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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세이] 여주와 나팔꽃
기사입력 2013-09-10 오전 9:40:00 | 최종수정 2013-09-10 09:40   



여주와 나팔꽃

김선태  (前) 고양원중초등학교 교장

            (現)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실례합니다. 선생님, 저 여주가 무척 아름답게 보이는데, 씨앗을 좀 얻어갈 수는 없을까요?”
“대단히 죄송합니다. 여기 이렇게 매달려 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그런데 이걸 따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볼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선생님, 그렇군요. 그렇지만 전 여길 자주 오는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멋지게 가꾸어진 여주를 보니까 욕심이 나는군요. 한 송이만 얻어 가면 감사하겠습니다.”
예비군복을 입은 한 청년이 교실로 들어서면서 애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마십시오. 저도 한 송이를 따다가 제 방에다 두고 싶어도 따가지 않고 있답니다.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시군요. 죄송합니다.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빈손으로 돌아가시게 되어서…….”
“괜찮습니다. 미안합니다.”
예비군복을 입은 젊은이는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 먹고 돌아갔습니다. 선생님은 그 사람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은 미안한 상태로 돌아서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아이쿠 이러다간 내 열맬 빼앗기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다행히 그렇게 돌려 보내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아휴.’ 정말 가슴이 철렁했던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힐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이 조그만 비닐포대에 옮겨 심어지게 된 것은 지난 4월 초순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주인집의 텃밭 한 구석에 친구들과 한자리에 모여서 흙덩이를 비집고 일어섰습니다. 나의 머리 위에는 주먹만 한 흙덩이가 누르고 있었습니다. 내가 이걸 들고 일어서려는데 도무지 힘이 들어서 들 수가 없었습니다. 난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돌려서 옆으로 삐져 나가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보다 먼저 고개를 내밀고 나온 친구들이 벌써 본 잎을 살짝 내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바삐 서둘러서 나의 떡잎을 열고서 본 잎을 내밀게 하였습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늦으면 그만큼 다른 친구들에게 가려서 햇빛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야! 내가 늦잠을 잔 것은 아닌데? 벌써들 이렇게 자랐으니 내가 바쁘군, 바빠!”
하고, 서둘렀기에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여도 별로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자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자라고 있을 때, 우리 주인은 나를 파다가 이곳에 옮겨 주었습니다. 나의 곁에는 조그만 나팔꽃도 한 포기 같이 심어졌습니다.
“나팔꽃아, 너와 함께 살게 되어서 기쁘다. 우리 서로 잘 지내보자. 우리 이 좁은 곳에서 함께 살아야 하니까 조금 좁고 답답하겠지만 서로 참고 양보 하면서 살자. 응?”
하고, 먼저 인사를 하자, 나팔꽃은 나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 우리 정답게 살아보자.”
하고, 응답을 해 주었습니다. 우린 아주 정답게 오순도순 지내면서 서로 누가 더 먼저 자라나 겨루기를 하였습니다. 저쪽 편에도 우리와 같이 나팔꽃 한 포기와 여주 한 포기가 심어져 있습니다. 그 쪽에서도 우리처럼 정답게 줄기를 뻗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타고 올라가도록 매어 놓은 줄을 따라 날마다 새잎이 나고 한 바퀴씩 줄을 감으면서 기어올랐습니다.
우리가 심어진 비닐포대는 큰 화분보다 훨씬 더 많은 흙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흙은 아주 거름기가 많은 기름진 흙이었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교실의 안쪽에 있어서 낮에는 포근한 햇빛을 받고, 밤에는 유리창 안에서 찬바람을 맞을 필요도 없어서 무럭무럭 잘 자랄 수 있었습니다. 날마다 주는 물은 우리가 목마를지 않을 만큼 충분하였습니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자라는 우리는 아직 땅에 그대로 남아 있는 우리 친구들보다 두 배는 더 크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 5월이 끝나갈 무렵에는 벌써 유리창의 중간을 넘어서 위쪽으로 자라 올랐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들이 천정에 닿기 전에 우리들이 타고 자랄 자리를 다시 만들어 주었습니다. 유리창을 조금 열고 그 사이에다가 조그만 나무토막을 못질하여서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선 그 사이로 우리들이 밖으로 타고 나가는 줄을 매어 주었습니다. 우린 그 좁은 사이를 따라 밖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밖으로 얼굴을 내밀 때는 벌써 햇볕이 따가워서 덥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을 할 때였습니다.
내가 밖으로 얼굴을 내밀 때까지 우리 교실의 아이들은 날마다 나의 키를 재고 잎의 숫자를 세어서 관찰기록부에 적어 나갔습니다. 우린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귀엽고 반가워서 더욱 열심히 자랐습니다. 내가 밖으로 얼굴을 내밀던 이튿날, 나와 함께 사는 나팔꽃은 예쁜 꽃을 터뜨렸습니다. 지름이 20cm도 더 될 만큼 커다란 꽃송이를 보고 아이들은 함성을 질렀습니다.
“와아, 나팔꽃이 이렇게 큰 것은 처음 보았다.”
“이건 왕 나팔꽃인가 보다.”
“야! 이 나팔꽃 좀 봐라. 이건 아주 대장 나팔꽃이 피었다.”
아이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나는 그만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흥, 제까짓 게 꽃만 크게 피우면 뭘 해? 나처럼 예쁜 열매를 맺을 수 있어야지.”
하고, 혼잣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만 이 말을 나팔꽃이 들었나 봅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렇게 샘을 부리고 그러니?”
“혼잣말 한 것을 들었구나?”
“그래, 난 이렇게 커다란 귀를 가지지 않았니?”
“아니 그럼 그 꽃이 너의 귀란 말이냐?”
“아니, 이 꽃은 나의 얼굴이지 그러니까 난 귀도 이렇게 큰 얼굴 모두가 되는 거란다.”
“미안, 미안해. 난 그냥 조금 시샘이 났을 뿐이야.”
“그래. 나도 너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애.”
이렇게 나팔꽃이 나를 쉽게 용서해 주고 이해해 주어서 우린 더 정답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여주는 언제 꽃이 피어요?”
아이들은 나의 꽃을 몹시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꽃망울을 가지지 않고 더 많은 가지를 뻗어 무성하게 자라는 데만 정신을 쏟고 있었습니다.
교실밖에 매어 놓은 줄을 타고 나가면서 나는 파아란 선반을 만들었습니다.
2층 교실의 위쪽에 매어 놓은 덕을 따라 줄기가 뻗어 나가니까 날마다 죽죽 자라는 것 같았습니다. 교실이 운동장보다 교실 하나만큼이나 높은데다가 우리는 이층의 유리창 위쪽에서 가지를 뻗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있는 높은 곳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면 까마득히 내려다보이고 저 멀리까지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우린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나팔꽃아! 저기 고개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기차가 지나는 소리가 들리던데 기차는 어떻게 생겼을까? 넌 본적이 있니?”
“아니, 나도 못 보았어. 한번 봤으면 좋겠다. 그치?”
“그러게 말이야. 나도 얼른 더 자라서 저 고개 너머를 한번 보게 되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애.”
이렇게 우리가 속삭이면서 지내고 있을 때에 나도 이젠 예쁜 꽃을 피울 준비를 하였습니다. 가느다란 나의 줄기를 따라 무성하게 자란 잎사귀들은 창문을 커튼처럼 가려주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잎사귀들이 날마다 햇빛을 받아 내가 먹고 자랄 양분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날마다 온몸의 구석구석에 영양이 가득 쌓이고, 나는 이젠 아주 조그맣고 곰상스런 꽃송이를 매달게 되었습니다.
“야! 이거 봐라. 여주도 꽃망울을 달았다.”
관찰을 맡은 아이는 소리를 쳤습니다. 그 소리에 아이들은 너도나도 하면서 내 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꽃송이가 너무나도 작고 보잘 것이 없이 초라한 것을 보고 실망을 한 모양입니다.
“에게. 이게 꽃송이야?”
“글쎄? 이거 뭐 너무 초라하지 않아?”
아이들이 모두 보잘 것 없는 나의 꽃송이를 보고 한마디씩 하고선 돌아섰습니다. 나는 정말이지 울고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에 나팔꽃이 필 때에 아이들이 너무 감탄을 하여서 나는 언제 꽃피워서 저렇게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나 부럽고 속이 상했는데, 이젠 나의 꽃을 보고 이렇게들 실망을 하니 여간 부끄럽고 섭섭한 게 아니었습니다.
지난번에 불평을 하다가 나팔꽃에게 들켜서 무안을 당한 일이 있어서, 함부로 불평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또 불평을 하면 나는 불평쟁이가 될 것만 같았습니다. 나는 아무에게도 이런 말을 할 수도 없고 혼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나의 눈물은 꽃송이의 줄기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나의 눈물은 조금씩 줄기를 따라 흘러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니까 더욱 슬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슬퍼서 눈물이 나오는 것인지 눈물이 나오니까 슬픈 것인지 어느 것이 진실인지 모를 것 같았습니다.
내가 이렇게 눈물은 흘리고 있을 때 흘러 내려가던 나의 눈물은 꼬부라진 꽃대의 중간에서 더 이상 흘러가지 못하고 멈추고 말았습니다. 눈물은 조금씩 모여서 점점 더 큰 방울이 되었습니다. 조금씩 커진 방울은 마침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뚝 떨어져 내렸습니다. 눈물은 아슬아슬하게 높은 곳에서 땅바닥까지 떨어져 내렸습니다.
“아이 차거, 이게 뭐야?”
마침 지나가던 개미의 코앞에 나의 눈물이 떨어지자 개미는 질겁하였습니다.
나는 밑을 내려다보면서
“개미야! 미안해. 나의 잘못이었어.”
하고 사과를 하였습니다. 개미는 고개를 들어서도 내가 쳐다보이지 않는지 앞다리를 풀잎에다 올려놓고서 올려다보면서
“응, 여주로구나. 넌 그렇게 높은 곳에 있으니까 좋겠다. 멀리도 내다볼 수 있고.”
하면서 부러워하였습니다. 나는 금방 슬퍼서 눈물을 흘렸던 것도 잊고
“그래 너도 여기까지 올라와 봐. 저기 고개 마루까지 내려다보인단다.”
하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개미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난 거기까지 가려면 한나절은 걸릴 거야.”
개미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나는 개미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그래? 난 너무 미안해서 그러는 거야. 나 때문에 넌 깜짝 놀랐지 않아?”
“그거야 뭐 언제나 당하는 일인데 뭐?”
“아무튼 미안하다. 이렇게 널 놀라게 해서.”
이렇게 사과를 하였지만, 난 아직도 미안한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미안해하는 것을 본 나팔꽃은 빙긋이 웃으면서
“야, 여주야! 넌 도대체 왜 그렇게 남을 부러워만 하느냔 말이야! 넌 너대로 나보다 훨씬 더 나은 점들이 많지 않아? 그걸 살렸어야지?”
“그러긴 해. 그러나 난 나대로 속이 상하지 않아!”
“그러겠지 뭐? 이젠 제발 우리 약속대로 잘 지내자. 그렇잖아!”
“미안해.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구나.”
우리는 이렇게 다시 지금까지처럼 다시 정다운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꽃들은 제법 많이 피었어도 열매가 맺히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 왜 여주가 달리지 않아요? 나팔꽃은 저렇게 열매가 많이 달렸는데 말이에요.”
옆에 있던 다른 아이가
“넌 아직도 그걸 모르니?”
“모르니까 묻는 거 아냐.”
“야! 임마, 나팔꽃은 암수 구별이 없지만, 여주는 암수 꽃이 따로 있는 거 아니냐?”
“글쎄? 그런 것은 알지만…….”
“여주는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는 거야. 남자와 여자가 있어야 아들, 딸을 낳을 수 있듯이 여주는 암수 꽃이 함께 피어야 열매가 맺히는 것이야.”
“암수가 따로 있어야 한다고?”
아이들이 이렇게 떠들고 있을 때 장난꾸러기 종수가 들어오면서
“그래 넌 이렇게 암수가 따로 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
“글쎄 내가 그런 것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데 뭘 알겠냐?”
하고 대답하자, 주먹으로 알밤을 주면서
“그렇겠지? 시골에 살아도 넌 농사를 짓는 집이 아니니까? 수박, 호박, 박, 오이, 참외, 여주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암꽃에는 작은 열매가 맺혀 있는 거야. 그래서 그것이 수분(꽃가루받이)이 되면 암꽃의 밑에 달린 작은 씨방이 자라서 열매가 되는 것이야.”
하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제야 진경이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고맙다.”
아이들이 소곤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얼른 열매를 맺어야겠다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나팔꽃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것을 보면서 나는 어서 열매가 맺히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한여름의 땡볕이 내리 쬐자 우리는 이제 목이 마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팔꽃도 나도 수많은 잎사귀를 달아서 서로 많은 물을 필요로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침에 물을 주면 서로 더 많이 물을 끌어가려고 다툼을 하였습니다. 서로 싸우지 말고 정답게 지내자고 약속은 하였지만, 우선 목이 마르니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싸움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말없이 서로 더 많은 물을 끌어올리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떤 날은 점심때만 되어도 물기가 바짝 말라서 목이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들이 목이 말라 잎사귀들이 축 늘어지는 것을 본 아이들은 하루에 두 번씩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이젠 서로 다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거의 여름방학이 가까워져서야 나는 앙증맞은 열매가 달린 암꽃을 피웠습니다. 수두룩하게 피어난 수꽃들에서 꿀을 따던 벌들이 나의 암술머리에 꽃가루를 잔뜩 발라 주었습니다. 벌들은 수꽃과 암꽃을 번갈아 가면서 달콤한 꿀물을 빨아 갔습니다. 다리에 가득 꽃가루를 모아다가 새끼 벌들의 먹이를 만드느라고 꽃가루도 모아 갔습니다.
“아유 달콤해 이 작은 꽃송이에 웬 꿀이 이렇게 많이 들었어?”
꿀벌들은 부지런히 나의 꽃들 사이를 오가면서 두 번 세 번씩 꿀과 꽃가루를 따갔습니다.
나는 그 덕분에 꽃가루받이를 하여서 예쁜 열매를 달게 되었습니다. 하나, 둘, 셋,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자 날마다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열매는 처음엔 하늘을 향해서 고개를 쳐들고 있었지만, 줄기에서 날마다 날라 오는 영양을 듬뿍 담아 점점 자라났습니다. 이젠 너무 무거워져서 고개를 숙이고 축 늘어져 대롱대롱 아래로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살이 통통 오른 나의 열매들은 덕을 따라 올망졸망 매달려서 서로 크기재기를 하였습니다. 이젠 나팔꽃의 열매는 아주 보잘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만큼 나의 열매는 크고 듬직하였습니다. 더구나 울퉁불퉁한 야릇한 모습을 한 나의 열매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날씨가 시원해지기 시작했을 때 나의 열매는 불그레하게 익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렁주렁 달린 열매들이 하나 둘 익어가자 우리가 뻗어 가는 덕 아래는 아름다운 꽃송이가 달린 것처럼 예뻐 보였습니다. 이젠 나의 모습이 나팔꽃보다 훨씬 더 자랑스러워 보였습니다. 나는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기분으로 날마다 나의 열매들이 익어 가는 것을 즐거워하였습니다.
나의 열매들은 자랑이라도 하듯이 빨갛게 익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다섯 개, 내일은 일곱 개 이렇게 날마다 익어 가는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내가 열매들을 익혀가자 아이들은 날마다 우릴 자랑스럽게 쳐다보았습니다. 다른 교실의 아이들은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 교실에는 이런 것이 없다는데 약간 불만스러웠나 봅니다.
“야, 너희들은 좋겠다. 저렇게 여주가 익어 가니까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다.”
하고 부러워들 하였습니다.
나는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지고, 자랑스럽게 생각이 되었습니다. 나는 날마다 하나씩 열매를 익어가게 만들었습니다. 아니 이제는 너무 많은 열매가 익어서 모두 몇 개가 익었는지 셀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밑에서 보면 나팔꽃보다 나의 열매들이 익어있는 모습이 훨씬 더 돋보였습니다.
오가다가 나를 바라본 사람들은 누구나 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야, 그것 참 거기에서 저렇게 많은 여주가 열리다니 정말 잘도 익었네.”
칭찬을 들을 때마다 신이 나서 나는 더 많은 열매를 맺는데 온 힘을 다했습니다.

기사제공 : 학교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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