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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현직 교사는 물론 전통적인 교사 수업을 받는 예비 교사들은 청소년에 대한 시대의 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 단적인 예로 대학에서 <교육학>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전통적인 개념과 이론을 재고(再考)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간주하는 인식이다. 이제는 이에 대한 의식의 빠른 전환이 요구된다. 이는 교육을 실행하는 입장에서 볼 때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를 구현하는 데 있어 배치되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장, 발달 과정을 보자. 나이가 어리다고 나이가 많은 사람보다 미성숙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인간의 존엄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주어진 것이고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자기를 실현하게 하는 힘, 자유를 성취하게 하는 힘, 윤리적인 시민으로 자라나게 하는 힘에서 지켜질 수 있다.

실제로 학교현장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미숙한 존재로 간주해 발생하는 부작용이 많다. 우선 미숙한 학생들은 성인인 교사의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생각을 낮잡아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학생들은 미성숙하고 그런 학생들을 성숙한 인간으로 키우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거기엔 자연히 성숙한 정도에 따라서 위계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성숙한 정도에 따라 성적으로 점수를 부여하게 되고 학교생활기록부 또한 이런 관점에서 기록, 관리가 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편협한 측면이 많다. 그 예로 청소년들이 꿈이 없고 무기력하여 온통 실망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무기력하기만 한 것인가? 그렇다면 왜 그들이 그렇게 무기력하게 되었을까? 결론은 청소년은 결코 무기력하지 않다. 단지 기성세대인 어른들이,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진득하게 기다릴 줄 모르는 어른들의 조급함,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학부모의 이기심, 오직 경쟁 논리에 의해 남을 짓밟고 먼저 성공해야 한다는 출세 의식, 꿈과 끼를 무시한 편협한 직업관에 의한 진로 교육, 대학 교육을 받아야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는 학벌 의식, 실수나 실패를 포용하지 못하는 교육제도, 주입식 교육의 관성에 따라 토론과 대화를 통한 배움을 촉진하지 못하고 디지털 문명의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업 등등 우리는 청소년들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게 만드는 원인을 수없이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어른들이 열린 시각에서 자녀와 학생, 즉 청소년을 바라보아야 한다.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도록 묵묵히 바라보면서 엇나가지 않도록 조언을 해주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어른이 볼 때 청소년은 어려보이지만 그들은 험난한 세상에서 스스로 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을 스스로 발견할 때 비로소 공부에 대한 열정도 타오를 수 있고 난관에 부딪쳤을 때 이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지혜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대학 진학에만 목숨 걸고 그들의 꿈과 끼, 그리고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어른의 관점에서 무시하거나 다른 것을 강요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 과거 교육자들은 이것을 깨닫기 까지 많은 세월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세상은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어른이 바로서야 청소년이 올바로 성장하고 발전한다. 청소년은 그들의 성장에 맞는 생각과 행동으로 세상을 경험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결코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