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인재 육성
전병식 (서울 북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Ⅰ. 들어가며
우리는 과거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현재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다가오는 미래 사회는 창조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의 양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창조의 사회에서는 창의력이 개인은 물론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사회인으로 살아갈 미래 사회는 적어도 10~20년 이후이며 그 사회는 어떤 사람들을 필요로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교육의 큰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그만큼 교육 문제는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우리 문화는 언제부터인가 빨리빨리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문화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조급증에 빠져 있는 면이 있어 아쉽기도 하다. 또한 정책을 수립하는 위치에 있는 의사결정 담당자들이 당장 해결 방법을 내 놓으려고 하는 데서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이럴 때일수록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하여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百年之大計가 아니라면 적어도 한 세대인 30年之中(?)計, 아니면 10年之小(?)計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교육은 광복 이후 학교교육의 발전을 위해 여러 차례 제도적 개혁을 시도하였으며, 국가발전에 기여한 점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양적 팽창만큼 질적인 면에서는 아직도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양적 성장 중심 학교의 구조로서는 고도의 창의력을 지닌 인간을 요구하는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적자원을 길러 내기에 부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우리 교육이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양보다 질을 생각하는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학교경영 혁신을 통한 근본적인 학교 교육구조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교육제도의 생산성과 교육행정의 효율성은 결국 교육 현장인 학교의 경영 성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로 인해 공급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 교육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우리 나라 교육체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비판과 혼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공교육의 출발점이 되며 모든 학습자의 기초․기본교육의 바탕이 형성되는 초등학교에서부터 학습자 중심 학교경영이 필요하다.
Ⅱ.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
우리 교육은 1974년 고교평준화 도입, 1980년 과외금지, 1995년 5ㆍ31 교육개혁, 2004년 2ㆍ17 사교육비 경감대책, 2008년 4ㆍ15 학교자율화 조치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증가하였다. 이는 공교육의 문제도 없지 않았으나 국민들의 남다른 교육열과 내 자녀에 대한 과기대, 과보호 등 이기주의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
이제 새로운 제도 도입이나 대책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미래 사회에서 살아갈 주인공인 학생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대학은 대학대로 우수 인재를 선발하려는 이기주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잠재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여 우수한 인재로 육성하려는 책무를 다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적 자원 육성을 위한 교육의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1.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교육
21세기의 인성은 공동체적 인성을 갖추고 세계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어 가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특히 개방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인성은 반드시 공동체적 인성이어야 한다.
예컨대 ①민족주의에서 오는 편협한 인성에서 탈피, 다민족 간의 공동체 의식을 가지는 인성, ②남의 문화, 가치관, 생활관을 이해할 줄 아는 인성, ③다른 이념의 세계를 포용할 줄 아는 인성, ④우월주의에서 벗어나는 인성, ⑤지구촌의 모든 문화를 이해하고 정당하게 평가해 주는 인성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열린사회, 다양한 사회에서 세계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인성을 길러갈 때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인성은 관념적 지식의 차원을 뛰어넘어 체험을 통해서 경험할 때 이른바 산 인성이 길러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21세기의 인성교육은 반드시 체험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자기주도적 학습
최근에 각 나라마다 강조하고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은 바로 아이들의 독립성과 창의성 계발, 그리고 소질·적성 교육에 주안점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자기주도적 학습과 관련하여 선행학습의 폐해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교육은 선행학습이 만연된 상태이다. 예컨대, 초등학생이 중학교 과목 공부를 미리 한다든지 하급 학년 학생이 상급 학년 것을 미리 학습하고 있다. 이러한 선행학습은 그 효과도 별로지만 그 폐해가 너무 크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선행학습은 효과면에서 보면 반짝 효과는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저해할 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장기간 연구를 통해 나타난 결과로 보면 그 효과는 미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퇴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또 선행학습에 습관이 들게 되면 그 의존도 때문에 자기주도적 학습을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선행학습에 빠지게 되면 학교 선생님을 무시하게 되고 학교 교육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선행학습은 아이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크게 저해하며, 이는 바로 대학에 가서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무력한 사람을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선행학습은 자녀들을 위해서 삼가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라야 할 때이다. 지적능력을 기르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여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꾸어야 할 소중한 시기이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은 과도한 선행학습 과외에 시달리면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다.
결코 선행학습 과외를 통해서는 아이들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오히려 사교육비의 부담을 가중시켜 가정경제에 큰 고통을 주고 과외를 받는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잠을 잘 수밖에 없어 학교교육을 파행으로 이끌 뿐이다.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해야 할 수업시간에 잠을 자며 지루하고 따분하게 보내는 아이들의 고통을 생각해 주기 바란다. 선행학습 과외는 아이들의 실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아이들을 학대하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3. 창의성 교육
창의성 교육은 국가의 발전 차원이나 개인의 성장 차원에서 그리고 지식의 변화 차원으로 볼 때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국가의 발전 차원에서 보면 나라마다 하루 빨리 모방과 복사의 시대, 많은 로열티를 주면서 국가 경영을 하는 시대를 벗어나 창의적 그리고 독자적 개발이 매우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개인 성장의 차원에서도 창의성의 힘은 매우 크다. 기존의 지식에서 새로운 지식을 선택하여 개척, 발전시키는 힘 그리고 새로운 상황을 풀어 나가는 힘 등은 창의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지식의 변화의 관점에서 보아도 교육에서의 창의성 개발은 필수적인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사회에서는 결국 창의력이 강한 민족, 창의력이 풍부한 나라만이 일류국가로 존재할 수 있으며 창의력 있는 개인만이 경쟁을 당당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육에서 창의성 개발은 어느 요소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창의성 교육은 기존 지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표현과 경험을 이끌어주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임을 반드시 인식하여야 한다.
4. 건강 교육
예부터 전인교육의 3대 요소를 지덕체로 여겨 왔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우리 교육에서는 지만 남고 덕과 체는 사라진 느낌이다.
영국의 철학자 스펜서(spencer)는 “어떠한 지식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인가”의 논문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등교육에서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생활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와 기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음 다섯 가지 교육의 목표를 제시하였다. 즉 자기 보존을 위한 교육, 생활을 통한 간접적인 자기보존의 교육, 훈육과 기초교육, 사회 및 정치적 관계를 통한 시민교육, 취미와 정서활동을 위한 여가선용 교육이다.
지덕체 중 체를 소홀히 하는 교육 풍토를 하루 빨리 바로 잡아주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본인의 행복한 생활은 물론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5. 특기ㆍ적성 교육(잠재능력 개발)
기본적으로 특별활동의 존재는 정규 과정의 운영에서 달성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특기ㆍ적성교육은 정규 과정의 보완 이상의 수준으로 중요시되고 있다. 이는 잠재능력 개발의 많은 부분이 특기·적성교육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교육의 다양성 차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체험 중심의 인성교육, 창의성교육 등은 정규 과목에서보다 교육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특기·적성교육의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특기ㆍ적성교육은 학생들의 진로지도와 영재교육에 직결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특별활동은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진로 개척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또 이 활동은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있다. 영재교육은 별도의 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보다 특별활동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이 방법을 많이 택하고 있다.
위에서 논의된 조화로운 교육의 실현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교과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과다한 교과목 수와 과다한 필수과목의 부과로 우리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크지 못하게 하는 각급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과감하게 개혁하여야 한다. 이런 개혁이 이루어짐으로써 조화로운 교육의 실현이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과다한 교과목의 축소, 과다한 필수 과목의 제거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대학에서도 학과별 장벽을 무너뜨리고 이른바 학생선택 전공제를 도입하고 졸업 때 가서 자기 전공을 결정하기도 한다. 바로 이런 방식의 학점 이수는 아이들에게 최대한의 선택 능력을 기르게 하는 제도인 셈이다.
6. 독서교육
우리가 살고 있는 지식정보화 사회는 개방화와 다양화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미래 사회는 지식과 정보의 생명력이 매우 짧기 때문에 단순한 지식의 암기와 습득보다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고 활용하는 일이 중요하다.
미래 사회는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바른 인성을 지닌 사람,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지닌 사람, 새로운 생각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
바른 인성, 자기주도적 학습력, 창의력 등은 독서를 통해 길러진다. 독서는 인간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교양의 수준을 높여주며, 취미와 오락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러므로 독서는 자기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하며 효율적인 도구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때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고, 수없이 쏟아지는 많은 정보들 중에서 쓸모 있는 것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의 지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은 꾸준한 독서와 학습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독서를 통하여 바른 인성,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창의력을 길러 미래 사회에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
Ⅲ. 맺으며
교육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학생들을 잘 가르쳐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데 초점을 두고 교육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의 과정은 크게 목적, 내용, 방법, 평가의 단계를 거치면서 발전해 나간다고 본다. 어떤 조직이든 평가를 통해 목적을 수정할 것인지, 내용을 수정할 것인지, 방법을 수정할 것인지 피드백 해야 발전할 수 있다.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지식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비가시적인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바른 인성, 자기주도적 학습력, 창의성 그리고 학생들의 건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지적 교육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본다. 지덕체가 아닌 체덕지의 조화로운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또한, 교육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교육격차를 줄여 주어야 미래 사회에서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민주성, 전문성, 자율성, 책무성을 바탕으로 학생 중심의 교육,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기초ㆍ기본교육을 충실히 하여 학교구성원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좋은 학교는 학교구성원들의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학교장의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의 열정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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