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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업 시간. 수원외국어고등학교(교장 황익중) 원장호 교사(사진)는 미래완료 시제 대신 현재완료 시제를 사용하는 as soon as와 once의 특징을 설명하기 앞서 학생들에게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다. 팝가수 Westlife의 ‘Uptown Girl’이 멀티미디어 화면에 뜨자 학생들은 ‘오~’ 탄성을 질렀다.

뮤직비디오 감상이 끝날 무렵 원 교사가 입을 열었다. “스크립트 She's been ---- in her uptown world 구문의 빈칸을 맞출 수 있는 사람?” 이 때 학생 한 명이 손을 들었다. “living이요." 답을 맞춘 학생은 점수(포인트)를 가져갔다.

영어에서 듣기와 말하기, 작문은 유동적으로 이어지는 분야다. 원 교사는 이 특징을 십분 살릴 수 있는 수업방법으로 뮤직비디오 구문 활용하기를 제안한다.

원 교사는 “교과서나 텍스트를 활용해서 구문을 발췌해 학생들에게 문법을 설명할 수도 있지만 영어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과 지루함을 갖는 학생들에게 흥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노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노래도 단순히 팝송을 들려주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각적인 효과를 가미하면 학생들의 집중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고 원 교사는 팝 뮤직비디오와 영화 OST 뮤직비디오 등 국내외 뮤직비디오를 가리지 않고 모으기 시작했다. 이 때 수집한 뮤직비디오가 향후 수업을 진행하는데 원료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막대한 데이터 베이스(date base)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도 뮤직비디오 자체를 틀어주면 수업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많아 편집과정이 필요했다. 원 교사는 뮤직비디오 편집을 수업준비 과정으로 삼고 이를 토대로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빈칸에 맞는 단어를 찾아 작성하는 딕테이션(dictation, 받아쓰기)을 필두로 구문의 특징이 되는 어휘와 문법을 잡아서 설명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Westlife의 ‘Uptown Girl’ 가사에 나오는 중요 구문을 받아쓰기 위해 귀를 기울인다. 이 때 리스닝(Listening)이 이뤄진다. 평소 알던 발음과 귀에 들리는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노래에서 들리는 단어를 들으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순간에는 스피킹(Speaking)이 된다.

받아쓰기를 끝내면 완성된 스크립트를 가지고 어휘와 문법을 정리해 학생들에게 짧은 무장을 만들게 하는 라이팅(Writing)이 이어진다. 완성된 스크립터는 훌륭한 텍스트가 돼 학생들이 작문할 때마다 참고하면 리딩(Reading)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렇게 수업시간에 재탄생한 하나의 뮤직비디오는 학생들에 영어를 공부하는데 가장 어려운 말하기와 쓰기를 겸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방대한 뮤직비디오 자료를 구축한 덕에 원 교사는 화려한 경력도 있다. 뮤직비디오를 활용한 쓰기 수업을 지난 2007년 영국 IATEFL 발표 시 세미나 자료로 선보인 것. 수원외고에서 영어수업 열풍을 일으키는 원 교사는 학교와의 인연도 특별하다. 학창시절 원 교사를 지도했던 은사가 현재 수원외고 교감직을 맡고 있으며, 지난 2일 수원외고로 발령받은 황익중 교장과는 오래 전부터 영어수업 연구를 위해 학회에서 친분을 쌓았던 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