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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우리 교육은 한때 산업화 시대의 일등공신으로 작용했다. 이는 경제발전의 단계에서 주입식 교육과 반복학습으로 짧은 시간 내에 소품종 대량생산이란 경제가 요구하는 필요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민족적 우월성이 발현하여 전 세계적으로 최상위권(2위~4위)에 해당하는 국민의 평균 지능지수는 획일적 반복 학습에 효능감이 높은 기능을 수행하는데 최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타민족들과 차별화된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경제구조로의 전환은 이에 걸 맞는 인재의 교육부터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우리 사회는 획일성이 더 이상 장점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었다. 왜냐면 여기에는 획일성보다 다양성이, 종합성보다는 전문성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술진보로 인해 어느 때보다 독창적 인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김대일, ‘소품종 대량생산에 발목 잡힌 교육’ 서울경제, 2025.4.1.)

우리는 현 시대를 디지털 대전환 시대라 지칭한다. 여기에는 상상력과 창의력 등 인간의 다양한 멀티지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교육도 과거처럼 지식을 반복학습을 통해 무한 주입하는데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다양한 체험을 통해 스스로의 잠재력과 인간의 천재성을 최대로 발현시킬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우리 교육이 배출한 인재들은 멀티 지능이란 인간의 특성 중에서 암기력 및 이해력, 분석력에만 집중해 선택형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육성해 왔다. 이들은 우리 교육의 병폐인 대학입시를 위한 경쟁교육과 결탁하여 치열한 각자도생, 적자생존의 능력만을 키웠다. 그래서 현 시대가 요구하는 토의⋅토론과 서술⋅논술의 종합적 사고력과 판단력, 비판력, 창의력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폐단을 낳았다.

우리 사회를 주도하는 현재의 엘리트들 보라. 그들은 과거 교육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많은 측면에서 대화와 소통, 협력과 연대, 상상력과 창의력과는 거리가 먼 인재로 성장했다. 그래서 그들은 한때 ‘공부의 달인’이란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일머리와 공부머리가 따로따로 작동하는 비정상적 현상을 보여준다. 한 마디로 주입식 교육과 반복학습으로 단견적이고 폐쇄적인 사고가 압도한다. 그래서 그들은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담당 업무와 비상한 문제해결력이 요구되는 특별 상황에서 그저 과오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는 개인의 욕망과 권력을 위해 비상계엄조차 발동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보였다.

이제 우리 교육이 육성해야 할 인재들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입시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지식 위주의 능력 계발에서 삶의 힘을 키우고 문제해결력을 갖춘 전문적 역량을 소유하는 인재 육성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대학입시에서는 수시에서 적성을 살리는 교과 외 활동, 특히 교외 활동은 평가에서 배제하도록 집중적 규제를 받고 있으며 또한 정시에서도 탐구과목을 2개 선택하던 것에서 10개 정도의 탐구과목을 모두 포함하는 통합탐구로 바뀌고 있다. 이는 종합적 능력 계발의 장점보다는 개인의 적성을 살리는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수박 겉핥기 교육을 권장하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미래를 향해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사고를 계발하는 쪽으로 집중돼야 한다. 여기에는 주입식 반복교육에서 탈피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는 교과 지식보다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계발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래는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집중적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는 상상력과 창의력 계발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바야흐로 이제는 주입식 반복학습으로는 더 이상 자율성을 갖고 적성을 살리는 전문적인 인재육성이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