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문제와 도산의 사상
안재오(교육평론가)
어두운 현실 = 도덕이 아니라 능력이 필요하다.
현실문제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 무너진 교육, 청년 취업과 실업, 노동과 자본 특히 최근에 붉어진 소위 “갑과 을”의 대결문제 등등은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올해 한국의 서민생활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으나 그녀가 현실 문제에 대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징조는 없다. 안철수 씨가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고 해도 그가 보여줄 히든카드는 없다. 그들이 내놓는 정책은 대동소이, 거기서 거기이다. 경제민주화 같은 대충영합적인 정책을 가지고는 선거에서는 승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억센 현실의 저항성을 타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사회윤리를 바로 세운다고 해서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도덕이 아니라 능력의 문제이다. 도덕, 윤리는 모두가 아는 것이다. 사회 정의(正義)를 바로 세운다고 해서 나라를 구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사회정의와 윤리를 실행하여 억울한 사람들이 없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큰 배가 좌초하는데 그 배안의 사람들 간의 윤리와 정의를 세운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이런 경우 빨리 침몰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고치는 일이 필요하다. 또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보는 것처럼 바다에서 빙하가 떠 내려와서 배와 충동하려는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하여 빨리 조타수를 돌려 경로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여건에서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열악했던 일제 식민지 시절의 독립운동가들의 사상을 한번 재보명해조고 거기서 문제해결의 어떤 힌트를 받으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느껴진다. 그 당시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시기였다. 무엇보다도 국가와 개인의 자유가 없었다.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의 선배들이 어떻게 독립과 단결을 위해서 싸웠는지를 알고 이를 연구한다면 현실의 어려움을 분석하고 또 타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의 정치를 보면 경제 부흥의 대책은 없고 대부분 분배 정의에 관한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물론 분배정의, 시장정의 등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의 총 생산성을 더 높이는 일이다. 사회적인 약자들, 흔히 을(乙)에 속하는 사람들의 억울한 희생이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을(乙)에 속한 사람들의 희소성이 증대되는 것이다. 즉 생산이 늘고 인력이 더 필요해지면 노동자들의 임금은 저절로 향상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교육 개혁이야말로 민족과 국가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생산성의 향상을 꾀한다고 해서 박정희 시대처럼 국가가 생산에 직접 관여를 하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한다. 즉 국가가 경제 개발계획을 세우고 수출을 장려하는 중상주의적이고 계획경제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더 이상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고 해봐야 효과도 없다. 이런 면에서 요즘 박근혜 대통령이 자기 아버지의 모범을 따라 무역투자진흥회의(=수출진흥회의)를 주도한다는 것은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무역과 투자 수출 등은 아주 전문적인 일이기 때문에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나 수출에 관심이 있는 개별기업의 전략에 의존해야지 이를 대통령이 전지적인 관점에서 진두지휘한다고 잘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의 임무는 개별적인 투자 활성화 혹은 수출 진흥이 아니라 경제와 법, 교육, 과학 등을 전반적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도산 안창호의 교육 사상
도산 안창호는 한말 - 일제시대라는 한국사 최고의 고난의 시대를 살면서 일본의 야만적인 탄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구국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조선의 독립과 민족의 부흥을 위해서 일평생 살다가 끝까지 일제에 항거한 분이다.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처음에는 힘차게 일본의 압제에 저항하고 무장투쟁도 벌이다가 무한히 계속되는, 아니 더욱 강해져 가는 일본의 세력에 압도당한 나머지 변절하거나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도산은 거의 유일하게도 처음부터 시종일관 우리민족의 독립과 광복의 꿈을 잃지 아니하고 저항한 투사였다. 또한 도산의 행동은 항상 그의 사상적인 배경과 일체가 되어 있다. 도산의 사상 역시 변하는 국내외 정세와 주변의 운동의 큰 흐름에 따라 변화 발전한다. 그래도 도산의 교육적인 사상은 비교적 변화가 없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적인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도산의 사상과 철학은 군사안보적/경제적인 난관에 부딪힌 오늘의 대한민국에 큰 빛을 비출 수 있다.
도산은 한말의 애국지사들 가운데서도 확고한 자기의 사상과 신념을 가지고 항일투쟁을 전개해 나갔던 유일한 인물이다. (...) 그의 사상에는 어떻게 하면 우리 민족이 독립을 얻고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구국의 일념으로 흘린 그의 눈물과 땀방울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다. 도산이 생존한 당시 한국 사회의 역사적 과제는 민족의 독립과 번영이었다. 즉 일제의 정치적 지배의 쇠사슬에서 벗어나 민족의 독립을 이룩하여 복된 국가를 건설하는 일이다. 도산의 사상의 초점도 여기에 있었다. (...)
첫째로 사(思)·언(言)·행(行)에 있어서 남의 본보기가 될 만한 건실한 도덕적 품성을 가져야 한다. 건전한 인격은 먼저 덕성을 지녀야 한다. 인격적 덕성을 함양하기 위해서 도산은 무실(務實), 역행(力行), 충의(忠義), 용감(勇敢)의 4대 정신을 강조했다. (...)
도산은 이러한 자기의 사상이 민족 경륜의 철학이라고 굳게 믿고, 죽는 날까지 몸소 부르짖고 실천했었다. `무실 역행주의' 를 실천하여 각자가 자아 혁신과 인격 혁명을 이루어 서로 단결하고 서로 사랑하는 공부를 해서 저마다 진실되고 부지런하고 (무실역행) 신의 있고 용감한 국민이 되려는 (충의용감) 도덕 혁명과 민족 개조 운동이 없이는 우리 민족의 번영과 행복은 있을 수 없다고 보았다. 그의 구국의 이론은 이를 진실되게 행동으로 옮긴 그의 숭고한 생애를 통해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다. (도산 안창호 온라인 기념관 http://www.ahnchangho.or.kr/site/main/e01_01.php)
도산의 무실역행(務實力行) 철학은 오늘의 한국 현실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광복 후 대한민국의 정세는 도산이 강고한 무실역행보다는 형식과 습관을 중시하고 사람의 능력보다는 그의 학력과 지연, 혈연 등을 더욱 중시하는 계급사회, 학벌사회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회풍조는 도산이 희망한 것과 반대로 흘러갔다. 다시금 조선시대의 유교적인 학벌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서울의 SKY대학 출신이 아니면 대기업 입사가 어렵다. 중산층들은 자녀들의 학벌을 높이기 위하여 어릴 적부터 고액의 사교육을 받게 한다. 미국의 명문대 유학을 위해서라면 수천만 원, 수억 원을 아끼지 않는다. 가난한 서민들의 자녀들은 점점 학력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부와 학력의 대물림이라는 기형적인 사회 현상이 생겨난다. 이와 달리 도산은 실무교육과 기술교육, 직업교육 등을 강조한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6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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