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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한때 대한민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인물인 강수진과 박지성의 발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발이 그런 지경이 되도록 모질게 연습을 한 결과는 사람들에게 이른바 ‘아름다운 발’이란 미화(美化)로 감동을 주었다. 이는 열성과 노력을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단연 대표적인 표징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를 자연계의 시선과 관점에서 본다면 어떨까? 이는 뿌리 깊은 한국인의 높은 교육열과 관행으로 청소년들에게 부모나 어른, 사회가 대놓고 강조하는 일종의 주입식 몰입 교육의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분명 그 발의 모습으로 알게 된 당사자들의 의지와 노력과 열정에는 감동을 넘어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하지만 그것을 미의 최상의 상징으로 삼기엔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이다. 만일 지금도 누군가 그 사진을 걸어 놓고,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이루어야 할 최선의 가치이고 목표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보다는 공포와 절망감을 안겨주지 않을까?

작금의 우리 사회는 최고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이다. 어느 분야에서건 최고가 되는 것이 최선의 목표이고 가치다. 그래서 최후의 승자에게 모든 것을 몰아준다. 하지만 노벨상을 받거나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처럼 최고가 된다는 것은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보다 더 희박한 확률이다. 복권을 사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꿈인지 말이다. 최고를 목표로 전력 질주하면 차상이나 차하가 아니면 뭐라도 될 게 아니냐는 말은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극소수일 수밖에 없는 최고의 자리를 최선의 가치로 규정한다는 건, 그래서 끊임없이 극도의 경쟁심을 부추기는 것은, 결코 최고가 될 수 없다. 이것은 절대다수에겐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일이고 억압이나 폭력과 다르지 않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에게 꿈을 물을 때, 가장 인기 있는 직업군이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나 인기 연예인들이다.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대다수 어른들도 맞장구를 치면서 그들이 받는 돈과 명예를 사례로 들어 누구든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열심히 노력만 하면 누구라도 그런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 과연 몇이나 그런 꿈을 이룰 수가 있는가. 대다수 청소년들이 결국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꿈이라면 차라리 그런 허황된 꿈으로 삶을 낭비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설령 천신만고 끝에 그런 꿈을 이루었다 한들 그게 과연 가장 바람직한 삶이고 행복일 수 있을까?

현실은 말한다. 스타덤에 오른 사람들이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마약 복용이나 자살과 정신질환이 더 많다는 사실 말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삼라만상 자연계에는 선·악·미·추(善惡美醜)란 없다. 치열한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의 와중에서도 승패가 곧 선악이나 미추의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갖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약하고 병든 자의 희생이 없이는 결코 강한 자도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살아남은 승자가 아름다운 것이라면 패자의 희생도 당연히 아름다운 것이다.

예전과는 달리 먹고 살 만한 요즘에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절망하는 자살자가 부쩍 늘어나는 건 왜일까? 대개가 타인과의 상대적 비교에서 오는 박탈감이나 좌절감 때문이다. 이는 명백히 우리 사회에 만연된 최고지상주의와 승자독식의 풍조가 초래한 현상이다. 솔직히 결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할 수 없는 강수진과 박지성의 발처럼 무언가의 상징에 지나치게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서 청소년들이 기죽고 낙담하는 교육을 강요하지는 말자. 하루살이 날벌레의 목숨이라도 코끼리나 사자의 목숨보다 하찮지 않은 게 건강한 자연생태계의 모습이다. 소질도 능력도 의지도 타고나지 못한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라는 자긍심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교육하는 것이 우리의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하는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