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적인 관점에서 보는 싸이의 성공 비결
안재오(교육평론가)
1. 강남 스타일의 성공
가수 싸이의 인기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몰아친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과 그 노래에 곁들여진 춤, 즉 말춤의 인기는 미국을 강타하고 이제 영국과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국내에서 싸이의 음반 판매는 그 국제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극히 미미한게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의 노래와 춤은 이제 진정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K-pop 역사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 사실이다. 말춤의 폭발적인 인기는 미국의 저명한 가수들이 흉내를 내었고 이는 미국의 저명한 TV 쇼에서도 몇 번 생방송으로 보도가 되었었다. 각국의 정치인들이나 인기 운동선수들도 싸이의 말춤을 추고 있는 실정이다.
2. 싸이의 성공에 대한 교육학적 분석
1) 아이돌 스타 제조의 문제점
싸이의 급작스런 성공의 원인에 대해서 이미 언론에서 여러 가지로 분석을 했었다. 여기서는 교육학적인 측면에서만 그 원인을 한번 짚어보려고 한다.
우선 언급할 것은 그간 한류 혹은 한국 공연예술의 외국 진출이 상당히 진척되어 왔다는 점을 들고 싶다. 특히 대중 예술에서 한류의 세계화에는 싸이가 속해있는 'YG엔터테인먼트' 보다는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와 ‘소녀시대’가 속해 있는 'SM엔터테인먼트'가 먼저 그리고 탁월하게 해외진출의 꿈을 실현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이미 아시아는 거의 석권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유럽이나 미국까지 방문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었다. 그리고 미국 진출에 관해서는 박진영이 운영하는 'JYP엔터테인먼트'가 해외진출의 어려운 환경을 타개하며 아이돌그룹 ‘원더걸스’를 내세워 빌보드 차트 76위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이처럼 JYP나 SM에 비해 비교적 해외진출의 노력을 하지 않은 YG가 후발주자로서 이제는 대중가요 시장 해외공략의 선두를 달리게 된 것은 오직 싸이의 ‘강남스타일’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이유로 미리 준비를 한 회사들은 해외 시장, 특히 미국시장 공략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아무런 특별한 준비 없이 자신의 정규적인 음반 출시를 목표로 한 싸이의 음악이 뜻밖에 전 세계적인 돌풍을 거둘 수 있었는가?
필자는 이를 한마디로 “음악적인 자기 규정성”이라고 명명한다. “음악적인 자기 규정성”이란 쉽게 말해서 스스로의 음악을 한다는 뜻이다. 물론 스스로의 음악을 만든다고 해서 싸이와 같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세계화를 부르짖은 다른 가수들에 비해서 싸이의 음악성이 독자성과 함께 상업성을 겸비했다는 점은 지적할 수 있다.
즉 다른 가수들, 특히 아이돌 가수들은 그들이 속한 기획사의 거대하고 치밀한 관리와 계획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특히 SM 같은 경우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선발하고 오랜 기간 춤 연습, 노래 연습을 시키고 가수들을 연예계에 데뷔시킨다. 이런 예비 가수들에게 자기들의 고유한 음악세계 혹은 춤세계라는 것이 형성될 수 없다. 음악기획사 소속의 연습생들은 하루 춤 연습만 8~10 시간씩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니 그 이상이라는 말도 많다. 이는 교육학과 인간학의 기본 원리인 자기 결정, 자기 교육의 원리와 어긋나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대중 예술 역시 한국의 학교 교육 비슷하게 타율성, 강제성 그리고 경쟁 이란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없음을 뜻한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아이돌 스타는 실은 거대한 예능자본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사실이다. 아이돌 스타들의 수명은 짧다. 이들은 마치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폐기 처분되는 핸드폰의 생애주기(lifecycle)과 유사한 면이 있다. 왕년의 록 밴드와 스타들이 환갑이 넘어서까지 자기 팬들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 다니며 연주하는 것과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의 수명은 분명 많이 다르다. 아이돌 그룹들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그들 그룹의 이름조차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필자는 음악 기획사의 프로듀싱 능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덕분에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 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한계점은 제조된 스타들의 임팩트(impact)는 한국과 아시아 그리고 유럽의 일부에 국한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SM의 음악으로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가상국가(버추얼 네이션) ‘MUSIC NATION SM TOWN’ 선포식 개최 등은 상당히 웃기는 일이다. 삼성이 핸드폰으로 세계 1위를 할 수는 있겠지만 SM의 음악으로 전 세계가 하나 된다는 발상은 예술, 그것이 고급 예술이든 대중예술이든 간에 그 예술과 예술가들을 모욕하고 또 예술의 고객들을 무시하는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최근 아이돌 걸그룹 ‘티아라’의 왕따 파문에서 보는 것처럼 인격이나 인간적인 혹은 예술적인 성숙 없이 오직 기획사의 제조 기술에 의해서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스타들은 한국 학교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노출시켜 주고 있다.
2) 싸이의 성공의 원인
가수 싸이의 규정은 독립성과 반항심이었다. 이는 학벌주의로 물든 한국 문화에 ‘어긋나고 삐뚤어진’ 행동으로 표현되었었다. 만약 그가 부모의 말을 잘 들어 학교 공부에 착실했더라면 한류 문화를 이토록 세계적으로 우뚝 세우는 데 일등 공신이 된 오늘의 싸이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이 글의 요점은 자라는 아이들의 끼를 키워주고 그 끼를 문화적인 성공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현행하는 성적경쟁, 입시지옥, 학벌주의를 타파하고 인격의 고유한 특성을 인정하는 교육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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