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 무법자들에 의해 짓밟히는 여성들의 존엄성
한국에서 딸들 키우기는 어렵다. 특히 필자처럼 중고생 딸이 둘이나 있는 경우 요즘 사회에서 벌어지는 흉흉한 소식을 접할 때 마다 한 숨을 쉬고, 불안한 가슴을 쓰다듬는다. 특히 지하철에서의 성추행 기사나 거리에서의 폭행을 당하거나 유인, 납치되었다는 소식들은 그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또 이런바 XX 발바리, 유영철 사건, 강호순 사건, 김길태 사건, 조두순 사건, 나영이 사건 등 여성 관련 강력범죄들은 이 나라에서 얼마나 여성들에 대한 성범죄적 피해가 심각하며, 특히 어린 여자들이 성폭력에 얼마나 심하게 짓밟히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나는 나의 딸들에게 그리고 아는 여학생들에게 어떤 남자들이든지 남자들을 무조건 조심하라는 훈련을 시킨다. 특히 친척이나 공동체 내의 친근한 연상의 남자들을 주의하고 또 동네에서도 혹시 거동이 수상한 이방인들이 없는지 신경을 쓴다. 어제는 아이들에게 어른 없이 집에 홀로 있을 때, 혹시 거동이 수상한 자들이 접근할 때 어떻게 대처 할 것인지, 어떻게 소리칠 것인지 교육시켰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들도 심심하면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여성 성희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한나라당 강용석 전 의원
강용석 전 국회의원은 여성이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성적 상납도 서슴지 않아야 된다고 말해서 숱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었다. 한국가의 최고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이런 정도의 윤리의식을 소유한 나라에서 미천한 사람들은 어떤 성적 의식을 가질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지하철에서 한 여중생이 남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경향신문 2.24일자 기사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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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성범죄 현장 ‘방관자가 된 시민들’
지난 10일 오후 5시40분쯤 학원을 가기 위해 서울지하철 7호선 면목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한모양(13)은 뒤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1m80이 넘는 남성이 뒤에서 계속 몸을 밀착시켰기 때문이었다. 이 남성은 지하철에 타자마자 한양을 반대편 문쪽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한양을 협박한 뒤 한양의 바지 안으로 손을 넣고 성추행을 했다. 당시 열차의 좌석은 꽉 차 있었고, 다수의 승객이 서 있었다.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당하고 있던 한양은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한양은 ‘도와달라’는 눈빛을 계속 보냈지만 여성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짓이냐”고 꾸짖는 사람도 없었다. 추행은 뚝섬유원지역에서 내릴 때까지 14분여간 계속됐다. 20여명이 함께 하차했지만 한양을 끌고가는 것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성은 한양을 남자 장애인화장실로 끌고가 강제로 성폭행을 시도했다. 마침 시민의 신고로 뒤따라온 역무원이 “나와라”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이 남성은 한양과 연인인 척하며 역무원을 속였다. 역무원은 아무런 조치 없이 자리를 떴다. 한양은 2층 승강장 자판기부근에서 또다시 성추행을 당했다. 한양은 경찰조사에서 “한 여자승객과 겨우 눈이 마주쳐 고개를 저으며 눈빛으로 구조요청을 했지만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 서울 광진경찰서는 24일 지하철 안에서 여중생을 성추행하고 성폭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고교 자퇴생 장모군(18)을 구속했다. (류인하·곽희양·남지원 기자 acha@kyunghyang.com 2012. 2.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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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서 여학생을 화장실로 끌고가는 성추행범. | CCTV촬영경향신문 2012. 2. 24 일자
문제는 이런 사건이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아무도 분노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이 사건을 우리 딸들과 토론했는데 걔들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법과 정의가 아니라 두려움과 공포가 지배하고 있다. 나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는 소아병적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다. 이런 사회는 아무리 다른 뭔가 - 예를 들어 반정부 시위, 환경 운동,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시위 등- 가 있다고 해도 결국 타락한 사회이다. 왜냐하면 굳건한 국민들의 도덕의식, 정의감, 시민의식 없는 정치적 집단적 행동은 기초를 결여한 것이며 조작되거나 감성적-이기적인 목적과 결부되어 결국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초기 그토록 극심했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보라. 그때 미국산 소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고 그토록 날뛰던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라. 또는 천성산 도룡뇽 사건을 보자. 그 때 어떤 여자 스님은 환경파괴를 반대하여 100일 이상 단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녀가 지금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한국인들의 과격한 시국적-정치적 대중운동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4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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