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의미
김성일 (강릉 원주대 명예교수)
가족이란 대체로 부부와 자녀가 공동으로 거주하며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생활공동체를 의미한다. 즉, 가족은 한 집에 동거하면서 가사에 공동 관심을 갖고 상호 협조하는 과정에서 나중에 자녀도 자신의 가정생활을 원만히 영위하게 된다. 그러나 급속한 변화가 수반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의 개념도 다양화되고 있으며 특히 일정 기간 부모가 일 때문에 별거하거나 자녀가 학업 때문에 집에서 나와 생활하는 경우가 많고, 이와 더불어 노인만이 아니라 젊은 미혼 남녀가 혼자 사는 독신가구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말에 전국의 1인 가구는 25%이며, 20년 후에는 그 비율이 30%를 상회하여 가구 중 가장 많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이 가장 적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독신자들이 생활하기 편리한 소형주택과 생활용품 및 간이식도 증가 추세에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문제점
독거노인을 제외한 독신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로는 개인주의 사고와 여성의 경제 능력 향상으로 결혼생활의 속박과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구가 증대되고 성격 차이로 인한 이혼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겠지만, 젊은이들이 학업과 직업을 위해 대도시로 집중하여 혼자서 장기간 생활해온 탓도 큰 것 같다.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하고 편해서 새로운 변화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게다가 전자매체의 발달로 가상공간에서 익명으로 쉽게 대인관계도 맺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소요되고 갈등을 빚기도 하는 실생활에서의 관계를 등한시할 수 있다. 물론 적당한 상대를 찾지 못한 이유도 있고, 근래에 남자들은 취업을 하지 못해 결혼을 생각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1인 가구가 전체의 28%를 넘고, 일본은 31%, 북구 여러 나라는 45%에 달하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이 새로운 삶의 표준이 되어 가고 있다. 미국 사회학 교수인 클라이넨버그(2012)는 이들을 싱글턴(singleton,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 부르며, 친구들과 더 잘 어울리고 여러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삶에 대한 만족도 더 높다고 하였다. 또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어야 사교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와 의욕도 생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독신자들이라고 모두 외롭지는 않으며, 특히 싱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부담과 제약이 싫어서 독신으로 살면 언제까지나 만족스러울까? 젊을 때는 그런대로 큰 문제를 모르겠지만 중년에 들어서 주변에 독신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부모도 사망하면 그야말로 혼자 남아서 외로움에 힘들어할 것이다. 더구나 휴일에나 아플 때에는 홀로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형제들도 결혼하면 자신의 가족을 우선 시로 할 수밖에 없어서 결혼 전과는 관계가 많이 변한다. 독신으로 생활하는 성직자들도 공동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실제로는 독신생활로 보기는 어렵다. 독신자들도 건강에 이상이 없으면 이웃이나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교제하고, 직장에 다니면 동료들과 어울리기도 할 것이다. 옆에 누군가 있어야, 즉 가족이 있어야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 프랑스 여행 작가 테송(2012)이 시베리아 숲 속의 오두막에서 반년 동안 혼자서 생활한 경험에 의하면, 호젓함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컸던 것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혼자서 살기는 정말 어렵다. 독신끼리 서로 의지한다고 해도 가족처럼 위할 수 있을까? 설령 낯선 사람을 도우려고 해도 다른 의심을 살 수도 있어서 섣불리 나서기도 쉽지 않은 세태이다.
독신을 선호하는 비율은 여성이 훨씬 많다. 결혼생활의 환상에 들떠있던 친구나 동료들이 막상 결혼 후 실망하거나 후회하는 경우를 지켜보고 특히 자녀가 생긴 후 육아와 가사의 이중고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고 나면 자유로운 독신생활을 고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때로는 딸에게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독신생활을 은근히 권하는 어머니도 있다. 딸에게 독신을 권한다면 며느리를 맞을 생각도 버려야 할 것이다. 며느리도 누군가의 딸이 아닌가? 자신의 편의만 우선하며 희생이나 어려움을 조금도 감수할 의향이 없다면 암울한 세상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혼자 생활이 언제나 자유롭고 편한 것은 아니다. 가족을 위해, 자녀를 위해 사는 것이 힘든 경우도 많지만 보람도 많다. 나만을 위해 살 수는 없으며 그와 같은 생활이 결코 자신을 위한 삶도 되지 못한다. 남편보다 5배나 많은 가사노동에 허덕이는 워킹맘(working mom)의 어려움도 시일은 걸리겠지만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의 남편들도 가사에 열성적으로 관여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드라마에서도 남성이 취사와 육아에 적극적인 장면을 자주 소개하며 가사분담을 계몽하고 있다.
-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8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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