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제도적인 대책을 위하여
안재오(교육평론가)
1. 대구 - 중고생 폭력의 메카
필자는 대구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었다. 그런데 요즘 대구에서 일어나는 중ㆍ고등학교 폭력과 자살의 이야기를 보면 이곳이 마치 한국 교육의 모순의 상징성을 띤 곳으로 보여진다. 필자는 작년 2월호 교육평론에서도 대구의 한 중학생 자살에 대하여 썼다. 그런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또 대구 학생의 자살에 대해서 글을 써야 하나 하는 찹작한 상념이 떠 올랐다. 그러나 필자의 귀국 목적과 일생의 미션이 교육 개혁이라는 것을 떠 올리곤 다시 이 문제를 연구하기로 생각했다.
왜 자꾸 대구에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지 그리고 또 그곳의 사건들이 매스컴에서 현저하게 문제시되는지 궁금하다. 벌써 하나의 생각이 떠오른다. 즉 보수적인 대구에서 학벌주의의 관습이 타지역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학벌주의 풍조가 강한 곳일수록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학업성취의 압력은 높아진다. 학벌주의 풍조를 객관적으로 또는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어떤 지역이 그런 풍조가 강하다고 말할 수는 있다.
즉 “공부 잘해야 출세한다, 좋은 학교 나와야 출세한다” 관념이 이 지역에 더 강하다. 주로 관직이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공부의 큰 목적으로 삼는 것이 이 지역 성인들의 평균적인 의식구조일 것이다.
또 필자는 부산에서도 성장했었는데 부산과 비교하면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 관료되기를 선호하는 것이 대구 경북 지역의 한 특징이다. 이러다보니 이 지역 학생들에게는 다른 지역보다 더 큰 학업 압박이 가해지는 것 같다. 필자의 역우로 말하면 37년 전에 대구의 경북고등학교 - 당시 지방 명문고 - 3학년 시절 모의고사 성적이 나빠서 불면증에 걸렸고 급기야 신경-정신과병원에 다니면서 공부했던 악몽이 떠오른다. 그 땐 서울대를 못가면 죽는 줄 알았다.
2. 학교 폭력과 CCTV
이번에 자살한 경산의 고 1학년 학생 최모군은 자살을 하면서도 친구들을 원망하기보다는 다른 설명을 하여서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는 죽으면서도 학교폭력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이 학생은 유서에서 "학교 폭력은 주로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이뤄진다"며 "학교 폭력을 없애려면 CCTV를 더 좋은 것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산 高1학생 "CCTV 사각지대서 학교폭력" 유서 남겨]-전국 학교CCTV 97% '까막눈'
경북 경산에서 또 고교생 1명이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해 23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이 학생은 유서에서 "학교 폭력은 주로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이뤄진다"며 "학교 폭력을 없애려면 CCTV를 더 좋은 것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지난 11일 오후 7시 40분쯤 경산시 정평동 한 아파트에서 이곳에 사는 최모(15·경북 청도군 모 고교 1학년)군이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비원(70)은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경비실 위 난간에 가방을 멘 학생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숨진 최군 가방 안에선 노트에 적은 유서가 발견됐다. 연필로 쓴 유서에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괴롭힘을 당했다'며 자신을 괴롭힌 김모(15)·배모(15)·권모(15)·서모(15) ·정모(15)군 등 5명 이름을 적었다. '경찰 아저씨들, 학교 폭력은 지금처럼 해서는 100% 못 잡아내요'라며 경찰에 대한 당부도 남겼다. 최군은 또 '교실이나 화장실 등 CCTV가 안 달려 있거나 있어도 화질이 안 좋아 판별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서 주로 맞는다. 다들 돈이 없어서 설치 또는 교체를 못한다고 하는데 핑계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김군은 본지와 만나 "숨진 최군은 일진으로 불리는 아이 4~5명에게서 중학교 3년 내내 왕따와 폭행 등 괴롭힘을 당했다"며 "나도 왕따여서 (최군과) 자주 어울렸는데, 며칠 전 '이제 너하고 안 논다'는 문자가 온 뒤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3/13)
그런데 문제는 모든 학교에 완벽하게 CCTV를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CCTV 장치를 개선하고 시설의 보충을 해야 한다. 이것이 고인의 취지에도 부합하고 또 그 자체로도 올바른 일이다. 필자는 최군의 CCTV 개념을 교사들의 학생들에 대한 관찰과 감독 그리고 지도책임이라고 해석을 한다. 교사들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 CCTV에 의존을 해야 하고 그것의 부족은 곧바로 학생들 간의 폭력으로 연결이 된 것이다. 또 다른 신문기사를 검색하니 벌써 중 2학년 때에 최군에 대한 폭력이 - 가해자가 최군의 다리를 걷어차서 멍들게 했다- 적발이 되었고 담임은 어머니에게 알렸는데도 그 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중 3이 되어서는 새 담임은 이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CCTV로 폭력 장면이 찍혔어도 아무런 대책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4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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