지면서 경쟁률이 급격히 상승했다. 성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특기자를 뽑다보니 예전에는 내신 성적이 높은 학생들의 전유물이던 수시가 다수 학생들에게도 도전해 볼 만한 전형들이 생겨나고 지원율이 높아지니 그만큼 탈락하는 학생들도 늘어났다”며 “특성화된 전형들이다보니 안정권이라는 개념이 없고 학생들 스스로도 상위권 대학을 노린다. 당연히 탈락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반에서만 8명의 학생이 2차 수시 전형 지원 대학 전부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수능을 한 달 앞두고 논술 시험을 치르는 등 수시 전형에 전념했고 2차 수시 전형의 최종 통보가 수능을 불과 2~3주 앞두고 발표되다 보니 합격을 기원하던 학생들의 상실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상실감은 수능 준비생들이 모여 있는 대형 포털사이트에서도 드러났다. 학생들은 ‘재수 준비하자’ ‘수시만 믿었는데 이제 근현대사 공부하면 성적 올릴 수 있겠냐’는 글 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학생은 ‘자살 준비해야지’라는 극단적인 제목의 글을 올리고 ‘수시에 전념하느라 9월부터 10월까지 여러 대학에 관련 서류 만들고 제출하고 논술 시험 보러 다니느라 수능 공부하나도 못했는데 이제 와서 다 탈락하니 어떻게 수능을 봐야할지 모르겠다. 이대로 라면 수능 보다 중간에 옥상에서 떨어지고 싶을 것 같다. 옥상문 열려있냐’는 글을 올리는 등 상실감을 나타냈다.
서울 소재 사립고교의 고3 학생은 “반 학생의 절반 이상이 수시 전형에 지원은 했지만 합격한 학생은 소수다. 수능을 앞두고 긴장된 분위기보다는 탄식하고 절망하는 분위기가 더 크다. 나도 지원 대학 3개에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지만 수능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불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러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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