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플래뮤 미술학원 연구소
우리는 아이들이 그리기 활동에 앞서 망설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방법을 몰라서 오는 자신감 상실, 자신의 실력 불신으로 부정적 결과를 예측하는 경우 등 아이들이 그림에 거리를 두는 이유는 다양하다. 학교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평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 긋기조차 주저하는 아이들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플래뮤(Play & Art Museum)는 영국 뮤지엄 교육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2006년에 설립된 국내 최고의 통합 문화예술 교육기관이다. 영국(유럽)의 경우 작품과 대화하는 자세로, 감상과 실기가 연계되는 체험적 & 적극적인 감상 활동이 주를 이루고 이를 영국 뮤지엄 교육이라고 표현한다.
연구에 의하면 미술은 체험이 아닌 ‘교육’이다. 즉 미술은 장차 문화예술 기반으로 한 리더가 될 아이들의 튼튼한 뿌리를 만드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모습을 보고 단순히 흥미가 없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그림 그리기에 있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일 때, 지도 선생님과 학부모는 아이들을 충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다. 다양한 미술 재료를 제공해 주는 것도 즐거운 미술 활동을 만드는 길이다. 이 때 '도입 방법'을 통해 구체적 과정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 번째는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명화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흰 도화지와 그리기 도구라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가득 그림을 그리는 아이도 있지만, 커다란 도화지 앞에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망설이는 아이들도 많다. 이 경우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통해 주제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가족' 그림을 그린다면 "가족 중에 누가 제일 좋아?", "할머니는 무슨 옷을 자주 입으시지?", "얼굴의 모습은 어떨까?", "우리 가족이 최근에 함께 갔던 즐거웠던 장소는 어디였지?"와 같이 아이들에게 열린 사고로 답할 수 있는 질문 등을 해주고 관련된 동화책 등을 읽어주어 연상이나 상상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다.
주제에 맞게 준비한 다양한 명화들을 감상하고 선생님, 친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주제에 맞는 도입과 아이들의 스토리텔링을 통한 발상은 본 작업을 진행할 때 쉽게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만약 '의자 디자인' 그리기 수업을 한다면, "무슨 재료로 만들어진 걸까?", "누구를 위한 의자일까?", "몇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일까?"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간단한 질문을 통해 아이는 눈에 보이는 대상을 보다 깊게 관찰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충분한 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원활한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에게 '정보'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자의 기본 생김새는 등받이, 앉는 판, 다리와 같은 기본 구조로 되어 있고, 우리 신체와 닿기 때문에 신체의 모양과 닮기도 해요.", "우리 집에 혼자 앉는 나만의 자리가 있지 않은가요?", "나의 '자리'를 의미하기도 하는 가구인 의자는 기능과 목적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요.", "그림 속 고흐가 그린 고갱의 의자와 고흐 자신의 의자를 관찰해 볼까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의자는 누구의 것인지에 따라 개성이 나타나기도 한답니다. 나의 개성이 잘 나타내는 색이나 물건은 무엇이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들을 할 수 있다.
이렇듯 확장된 질문을 통해 도입을 충분히 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흰 도화지 앞에 막연히 무엇을 그릴지 망설이지 않고 조금 더 생각을 열고 그림으로 표현하게 된다. 그림은 단순히 기술적, 완성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닌 아이의 생각을 담아내는 것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보는 교육’이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 소통을 통해 생각을 정리했음에도 망설이는 아이를 위한 방법이다. 자신감을 찾게 하기 위해 새로운 재료를 통해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으로, 좋은 작품을 많이 보고 접하면 자신만의 창의력이 생겨 좀 더 나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플래뮤 뮤지엄 미술교육이 수준 높은 ‘보는 연습’을 기초로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보는 눈이 키워지면 그 후의 예술 활동의 만족감은 자연스럽게 높아지며, 교육 효과 역시 증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풍부한 시각적 경험과 인문학적 배경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여 통합적 교육도 기대할 수 있다.
예술의 표현 과정에서 교육은 다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다른 여러 과목을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드는 훌륭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그림 앞에서 망설이는 아이가 있을 때, 지도 선생님과 학부모가 자신감을 길러주어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펼칠 수 있도록 자극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현장에서 두려움에 도화지를 바라만 보는 아이가 있다면 플래뮤가 제시하는 방법을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