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한국의 한강 작가로 결정됐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 이미지는 스웨덴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가 그렸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한국의 한강 작가로 결정됐다. 올해 노벨문학상 당선 후보자들 중에 한강 작가는 부각되지 않았다. 매년 문학기자들이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날짜에 맞추어 찾아가는 곳은 고은 시인의 저택이었다. 그리고 황석영 작가 등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예측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한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를 선택했으며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강 작가는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를 통하여 여성만이 뿜어낼 수 있는 강렬한 저항의식을 문학으로 풀어냈다. 사실 육식을 거부하고 나무가 되고 싶어하는 여성의 저항은 참으로 슬프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이러한 여성의 시선과 의식이 우리의 암울한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닿게 되자 더욱더 강렬해졌다. 강렬하다기보다는 괴롭고 어두운 역사적 사실을 여성의 가련한 가슴으로 품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여기에 시적인 문장까지 가미가 되면서 문학적 시너지 효과가 창출됐다.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라는 두 장편소설에서 우리의 암울한 역사라고 할 수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을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죽은 자들에 대한 영혼곡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작품에서 한강 작가는 남성이 아닌 여성의 시선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실주의에 입각한 서사에 충실할 것 같은 역사 소설을 시적인 문장에 여성만이 품을 수 있는 모성애와 비슷한 시선으로 한 문장 한 문장 담아냈다.
『소년이 온다』에 대하여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중간고사를 보고, 늦잠을 자고, 배드민턴을 칠 수도 있었던 일요일. 도시는 점령당했고, 중학교 3학년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다. 도청으로 들어오는 시신을 수습하며, 초를 밝히고 혼을 붙잡는 소년의 열흘을 작가는 소설로 기록했다. 작가 스스로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고 말하는 이 소설은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이다”고 말했다.
또한 『작별하지 않는다』 에 대하여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있다. 공간적으로는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 작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문학의 존재의미, 존재가치를 찾다
지금까지 한국문학은 세계 문학으로부터 동떨어진 곳에 놓여진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의 존재의미와 존재가치를 찾게 되었다.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내놓은 작품들은 인류의 문학사에 꼭 필요한 빛과 소금처럼 여겨졌다.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우리도 세상의 모든 언어들 속에서 하나의 빛과 하나의 소금이 됐다.
우리의 암울한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한강 작가는 여성의 시선을 내놓았다. 모성애의 시선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한강 작가가 보여준 소설 속에는 아주 냉정하고 열정적인 모성애를 시적인 문장으로 창출했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 중에는 중국의 카프카라고 불리는 찬쉐 작가가 있었다. 또한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도 있었다. 그리고 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세계의 여러 문학 대가들도 있었다. 그러나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장자를 한국의 한강을 선택했다. 이것은 지금 인류에게 당면한 처참하고 암울한 현실을 여성의 모성애로 품어야 비로소 해결될 것 같다는 뜻으로 읽혀질 수도 있다.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물은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로 1913년 수상했다. 그리고 1968년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이라는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994년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가 『만엔 원년의 풋볼』로 본 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 중국의 모옌이 본 상을 수상하였기에 지금까지 국적 기준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단 4명이다. 2000년 중국 출신 극작가 가오싱젠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력이 있지만 1987년 망명한 프랑스 국적으로 받아 아시아 수상자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올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 아시아에서 5번째 수상자가 되었고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시아 여성 작가가 됐다.
아웃사이더, 은둔형 작가에서 세계의 작가로
한강 작가의 아버지는 우리 문단에서 대가라고 할 수 있는 한승원 작가이다. 어린 한강은 이른 아침부터 책상에 앉아 타자기를 토닥거리던 아버지를 바라보며 자랐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 비하여 홀로 있는 것을 좋아했고 공상에 빠져 혼자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런 이유일지는 모르지만 한강은 자연스럽게 문단에 들어서게 되었다.
한국 문단에서 한강은 아웃사이더, 은둔형 작가로 불렸다. 작품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모든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작가였다. 이에 한강과 친한 문인은 드물었고 오직 작품활동에만 몰입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외톨이적인 글쓰기는 참으로 고단했을 것이고 남다른 고통도 수반되었을 것이다. 한강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면서 매번 눈물로 자신의 글들을 적셔야 했다. 울지 않으면 글이 나올 수 없었다. 남자였다면 나올 수 없는 문장들이 눈물을 흘리는 여성의 손으로 한 줄 한 줄 써 나갔다. 이것이 한강의 작품 세계에 깊숙이 스며 있다.
한강 작가는 1970년 겨울 광주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연세대 국문학과에 입학하면서 문학은 더욱더 가까워졌다.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했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에는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집에는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에는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으며 지금까지 한강 작가가 수상한 목록은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 말라파르테 문학상, 메디치 외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리고 올해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은 땀과 피와 노력의 소산물일지는 모르지만 한강 작가를 통하여 문학은 외로운 눈물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연약함을 가지고 그 첨예한 역사를 다룬다는 것, 육체와 정신이 아닌 영혼으로 다룬다는 것은 참으로 외로운 길이고 투쟁이다. 한강 작가는 아직도 젊으며 써야 할 문학은 많다. 이제 어떤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는 모르지만 앞으로의 행보에 무한한 관심을 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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