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우리의 삶은 ‘익숙함’을 당연한 것으로 고착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그렇다. 이는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5단계 인간의 욕구 중 안전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성에 따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생활패턴이 무너지면 지극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심하면 정신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문제는 모든 것이 무의식적으로 고착되어 매너리즘에 빠지면, 의당 필요한 변화마저 거부하고 수구적 자세를 고수하는 것이다. 이는 한때의 성공이 앞으로도 그걸 것이라고 믿고 집착하는 것과 같다. 안타깝게도 이런 현상은 학교 교육현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교사는 ‘익숙함’에서 ‘특별함’으로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학교에서의 교실수업 현장을 살펴보자. 시대가 흘렀어도 교사중심의 가르침과 학생중심의 배움이란 이분법적 교육이 당연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아직도 교사의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이 버젓이 행해지고, 학생은 그저 듣고 필기하고 질문조차 없이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만을 수용하기에 급급하다. 따라서 학생들은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에 최소한의 의문조차 없이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하여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견지할 수 없다. 이런 교육은 초중고 교육을 넘어 대학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때 관심을 끌었던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서 저자 이혜정 교수는 수업에서 교수의 설명을 토씨 하나 흘리지 않고 받아 적고 이를 암기하여 답안지에 옮겨 적는 학생들이 최고의 우등생임을 밝히고 있다. 이는 수동적 배움을 극대화하여 상상력이나 창의력의 바탕이 되는 비판적인 사고를 아예 차단해 버린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이탈하면 공동체의 안정을 파괴하는 이단아로 간주되고 왕따를 당하기 쉽다. 그래서 우리의 초⋅중⋅고⋅대학의 수업에서는 질문도 의문도 반론도 존재하기 어렵다.
수업하는 교사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자. 새로운 학습지도 내용에 대한 지도안 작성으로 처음 한두 시간은 다소 미숙한 상태지만 이내 곧 적응 시간에 돌입한다. 이후 몇 시간째 계속되는 수업에서는 거의 달변이 될 만큼 익숙한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행위를 당연시하고 그 이상을 넘어 상상력과 창의력에 접근하지 못한다. 문제는 이것이 교사를 ‘익숙함’이란 매너리즘에 빠뜨려 대부분 교사의 수업에는 ‘특별함’에 대한 도전 의식이 희박하다.
필자는 평교사 시절, 내 수업을 자식이나 조카 등 인척을 대상으로 하듯 알차게 준비하고 내실 있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고심했다. 그 심정은 바로 적어도 내 수업에 참여하면 핵심 요소를 충분히 이해할 뿐만 아니라 수업 안내에 따라 학생들이 나중에 스스로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수업이 기대만큼 잘 이루어지지 못하면 학원의 강의나 별도의 과외를 통하는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 고민했다. 이는 매시간 수업을 ‘익숙함’을 넘어 ‘특별함’으로 채우고자 매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찌 보면 교사의 자존심이었고 수업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의 발동이었다.
중고등학교 관리자가 되어서도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교사들의 많은 수업장학에 참여했다. 그때마다 관찰의 가장 우선적 목표는 과연 이 수업을 내 자식에게 참여시킬 것인가, 아니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다. 이는 교원임용고사를 거친 현직 교사들에 거는 기대가 학원 강사들과의 차별화를 도모하려는 것이었다. 적어도 공교육의 부실을 사교육으로 메꾸도록 조장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교사는 ‘익숙함’으로부터 생기는 당연함에서 스스로 탈출을 선언해야 한다. 이는 수업은 물론 생활지도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오던 대로 그대로 하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은 우리 교육을 정체시키고 후퇴하게 만든다. 또한 자신의 성장⋅발달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직 지연과 멈춤, 후퇴가 있을 뿐이다.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매사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특별함’으로 의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성경의 “늘 깨어 있으라”는 가르침과도 유사하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변화는 미래의 유일한 상수”라 했다. AI와 로봇이 상용화된 현대에 당연함을 넘어 특별함으로의 의식전환, 이것이 교사가 미래에 살아남을 가장 지혜로운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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